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권치규_김인태_박선기_이배경 이이남_진시영_하준수_하원
관람료 / 성인 4,000원 / 청소년 이하 3,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미술관 Goyang Oulim Nuri Arts Center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어울림로 33 Tel. +82.(0)31.960.9730 / 1577.7766 www.artgy.or.kr
고양아람누리 아람광장 Goyang Aram Nuri Aram Square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1286
도시에서 예술로 힐링하기 ● 도시에서 힐링하는 방법. 굳이 멀리 나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힐링하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근처 미술관을 찾아가보는 것이다. 우리 동네이지만 나도 잘 모르는 장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그 곳에서 의외의 재미난 볼거리를 발견할 수 있다. 늘 보던 사물이 새롭게 보이고 남들이 모르는 신기한 즐거움이 있다. 막연히 생각했던 곳보다 미술관은 훨씬 친절하며 문턱은 생각보다 낮다. ● 『SOUL TREE_영혼의 나무』 전시는 '도시에서 예술로 힐링하기' 를 주제로 다루었다. 참여한 8명의 작가들은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일상에서 꿈꾸는 유토피아를 펼쳐놓았다. 작가들은 놀랍고 신선한 접근으로 자신들의 예술적 상상을 작품으로 나타내었다. 현대미술의 표현방법은 다양하다. 물감과 붓 캔버스 같은 재료적인 제한을 넘었다. 사진과 인쇄, 공장의 기계, 영화,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고 시간과 공간까지도 예술적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 본질은 그대로이지만 표현의 방식은 많이 달라지고 확장되었다. ●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는 두 가지이다. 첫째, 예술이 어렵지 않게 일상으로 다가가고 관객들을 초대하는 것이다. 전시장을 들어왔을 때 관객이 무심하게 작품을 바라보고 스치듯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의 상호작용과 참여를 통해 작품에 개입하고 의미를 만들며 스스로 즐기고 해석할 수 있도록 한다. 한 작품이 어렵거나 쉽거나 예쁘거나 추하거나 슬프거나 즐겁거나 그 어떤 메시지로 다가온다 하더라도 예술은 관람객과 함께 소통하는데 의미가 있다. 이것이 동시대 예술의 가장 큰 특징이다. 둘째, 미술관이 쉼의 공간이 되기를 원한다. 어려운 현대미술 공부가 아니라 지나친 학습, 지친 일상, 삶이 상처라고 가르치는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 일탈할 수 있는 휴식 같은 전시가 되고자 하였다.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과 일상의 거리감을 좁혔으면 한다. ● 전시의 주제인 '영혼의 나무'는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어떤 것, 치유의 힘을 갖고 있는 무언가를 상징한다. 예술가에 있어 '영혼의 나무'는 예술적 상상이다. 낯선 상상, 재미있는 반전, 묵직한 관조가 담겨 있다. 자연을 표현하지만 단순히 자연의 묘사는 아니다. 그 안에 담긴 생명과 근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존재와 시간, 생성과 소멸, 조화와 균형 등 예술가는 모든 형이상학적 물음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하고 답을 구하고 그리고 자신만의 목소리로 관객들과 소통한다.
전시장을 들어서며 처음 만나는 이배경의 작품 「Zero Gravity Space」는 가상과 현실에 대한 착시로 시선을 끈다. 눈으로 보면 빈 벽일 뿐이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날아다니는 5개의 육면체를 볼 수 있고 육면체들은 벽면에 부딪치기도 하고 서로 만나고, 헤어지고, 부서지고, 생성된다. 우리의 일상과 떨어질 수 없는 스마트폰이 예술과 현실을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 디지털 시대의 공간은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 가상공간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크게 줄어 절대 거리가 사라진 공간으로 나타난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사유의 방식이 달라졌음을 생각하게 한다. 예술은 항상 일상과 상상의 경계 위에서 만들어지고 그 경계를 넘고 무너뜨려왔다. 이배경의 작품은 관객의 시각, 촉각 등의 숨겨진 오감을 일깨웠고 그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예술에서 관객이 작품을 느끼고 감상함에 있어서 자신의 주체적 역할을 인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8폭 병풍으로 구성된 이이남의 「고전회화 해피니스」는 옛 그림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최신 기술과 매력적인 조합을 만들어내었다. 심사정의 '소림고사도', 이인문의 '하경산수도'와 같은 8폭의 아름다운 산수화는 55인치 TV모니터 속에서 화폭을 넘나드는 생명성과 움직임으로 재탄생하고 재해석된다. 작품은 디지털의 힘을 빌어 과거의 시간을 소생시키며, 현재와 시공을 초월한 만남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어떻게 물질(디지털)과 정신(아날로그)이 분리되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가능성을 고민한다'고 말한다. 이이남의 디지털 가상 산수화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관조하는 힘이 있다. 다채로운 디지털 이미지의 범람 속에서 소박한 동양적 사유의 공간을 제시한다. 사실 모션그래픽 이미지로 이뤄진 그의 작품세계는 상상의 공간이다. 원작 그림이 실제 무슨 의미였으며 어떤 맥락에서 그려졌는지의 진실과는 무관한 그의 작품은 디지털 빛을 통해 가상의 환상 세계를 보여주며 이는 시뮬라크르(Simulacre) 유희를 느끼게 한다.
