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8_0712_목요일_06:00pm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展
관람시간 / 10:00am~08:00pm / 월요일 휴관
대구문화예술회관 DAEGU ARTS CENTER 대구시 달서구 공원순환로 201 Tel. +82.(0)53.606.6114 artcenter.daegu.go.kr
대구문화예술회관(관장 최현묵)은 7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지역 청년작가들의 저력을 보여줄 『2018 올해의 청년작가』展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대구․경북지역의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지역 미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1998년부터 진행해왔으며 올해로 21회를 맞는다. 지금까지 총 169명의 작가를 배출한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작가전은 지역의 명실상부한 신진작가 등용문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선정된 작가들은 한국 미술계의 중진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 공모를 통해 선정된 5명의 청년작가는 차현욱(한국화), 윤동희(영상설치), 이민주(설치), 채온(서양화), 김안나(영상설치) 작가이다. 작가들은 매체와 감각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부터 인간과 사회에 대한 생각까지 다양한 주제를 젊은 감각으로 풀어낸다. 전시를 통해 동시대 예술과 젊은 예술가로서의 삶에 관한 고민과 해석을 엿보고 다양한 사회문화적 담론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차현욱은 한국화의 전통적인 재료인 한지와 먹을 고수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반영한 풍경을 그리는 작가이다. 일상 속에서 발견한 풍경의 장면을 수집하고, 그것을 자신의 행위를 통해 재해석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림을 그려나가는 시간동안 지나온 풍경에 대한 기억의 회상 또는 조합을 통해 상상하여 그려진 장면을 제시하며 관람객에게 풍경의 공간을 거닐며 경험해보고 재해석하도록 유도한다. ● "그는 산수로서 밤의 풍경을 그리며, 그가 낮에 본 일상의 도시 경관 저 낮은 곳에 도사린 작고 비루한 정원 안의 식물과 그 식물의 그림자를 주목한다. 그는 이것을 '어두운 별빛 아래 피어나는 꽃'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별빛이라는 미소한 광원에 비치는 꽃, 즉 "우주 전체를 갈무리한 꽃우주"라는 것이다. '꽃우주'는 차현욱 작가가 대구라는 이 실존적인 도시의 어둠 속에서 스스로 살아가면서 유년기와의 접속, 그리움과 순수함의 정념 같은 힘에 의해 도출해낸 세계이다. '꽃우주'는 아무리 낡고 후미진 도시 변두리 빌라촌이라고 해도 밤의 입자가 깔리고, 모든 것이 이 밤의 입자에 물들어서 더욱 어두운 가운데 돌연 빛의 섬광 같은 깊이의 세계이다. 짙은 어둠이라는 조건은 호모 사피엔스 종에게는 생체 내부로서의 발광 현상을 유발한다. 동굴벽화로부터 동시대 뇌과학에 이르는 이 '내부섬광'(entoptic)의 기호는 별빛 아래 피어나는 꽃들이 보인다는 차현욱 작가처럼 미세지각 속에서 시각적 명증함과 이성을 흔들고 유체와 공명의 감각으로 동세의 무늬를 출현한다. 동세, 즉 움직이는 기세의 문양들, 세력들. 동세가 열어가는 이성 너머의 새로운 공간, 초이성의 영역. 차현욱 작가가 그리는 밤의 산수(山水)는 작가 자신이 낮에 "손과 냄새로 그것을 느끼고" "가슴과 머리로 기억"한 지각의 소산인 동시에 "어둠 속의 풍경들을 상상"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김남수)
윤동희는 현대사회에 만연한 자본주의와 이데올로기적 갈등, 그리고 그로 인해 결핍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주변과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상을 시도하는 개념미술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건축물의 재료로 사용되는 시멘트에 정체성과 종족번식이라는 특성을 가설로 부여하고 이를 구현시킴으로써 물질과 인간과의 관계를 전환시키고 자본주의 속 자아를 성찰하고자 한다. ● "한국 근현대사의 서사와 상징은 그의 작품들이 탄생하는 배경이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야누스의 두상과 시멘트 덩어리와 '바르게 살자'는 돌들과 서사 이미지를 편집한 영상이다. 관객은 사물 오브제와 문자 텍스트와 영상 메타포를 가로 지르는 '질문하기'로 틈을 벌이고 그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그것들이 엉겨 붙어서 하나의 도시가 된 이 세계의 구조적 이면을 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관객을 향해 첫 독백을 던진다. "이 복잡한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관객이 굳이 그 독백에 답을 달 필요는 없다. 