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are you?

정희기展 / JUNGHIGI / 鄭喜基 / mixed media   2018_0717 ▶ 2018_1008

정희기_Where are you?_ 폴리에스테르 솜, 폴리에스테르 실, PP 코튼 필링, 젯소, 아크릴채색_50×27×17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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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요나루키 YONALUKY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82-138 Tel. +82.(0)31.959.3838 www.yonaluky.com

'마주하기'의 책임성 ● 유년기의 상실에 관해 이야기하던 정희기는 최근 이를 보다 확장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전에는 부재한 대상들이 어린 시절 늘 작가와 함께했던 '코코'라는 인형에 집약되어 드러났다면, 현재는 잃어버린 모든 것들이 다양한 존재로 형상화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 대해 정희기는 '마주하다'라는 동사를 덧붙인다. 이제 정희기는 과거를 기록하거나 흔적을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를 현재로 새롭게 재구성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또한 시간의 표지를 더듬는 데 그치지 않고 그녀의 기억을,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존재들을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존재하던 세계를 '마주'해야 한다.

정희기_Where are you?_ 폴리에스테르 솜, 폴리에스테르 실, PP 코튼 필링, 젯소, 아크릴채색_50×27×17cm_2018
정희기_마지막 숨(Last Breath)_ 베개 커버, 폴리에스테르 실, PP 코튼 필링, 재고원단, 아크릴채색_45×60cm_2017
정희기_샤샤(Shasha)_마포, 폴리에스테르 실, PP 코튼 필링_40×37×28cm_2017

우리에게 이 모든 것들은 당연히 우리 바깥에 있는 낯선 '타자'일 수밖에 없다. 정희기는 타자의 현전을 제시하며 이를 마주하길 권한다. 이 과정은 마치 레비나스가 말했던 것처럼 타자를 마주해야 하는 무한한 책임성을 불러일으킨다. 나와 다른 존재인 타자를 마주하는 일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낯선 자는 그 낯섦으로 인해 '나'라는 동일성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우리 각자가 지니고 있는 자아의 이기적인 힘을 흐트러뜨리며 타자를 위해 소진될 수 있을까?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밖으로부터 온 타자에 기꺼이 노출됨으로써 윤리적인 '나'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렇게 작품을 마주한 우리에게는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진다.

정희기_아오키(Aoki)_마포, 폴리에스테르 실, PP 코튼 필링_28×9×26cm_2017
정희기_Where are you?_폴리에스테르 솜, PP 코튼 필링, 폴리에스테르 실, 아크릴채색_9×7×6cm_2017
정희기_미안해-모카와 사과(I am sorry - Moca&Apple)_재고원단, PP 코튼 필링, 면사_105×127cm_2017

그렇다면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먼저 그녀와 그녀를 둘러싼 존재들 간의 거리를 가늠해보는 것이 어떨까. 그녀가 설정한 타자와 '나' 사이에 거리를 참조한다면, 우리 또한 그녀가 불러들인 세계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을지 모른다. 정희기가 마주한 타자들은 대부분 일그러진 형상을 띠고 있다. 이들은 일부러 어딘가 덧대어지거나 본래 형체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오브제로 나타난다. 즉, 이들은 오로지 그녀가 마주한 모습으로만 이야기될 수 있다. 그녀에게 있어 사라져 가고 있는 타자는 하나의 시련처럼 보인다. 이로써 바깥의 경험은 결코 부정되지 않으며, 모든 확실성이 무너지는 순간은 끝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그녀는 타자에 대해 꽤 성실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

정희기_마지막 바퀴(The final lab)_이불충전재, 폴리에스테르 실, 폴리에스테르 솜_164×175cm_2017
정희기_미안해(I am sorry)_재고원단, PP 코튼 필링, 면사, 폴리에스테르 카펫_120×180cm_2016

그것이 의도되었든, 의도되지 않았든 우리는 그녀의 '추억'과 '기투' 사이에서 헤매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메타적으로 우리 또한 또 다른 타자를 마주하는 경험을 만들어낸다. 그녀는 그녀가 마주한 타자들을 어떻게 책임지고 있을까? 더불어 그녀가 맺은 관계는 어떠한 세계를 연출하게 될까? 마지막으로 그녀가 구현한 세계에 우리는 어떤 식으로 위치하게 될까?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역시나 우리 모두가 각자 '그녀'와 '그녀가 마주한 타자들'을 '마주하는 것' 하나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관계성을 염두에 둔 채로, 우선 정희기의 작품을 마주해 볼 필요가 있다. ■ 최다정

정희기_나오미의 잠을 지켜보는 친구들(Friends watching Naomi's dream)_C 프린트_42×59.4cm_2017

나는 계속 무엇인가를 수집하고 있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비물질적인 것이든. 죽거나 유기하거나 사라진 반려동물, 잃어버린 인형, 기억에서 멀어진 대상, 찰나에 지나가버린 순간이나 감정 등 그것들의 이미지들을 시각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잃어버리고, 유기되고, 사라진 것들. 그 안에서 우리는 소중한 것을 찾게될지 모른다. ● 당신은 무엇을 찾고있나요? ■ 정희기

Vol.20180717f | 정희기展 / JUNGHIGI / 鄭喜基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