진시영의 「빛의 연대기」는 빛으로 형상화된 인간 존재의 탐구를 보여준다. '빛'은 예술가들에게 매력적인 소재이다. 작가에게 '빛'이란 물감이자 붓이다. 「빛의 연대기」에서 진시영은 시간과 공간을 '빛'으로 해석한다. 영원이라는 주제와 영원성에 대한 탐구이다. 소재는 광대한 자연의 이야기이다. 자연도 시간도 변화 속에서 영원히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생명의 탄생, 노동의 가치, 도시의 역동 그것이 은유하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함과 동시에 지속된다. 생명의 순환은 이동과 변화를 거듭하고, 돌고 돌면서 시간을 뛰어넘어 영원히 존재한다는 영원성을 표현하였다. 인간은 자연 앞에 서면 겸손해진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몰입의 시간을 갖고 순간 속의 영원을 경험하길 바란다.
'채우면서 동시에 비운다'라는 이 역설적인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가 박선기이다. 하나하나 가느다란 나일론 줄에 매달린 숯덩어리들은 끝임없이 흔들면서도 가라앉지 않는 인간의 불완전한 존재와 닮았다. 작가는 '삶은 불안하고 어렵고 고통스러운 매달림 같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매달려 있다는 건 세상에 던져진 인간의 실존적 상태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으며 또한 매달려 있기에 땅 위에 굳건히 서있는 고정된 설치물보다 훨씬 자유로우며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등 유연하다' 고 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숯으로 이루어진 화분은 이러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준다. 한편, 아크릴 거울로 이루어진 최근 신작 「An aggregation」은 '매달린 빛'을 표현하고 있다. 어두운 공간에 기다란 거울이 모빌처럼 설치되어 있고 바닥에는 이 거울이 흔들리며 생성하는 산란하는 빛들의 천지다. 작품 속에서 관객은 스스로를 정지한 채 조심스럽게 거울을 마주하지만 온전한 이미지는 절대로 보여지지 않고, 해체되고 분열된 자신의 이미지만을 목도할 뿐이다. 작품 속에서 보이는 나와 보여지는 나는 낯익은 동시에 낯설다. 이처럼 작가는 회화와 조각의 경계에서 비움과 채움의 경계에서 여전히 불완전한 인간 존재에 대해 흥미로운 물음표를 던진다.
서울의 풍경을 담은 시적 다큐멘터리 「열두풍경」으로 제7회 서울국제실험영화제에서 최고상이 후지 어워드(Fuji Award)를 수상한 바 있는 하준수는 영화와 영상디자인, 시각예술을 오가며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고 있다. 출품작 「생명 the vital」은 돌과 물과 빛을 통한 생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의 영상은 무엇보다 아름답다. 은유적이고 시적이다. 거대한 돌이 중력을 거스르며 서서히 올라간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멀어지듯 공간에서 부유하듯 천천히 올라간다. 자연계의 모든 물체 중에서 돌은 태초의 견고성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사물이다. 돌은 언제나 변하지 않은 자연 그 자체를 상징한다. 생명이 없어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인간에게는 불변성의 상징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또한 돌은 항상 그것과 만나고 부딪치는 체험 주체로서의 인간에 게 고난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 돌이 공중에 떠올라 비를 만나고 시간이 흐르고 어느 순간 산산이 흩어져 빛이 된다. 그리고 염원이 되어 학으로 날아오른다. 작가는 아름답고 은유적인 초현실 풍경을 통해 자연과 인간, 순간과 영원, 다큐와 시 사이를 넘나들며 생명의 숭고함에 대한 내적 사유를 담아내고 있다.