그는 스스로 "인간이 살고 있는 도시/ 거대한 회색빛 도시는 이 가루(시멘트)로 이루어져 있다."고 정리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장 미학적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시멘트는 흩날리는 작은 단위의 개체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루를 단위로 한 시멘트는 도시 전체를 유기체처럼 서로 이어주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후, 그는 자연과 과거의 주거양식, 아파트 건설현장, 부동산 간판들, 모델하우스를 몽타주하듯 비춘다. 시멘트가 성취한 현대 도시의 풍경들에서 그가 깨닫는 것은 '시멘트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이 '살아있음'의 인식을 그는 거대한 상상계의 영역으로 확장해 우리 삶의 이데올로기 구조를 형성시키고 있는 은밀한(그러나 너무나 명확한) 실체로 확인하는 과정을 갖는다. 미세한 시멘트 가루가 이 모든 현상들의 이데올로기 세포라는데 이르면 그의 상상이 '(키치적) 허구'가 아니라, 놀랍고도 경이로운 '(실체적) 진실'일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그때부터 시멘트는 시멘트가 아닌 권력이 되고, 억압이 되고, 사상이 되고, 폭력이 되고, 그래서 그것들의 카르텔이 되는 단계에 이른다." (김종길)
이민주는 삶의 경험에서 기인한 작품의 화두인 '축적과 이동'의 이야기를 'Life is Beautiful'이라는 주제로 전시한다. 작가는 어렵고 막막한 현실의 무기력함에 놓여 있으면서도 나아가야 하는 청년작가로서 삶을 대하는 긍정의 이야기를 반어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삶 속에서 '머물고(stay)' 끊임없이 고민하고 '움직이는(move)' 작가로써의 생각들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설치 및 회화 작품을 전시 공간 속에 제시한다. ● "이민주의 작업은 무엇인가 항상 넘실거리고 복잡하고, 끝임 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고 변형되어 간다. 작가는 자신의 주변에서 보고 듣는 것들을 모두 모아 묶기도 하고 다시 풀기도 한다. 이렇게 이민주는 새로운 배열을 반복하는 행위를 통해 집합적인 작품을 만들어 놓는다. 이민주 말에 따르면, 작가는 타의에 의해 항상 어딘가로 떠나야하고, 작품은 전시했다가 다시 거두는 식의 '짐풀기, 짐싸기'의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자들이다. 이러한 실존적인 환경에서 불가피하게 떠오르는 질문이 작가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인 것이다. 외양적으로 볼 때 이민주의 작업은 기성품을 모아두거나 일상적인 것들을 모아둔, 팝적인 작업의 일종으로 볼 수 있지만, 그녀의 행위는 오늘날 예술가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실존적인 질문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쾌하고 발랄하며, 무엇인가로 가득 담겨 있지만, 그 작품 앞에서(뗏목, 2017) 관객은 작가가 이런 짐을 항상 떠메고 다니는 것은 아닌지, 일회적인 이 불안정한 조건 속에서 작가가 떠다니는 것은 아닌지, 이 짐을 어디에 풀어야 하는 것인지, 짐 풀 곳이 없어 방황하는 것은 아닌지 등의 근본적인 불안의 정서가 예술가의 자화상과 오버랩 된다. 풍선 뗏목 위에 그물과 밧줄로 단단하게 동여 메었음에도 불구하고 「뗏목」에는 불안하고 불안정한 근원정서 깃들여 있는 것이다. 작가의 시선이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어느 등대의 불빛을 보고 있다하더라도 현실의 불안정한 표류 이미지는 우리시대 예술가들의 자화상과 겹치게 된다. 핑크빛 에어베드를 메우고 있는 풍선 혹은 물건「move-stay-move-stay」(2017)이나 실패한 작업을 새로운 재료로 발전시키는 유쾌한 순발력 등도 작가로 살아가는 현실의 불안과 그 근원정서를 아주 통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묶고, 풀고, 다시 묶고. 이 반복적인 행위 속에서 산출되는 이민주의 작업은 모두 다른 모습이지만 모두 예술가의 삶을 지시하는 환유물이 아닐까 한다." (남인숙)
채온은 회화가 가진 매체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작업으로 풀어내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물감의 물성과 붓의 움직임에 몰입하여 작업한 「상상화」와 빠른 붓질로 순간적인 상상을 캔버스에 표현하고자 한 「환영하는 밤」, 무작위로 선택한 물감을 캔버스에 묻혀 붓질하여 색을 뒤섞으면서도 고유의 색이 드러나게 표현한 「이 세상 모든 것」 연작을 보여준다. ● "그의 그림은 대상에 대한 추인이 아니라, 대상과 함께 진행된다. 대상과 실시간 대화하고 그 결과가 시시각각 남겨지는 작품들은 언제 그 과정이 시작되고 끝나는지 자신만이 알 수 있다. 드로잉 없이 바로 시작하고 끝내는 그의 작품은 붓질 자국이 선명하고 재현주의적 꼼꼼함과는 거리가 있다. 채워야 하는 면이 생겨도 기필코 가장자리 얼마큼은 빈 곳을 남겨놓는다. 자신을 휘감았던 순간순간의 기분을 얼룩처럼 표현한 추상적 작품은 화가가 사용하는 색채의 계열이 담긴 팔렛트와 다름없다.