바람이 분다. 군산_조각조각 그 흔적 사이로 Il fait du vent, Gunsan_Morceau par morceau à travers les empreintes

도저킴展 / Dozer Kim / mixed media   2018_0724 ▶ 2018_0807 / 월요일 휴관

도저킴_조각조각 그 흔적 사이로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5×35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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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 / 2018_0727_금요일_05:00pm

2018 창작문화공간 여인숙 레지던시-청년공동체 프로그램 2부展

주관 / 문화공동체 감 주최 / 전라북도_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_문화체육관광부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창작문화공간 여인숙 ART & CULTURE SPACE YEOINSUK 전북 군산시 동국사길 3(월명동 19-13번지) Tel. +82.(0)63.471.1993 www.yeoinsuk.com

군산과 오타루 ● 군산과 오타루. 닮은 듯 다르다. 군산도 항구고 오타루도 항구다. 군산도 근현대건축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고, 오타루에도 근현대건축물이 많이 남아있다. 군산도 한때 번창했고, 오타루도 옛날에 번영을 구가했다. 그러나 군산도 오타루도 지금은 옛 영화를 뒤로 한 채 다만 관광도시로서 명맥을 유지하거나 이따금씩 영화촬영을 위해 무슨 무대세트 같은 도시를 제공할 뿐이다. 군산 자체는 도시 전체가 시간의 미로 같은데, 아마도 오타루도 그럴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군산이 번창한 이유는 일제의 수탈에 의한 것이고, 오타루는 이런 역사적 외상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다.

도저킴_조각조각 그 흔적 사이로2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5×35cm_2018

작가는 그렇게 군산과 오타루를 대비시킨다. 닮은꼴과 차이점을 대비시킨다. 근대와 현대를 대비시키고, 한국과 일본을 대비시킨다. 한국의 기억과 일본의 기억을 대비시킨다. 모든 역사는 기억이다. 그러므로 어쩌면 군산으로 축도된 한국의 역사와 오타루로 축약된 일본의 역사를 대비시킨다. 엄밀하게는 대비시킨다기보다는 뒤섞는다. 뒤섞는다? 무슨 퍼즐 맞추기처럼 일종의 방법론으로서 제시된 것인데 그 자체가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표상하고, 닮은 듯 다른 차이점을 표상하고, 역사를 현재 위로 소환하는 데 따른 불완전한 기억의 차이(온도의 차이?)를 표상한다. 그렇게 저마다 불완전한 그림을 맞춰보도록 유도하고, 이로써 스스로 역사적 실체에 가닿도록 견인한다.

도저킴_조각조각 그 흔적 사이로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5×35cm×9_2018

여기서 작가의 사진은 도시의 단면을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작가의 모든 사진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클로즈업은 작가의 사진문법의 주요한 형식적 특징으로 보인다. 클로즈업은 얼핏 무슨 증명사진에서처럼(이를테면 무슨 사물초상화와 같은) 사물대상 혹은 피사체의 실체를 강조하고 부각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와는 정반대다. 이를테면 모든 사물대상은 관계의 맥락 속에 놓여 있기 마련인데, 클로즈업한 사진은 사물대상을 이런 관계의 맥락으로부터 단절시켜 추상화한다. 그 자체 불완전한 기억, 파편화된 기억을 예시해주는 적절한 방법론일 수 있겠다. 이로써 한 장의 사진 혹은 하나의 이미지를 매개로 한 현실인식이란 사실은 재구성된 기억이며 기억의 재구성에 의한 것임을 예시해준다. 그렇게 군산과 오타루의 차이점 대신 닮은꼴이 부각되고 강조된다. 역설이다. 닮은꼴일수록 그 이면에 차이점을 더 잘 숨긴다는 역설이다. 흑백사진 역시 이런 사실의 인식에 한 몫을 한다. 흑백사진 자체가 이미 일정하게는 사실을 추상화한 것이고, 여기에 클로즈업 사진이 현실을 재차 파편화한다.

도저킴_조각조각 그 흔적 사이로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5×35cm×9_2018

아마도 작가는 이런 사진의 자발적 트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해석해 불완전한 기억과 중층적인 역사인식을 예시해주고 있을 것이다. 이로써 어쩜 군산과 오타루의 차이점이 최초 주제였을지 모르나,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닮은꼴을 강조하고 보편성을 부각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에서 실패한 주제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자체 닮은꼴이 차이점을 더 잘 숨긴다는 역설의 표현이란 점에서 보면 다시 주제를 정조준하고 있는 경우로 볼 수가 있겠다. 그렇게 작가의 사진은 근대와 현대가 하나의 층위로 포개진 시간의 미로, 역사의 미로, 기억의 미로에로 초대한다. ■ 고충환