권치규의 '회복탄력성 Resilience'은 작가의 오랜 주제이자 힘에 대한 긍정적 사유이다. 힘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작품에서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당기는 힘도 동시에 존재한다. 작가는 어떤 사물에 가해질 수 있는 가장 극단의 힘, 그 사물이 허용할 수 있는 최대의 회복탄력성을 실험해오고 있다. 최근 들어 그의 '회복탄력성'은 다양한 색채로 옷을 입고 있다. 작가는 '색은 그 오브제에 맞는 옷과 같은 것'이라 한다. '형태가 잡히고 고된 연마를 견딘 재료들이 색을 통해 비로소 그것의 의미를 내보인다. 색은 그들의 존재방식이고 그들의 기분이고, 그들의 표정이며, 성격'이다. 「Resilience 풍경」은 사각의 창문 밖의 풍경이 연상된다. 버드나무가 드리워진 서정적 풍경으로 일상에서의 여유로움과 심리적 평온함을 느껴진다. 길게 늘어 뜨려진 버드나무 가지들은 유기적으로 공간을 분할하고, 버드나무 끝에 맺힌 이슬방울, 가볍게 미풍이 불면 여릿여릿한 버드나무 잎들이 마치 흔들거리는 듯하다. 내부의 밝은 연두색 컬러는 부드럽고 산뜻한 느낌과 사계절 중 봄의 생명력을 색으로 표현하였다. 여린 버드나무에 드리워진 가지를 통해 새싹의 연두빛은 빛을 머금고 싶다는 풀의 의지이며 생의 욕망이다. 힘은 상대적으로도 절대적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또 색으로도 말할 수 있다.
하원이 자연을 표현하는 방식은 상당히 내러티브하다. 파도치는 순간을 타임랩스로 촬영하고 3장의 사진을 하나의 렌티큘러로 프린트하였다. 그것을 다시 8개의 수직 기둥으로 조형화한다. 또한 각 기둥마다 스테인레스 스틸거울을 덧붙이고 직각으로 접어 다시 한번 이미지를 반사시킨다. 관객들은 작품 속을 걸을 때마다 시시각각 다양한 각도에서 파도치는 형상을 보게 되는데, 렌티큘러를 통한 이미지 자체의 변주와 거울을 통해 반사의 반사를 거듭하는 이미지의 변주 속에서 쉽게 잡히지 않는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만나게 된다. 작가는 밀려오는 파도와 바다의 소리, 피부에 감각되는 자연의 바람, 거대한 자연의 일부가 되는 순간의 경험을 예술작품에 담고자 하였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는 바다의 경험을 어떻게 압축하고 연마하여 보여줄 것인가?' '거대한 자연에서의 경험을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까?' 「The Wave」의 파도치는 형상을 담은 8개의 기둥은 순간의 기억을 담은 조각들이다. 작가는 분절된 조형 요소의 반복과 차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조각을 재조합하고 관객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탄생하게 하고자 한다.
김인태는 나비를 하나의 '작은 단위'로 사용한다. 작품을 멀리서보면 거대한 맘모스, 호랑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또 다른 형태인 나비가 보인다. 하나하나 수작업을 통해 완성한 장인 정신의 극치로 수천 마리의 나비들을 연결하여 형상을 창조해낸다. 조각에서 많이 쓰이는 스테인리스 스틸은 모던하고, 차가운 금속성 재질이다. 그럼에도 김인태의 동물이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은 그 실체가 손에 잡힐 듯 정교하고 섬세한 손맛이 있기 때문이다. 나비란 원래 알에서 애벌레로 그리고 재차 번데기를 거쳐 최종적으로 화려한 나비가 된다. 지속적인 자기부정이다. 관점에 따라서 하나의 사물은 얼마든지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읽힐 수 있다. 또 하나하나의 요소가 모여 거대한 형태를 만드는 것, 그것은 인간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의 평범한 삶이 위대한 인생을 만든다. 자신의 작품을 멀찌감치 보고 그리고 가까이 다가서서 보라는 작가의 주문에는 이러한 메시지가 깔려있다. ● 이번 『SOUL TREE_영혼의 나무』 전시는 예술을 통해 도심 속 힐링을 느끼고자 하였다. '영혼의 나무'를 통해 삭막한 도심에서 사는 우리에게 휴식을 주고, 사색을 할 수 있는 전시가 되고자 하였다. 230여 년 전, 정조가 '영혼의 나무'를 심었다. 뒤주에서 세상을 떠난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그의 무덤 주변에 1,200만 그루의 살아있는 나무를 심은 것이다. 정조는 죽은 나무로 만들어진 뒤주에 갇혀 숨을 거둔 아버지가, 살아있는 나뭇가지와 이파리를 타고 생명력을 가진 존재로 되살아나 정조 자신과 조선왕실을 지켜줄 것이라 확신을 가졌다. 효심에서 출발한 개혁군주 정조의 나무심기는 실제로 조선왕실의 번영과 백성들의 삶을 든든히 다지는 출발점이 되었다. 사도세자에 대한 효심에서 출발한 정조의 나무심기 일화는 나무를 통한 인간의 바램과 영혼의 교감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하였고 이번 전시의 단초를 제공해 주었다. 오늘날 우리는 회색도시에 살면서 초록을 꿈꾼다. 실제로 도시 숲의 나무는 공기를 정화시켜 준다. 우리 마음속 영혼의 나무도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보듬고 치유를 해주리라 믿는다. ■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미술관
Vol.20180711i | 영혼의 나무-SOUL TRE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