(중략) 보통은 15-20분, 길어도 30분을 넘기지 않는 작업시간은 순간의 영감과 필획의 운용에 충실하다. 한 번에 수행되지 않으면 망칠 확률이 높은 채온의 작품은 재현주의적 장황함을 걷어내고 대상과의 공명이라는 핵심만 남겨놓고자 한다.(중략) 채온은 화가이지만 (플라톤이 폄하한)조형예술가가 아니라 시인처럼 그린다. 영감에 충실하기 위해 시인이 글을 쓰듯이 신속하게 작업한다. 채온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드로잉이다. 드로잉은 회화보다 완성감은 부족하지만 영감을 받아쓰기에 적절하다. 그것은 정적인 완성감이 아니라 동적인 과정을 중시하는 것이다. 캔버스나 종이는 그러한 과정들의 궤적을 생생하게 기록하는 장이다. '환영하는 밤'이라는 전시 부제는 두 가지 환영(歡迎, 幻影)을 겹쳐 쓴 것이다. 요동치는 입자 같은 허연 형태들은 그의 작품에 자주 출몰하는 유령이다. 환영(幻影)을 환영(歡迎)한다고 하니, 그의 작품 속 유령적 존재는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은 셈이다. 경계를 거스르며 횡단하는 유령은 자유로운 존재이다." (이선영)
김안나는 기술의 발달로 가상현실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한 현대의 상황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Oh Brother」 시리즈는 가상의 캐릭터인 'Brother'의 자화상 등 페인팅과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영상 등을 통해 가상으로 만들어진 존재의 흔적을 보여주고, '정체성'의 생성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고자 한다. ● "김안나 작가는 꽤 오랜 시간 가상현실을 바탕으로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실험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가 구축한 가상현실 세계의 이미지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나무 아래에 있는 어떤 남자, 폭포가 있는 물에서 부유하듯 떠 있는 어떤 남자, 그리고 폭력적 행위를 반복하고 있는 어떤 남자가 있다. 동일한 인물 같기도 하고 다른 인물 같기도 한 이 남자(들)는 서로 단절된 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연결된 공간 안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공간은 잡음이 그대로 노출된 공간이며 이 정보화되지 못한 노이즈는 우리에게 어떤 다른 차원과의 단절 혹은 연결을 상상하게 한다.(중략) 김안나는 가상과 현실이라는 언어의 개념적 충돌과 상호 관계성에 대한 접근을 Robert Smithson의 장소(site)와 비장소(non-site)의 변증법적 구분과 연결시키면서 질문을 던진다. 현실과 가상을 구분할 때는 장소와 비장소의 개념적 구분으로 설명될 수 있지만 가상현실이 하나의 용어로 사용될 때는 쉽사리 수렴되지 않는다. 영원히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이 지점에 김안나의 작업이 위치한다. 김안나는 가상현실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남자(들)를 인물화 혹은 인물 사진의 형식으로 다시 재현/제시한다. 이 인물 사진들의 여러 표정들에서 우리는 어떤 감정을 읽고 의미를 부여하고 정서를 공감할 수 있는지 묻는 동시에 이 가상세계의 인물이 인물화나 인물사진처럼 인간의 정체성과 관련한 질문과 연결시킬 수 있는지도 묻는다. 다시 말해 부재하는 것에 대한 존재적 질문의 가능성에 대해 묻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작업 태도는 비물질적인 가상현실의 이미지를 물질적인 회화작업으로 다시 재현하고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부재하는 세계의 이미지의 실제적 재현 앞에 우리를 세움으로써 작가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여기에 있음에 대한 존재론적 불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박창서) ● 전시기간 동안 참여프로그램으로 작가와의 대화 및 창작클래스도 진행된다. 청년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작품을 함께 만들어 볼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전시기간인 7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매주 토요일 하루 두 차례(오후 2시, 4시)씩 진행되며, 전화(053-606-6139)로 신청 받는다. ●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1~5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지역 젊은 작가들의 다양하고 신선한 조형언어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자 대구미술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대구문화예술회관
Vol.20180712g | 2018 올해의 청년작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