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플레이스막 placeMAK 서울 마포구 홍제천로4길 39-26(연희동 622번지) Tel. +82.(0)17.219.8185 www.placemak.com
플레이스막은 배미정, 최선희 작가의 4번째 2인전 『오늘 녹는다』 展을 오는 7월 14일(토)부터 7월 29일(일)까지 연희동에서 선보인다.
회화의 시선이 머무는 곳 ● 오늘 녹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또 하루의 일상이 반복된다. 반복된 일상은 평온함의 연속인 듯 보인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등가방을 지고 발걸음을 재촉하듯 걷는 학생들, 강아지와 함께 동네를 산책하는 사람들,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 이처럼 차분하게 움직이는 일상은 저마다 삶을 지탱하고 유지하려는 물속의 숨겨진 발길질이 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미세한 온도 자극에도 얼음의 상태가 변하듯이 삶은 크고 작은 변화의 연속이다.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Karl Jaspers)는 인간은 갖가지 상황(situation)속에 놓이며 생을 영위한다고 말한다. 그 상황은 끊임없이 운동하며 변화한다. 우리는 이렇게 변화하는 상황을 극복하거나 피하기도 하지만 고뇌, 죄악, 죽음, 고통, 생존 등과 같은 피할 수 없는 사태, 즉 한계상황(Grenzsituation)에 직면하기도 한다. ● 『오늘 녹는다』는 삶에서 지금 우리가 직면한 끊임 없는 변화와 자극 그리고 이를 대하는 저마다의 모습에 대한 은유이다. 이번 전시는 배미정 그리고 최선희 작가의 시선으로 본 다양한 삶의 순간을 담은 회화 작품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내밀함을 드로잉으로 대화하듯 서로 주고 받은 '대화-드로잉'으로 구성된다.
바라보기의 효과 ● 배미정, 최선희의 작업은 바라보기로부터 시작한다. 주변의 장소, 사람들, 소소한 일상의 사건들을 차분히 관조하듯이 바라본다. 라캉은 거울 단계에서 바라보기의 효과를 설명하며 동물실험의 예를 든다. 실험에 따르면 암비둘기의 생식선 발달은 성에 관계없이 같은 종류의 비둘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성숙한다고 한다. 즉, 바라보기를 통해 동일화 되어 가는 것이다. 아이는 거울단계에서 바라보기를 통해 자신과 타자를 동일시 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타자에 종속시킨다. ● 배미정 작가는 바라보기를 통해 타인의 시선에 가까워 지기를 기대하지만 반대로 타인과 자신의 시선 사이의 간극을 확인한다. 그는 개인전 『애정지도』(2012.12.26~2013.01.01 갤러리 도스)에서 불특정 다수를 인터뷰하고 그들만의 마음의 장소를 직접 찾아가 이를 회화로 표현하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말한 장소와 느낌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하였지만 '타인의 삶은 어느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설 수 없는 판타지가 되어 버린다' 고 말한다. 이러한 시선의 간극은 그의 회화 공간이 예측할 수 없이 분할되고 어지럽게 부유하는 비현실적 세계를 연출하는 효과를 만들며 인터뷰 대상자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무의식의 장소로 우리를 이끈다. ● 최선희 작가의 바라보기는 타자 속 자신의 발견이며 자신 속에 존재하는 타자의 표출이다. 예를 들어 그가 그림의 소재로 언급한 극장에서 혼자 울고 있는 여자, 놀이공원에서 죽도록 행복해 하는 아이들, 다리 위에서 감정없이 한강을 바라보는 눈빛은 자신과 타자를 동일시 하면서 발견되는 불안, 상실, 고립, 관계, 욕망 등과 같은 우리의 내밀한 모습들이다. 이러한 바라보기를 통한 동일시는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효과를 준다. 화폭에서 표현된 내밀함은 인물의 표정이 아닌 배경의 형상과 색을 통해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인물과 배경의 경계가 뭉개지고 모호해지면서 하나의 추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화면의 구성 : 공간, 사람, 색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회색 모노톤의 공간 한 쪽 멀리 한 사람이 서있다 「보금자리」(2013). 최선희의 회화는 공간과 인물로 구성되지만 그 어느 것도 구체적인 정보를 주지는 않는다. 인물은 공간 속에서 멀리 혼자 서있으며 희미하게 사라질 것 같은 미미한 존재감을 보인다. 먼 인물의 위치로 작가의 시선은 그림 밖에서 조용히 바라보고 있음을 알려주고 그림을 보는 우리에게도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를 요구하는 듯 하다. 짧은 제목을 보고 그림을 다시 본다. 멀어서 알 수 없는 인물의 표정이 절제된 회색톤의 배경 전체를 통해 선명하게 환원된다. ● 배미정의 인터뷰 작업은 분할된 평면 위에 여러 이미지들이 콜라쥬와 같이 복잡하게 구성되면서 초현실적 세계를 연출한다「37˚51'26.41"N, 126˚92'72.27"E 어디 가서 쉬라고!」(2012). 이는 인터뷰 대상자와 자신이 가진 시선의 차이, 그리고 기억의 파편과 왜곡에 기인한 결과일 것이다. 또한 형광빛의 화려한 색감은 마치 빛에 과다 노출되어 훼손된 필름과 같이 기억이 인화된 사진의 인상을 주기도 한다. 반면에 「틀니 손질하는 아저씨」(2018)와 같이 인터뷰와 관계 없는 그의 최근 작업들은 분할된 면과 이미지들의 레이어가 사라지고 나무와 새, 그리고 사람으로 이루어진 판타지적 구성에 화려한 색감이 더해져 동화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시 사람 그리고 삶 ● 배미정, 최선희의 회화는 초현실적 구성, 몽롱한 추상적 공간, 비현실적 색채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그 회화 공간에 놓여진 사람의 존재는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곳이 현실임을 환기 시켜준다. 그들의 바라보기는 삶에 대한 애정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담긴 따뜻한 시선이다. 주변의 모든 존재를 인식하고 각각의 소중함을 찾는 시선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회화를 통해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태도를 전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 송윤섭
얼어버린 땅은 차갑고 깨어버린 얼음은 아프다. 언젠간 그랬다. 땅으로 물이 축축하게 올라온다. 다시 작은 것들이 조금씩 틈을 벌리고 간질간질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런 나날들이다. 말이 닿지 못하는 마음을 시각적 결정으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야 땅이 조금씩 녹는다. 오늘이다. ● 물과 얼음이 0도인 곳에 돌을 두면 외부에 자극이 없는 한 돌의 상태는 그대로 유지되는데 온도의 변화가 0.001 이라도 바뀌면 그 상태는 변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현상은 아무일 없듯이 유지되어 보이나 실은 그런 고요한 일상은 없다. 온도는 미세하게 변화할 것이며 자극은 불편함과 불안을 껴안고 새로운 형태로 변이 하며 진화한다. ● 『오늘 녹는다』는 삶을 저마다의 방식대로 보존하고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죽음, 헤어짐, 그리고 관계에 대하여 대처하는 자세와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 배미정, 최선희
Vol.20180714b | 오늘 녹는다-배미정_최선희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