도저킴_조각조각 그 흔적 사이로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5×35cm_2018

조각조각 그 흔적 사이로 ● 나는 특정 지역을 매개로 하여 작업을 풀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공인중개사인 부친의 영향으로 유년 시절부터 이사가 잦아 새로운 환경에 자주 놓이게 되었고 이러한 경험은 낯선 공간을 마주했을 때 주변 환경과 순간을 빠르게 포착하여 적응하는 능력을 강화하였다. 특정 지역의 건축물부터 분위기, 사람들의 모습은 내게 가는 곳마다 흥미와 호기심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관계적 요소들은 결코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에 늘 새로운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나에 관한 재발견은 동시대 안에 나의 존재에 대한 각인과 함께 거대한 프레임 안에서 스스로를 놓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이처럼 나의 작업 방식 중 하나인 지역을 마주하며 외부의 흔적을 통해 현재의 나를 마주하는 점에서 군산은 나에게 작업을 꼭 해보고 싶은 호기심 가득한 공간이었다.

도저킴_조각조각 그 흔적 사이로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5×35cm_2018

군산에 남겨진 적산가옥과 근현대 건물은 일본의 제국주의와 동아시아 패권에 관한 과거의 단면을 현재까지도 목도하게 만든다. 나는 이러한 흔적에 집중했고 그 원형들은 시간이 점차 지나며 지역의 특성에 맞게 변모된 모습으로 숨겨진 퍼즐처럼 자리매김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흔적은 현재 나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 나는 다시 고민해보게 되었다. 거시적으로는 무수한 파편과 그 파편의 단서로 기억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다음 세대에 제공될 역사의 한순간까지 어쩌면 결코 그 흔적의 파편은 단순히 지나칠 수 없는 그리고 애써 방치 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직면해보아야 하는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단순한 역사관을 넘어 모든 기억의 순간을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알고리즘에 맞추어 재편집하거나 각색하여 기억을 저장하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감정적인 동시에 비논리적일 수 있는 미시적인 입장도 뒤섞여 있었다.

도저킴_조각조각 그 흔적 사이로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5×35cm_2018

그렇다. 보고 듣고 느끼고 싶은 데로 해석하며 한 장면 장면의 순간을 그렇게 인식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러한 파편과 흔적을 통해 나의 기억을 의심해 보기도 했고 군산에 남겨진 일제 강점기의 흔적을 더욱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싶었다. 그리고 역사관의 간극을 넘어 우리는 또 그 시대를 어떻게 기억하고 현재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는지도 살펴보고 싶었다. 동시대의 흔적과 역사지만 한국과 일본의 서로 다르게 인식되는 지점은 개인 더 나아가 지역 그리고 국가마다 보는 입장과 관점이 매우 다르다. 이러한 지점을 바탕으로 나는 군산과 닮아 있는 일본의 오타루의 흔적을 함께 살피게 되었다. 군산과 오타루는 매우 닮아있다. 근현대 건물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있고 항구가 있으며 군산은 일제 강점기 시절 전라도 지역의 쌀을 일본으로 유출해가는 최대의 지역으로 당시 일본인으로 북적이던 요새, 말 그대로 핫플레이스 였다. 물론 오타루도 마찬가지이다. 메이지 유신 말기까지의 다양한 건축물이 남겨져 있고 한땐 엄청난 부흥이 있던 도시였다. 하지만 두 지역 모두 현재는 관광 도시로, 상업 영화의 촬영 현장으로, 그리고 도시가 쇠퇴하며 남겨진 근현대 건물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로서 닮은 구석이 있는 두 공간이다. 그러나 군산에선 잊지 못할 수탈의 역사로 반대로 오타루에선 찬란했던 영광의 역사로 기억되고 있다. 분명 같은 시대의 흔적이지만 정말 다르게 기억되는 두 지점의 간극을 보며 내가 바라보고 기억했던 순간들에 관한 의구심을 떠올려보았다. 어릴 적 퍼즐을 맞출 때 그림판을 향해 퍼즐 조각들을 배치하며 이것은 이것일 것이라는 나름의 결론을 내리며 나는 조각들을 맞추어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때때로 누군가에겐 그 조각조각이 다른 이미지로 혹은 다른 결론을 두고 시작되는 배치라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또는 진실과 거짓은 무엇일까? 이러한 무수한 사건과 역사의 조각들을 우리는 어떤 의심을 품고 다시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나는 이러한 인식과 바라봄의 차이를 군산과 오타루의 근현대 건물의 흔적을 조각조각 수집하여 재구성하고 재배치 함으로써 두 공간의 마주함을 통해 좁혀지지 않았던 그 간극을 나의 기억들에 관한 의구심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 도저킴

Vol.20180724f | 도저킴展 / Dozer Kim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