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퀀스#1 침 먹은 지네

이묘展 / IMYO / painting   2018_0710 ▶ 2018_0724 / 월요일 휴관

이묘_8일의 새벽_장지에 연필, 목탄, 콩테_80×160cm_2018

초대일시 / 2018_0713_금요일

후원 / 인천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_인천광역시 기획 / 공간 듬

관람시간 / 01:00pm~08:00pm / 월요일 휴관

공간 듬 space DUM 인천시 미추홀구 주승로69번길 26 (주안7동 1342-36번지) Tel. +82.(0)32.259.1311 cafe.naver.com/daggdum

'<시퀀스#>프로젝트'는 '공간 듬'이 집이었던 순간, 삶의 다양한 정서들이 함축된 공간이었던 순간을 주제로 이묘, 이다흰, 김지희 3명의 작가가 릴레이 형식의 개인전을 진행합니다. 전시와 더불어 작가들의 시선을 공유하며 쓰여진 김수지 작가의 에필로그가 함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 <시퀀스#>프로젝트의 첫 번째 이묘 작가의 『침 먹은 지네』展 2018년 7월 10일(화)부터 7월 24일 (15일간) 진행됩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복합적인 감정 언어들을 시각화한 드로잉과 회화작업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 공간 듬

이묘_미안_장지에 혼합재료_145.5×112.1cm_2018
이묘_사이에_장지에 혼합재료_162.2×112.1cm_2018

미끌리는 물내 ● 들어가며_ ● 그것은 눅눅한 장마철과 같은 습도다. 사춘기 때는 그것을 표현할 언어를 갖고 있지 않았고, 청소년기에는 그 감정이 가장 극대화되는 때이다. 그때의 상처와 경험들이 앞으로의 삶의 태도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저 무뎌지는 것이다. ● 각자의 상황과 감정이 상충한다. 때로는 그 중력이 너무나 무거워 그 상념에 고립된다. ● 임효정 작가는 그 고립에의 현재와 앞으로의 기대를 그린다.

이묘_또렷이 남은_장지에 혼합재료_130.3×162.2cm_2017
이묘_미명 혹은 여명_장지에 혼합재료_91×116.8cm_2017

그 날 나는 J와 한바탕했다.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없는 각자의 입장이 부딪혔다. 터지기 일보 직전의 두 개의 풍선이 서로를 짓누르고 있었다. 마침내 감당하지 못할 그것을 가위로 쑤셔 터트려버렸다. // 한껏 짓눌리던 그것들이 터지고 난 후 잠시 침묵이 흘렀다. 빗소리가 사념을 대신해 다행이라 생각했다. 서로의 마음에 잔뜩 생채기를 낸 채 아물지 않은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 그날 밤 손을 아무리 씻어도 미끌거리는 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수건엔 먼지가 많아 손을 씻고 난 다음 물기를 닦기가 싫었고, 키친 타올은 낭비로 인한 환경 오염을 걱정해 쓰기가 꺼려졌고, 입고 있는 옷에 닦기엔 구태여 손을 닦았는데 또다시 먼지를 묻히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 날 내 손은 어떻게 해서든 깨끗해질 수 없었다. // 그 미끌한 감촉은 밤새 날 괴롭혔다. 신경이 쓰여 잠을 잘 수가 없었고, J와의 사건이 계속 떠올랐다. 억울하고 분했지만 내 속에서 뾰족한 것이 자꾸 날 찌르는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찝찝함에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그 미끌거리는 것들은 내 몸에 들어와 조금씩 굳으며 가시가 되었다. // 나중에 알아챘지만, 그날 밤 나는 단추가 되어버렸다. 가시는 내가 알 수 없었던 상념의 조각이었으며 그것은 J이기도 했다. 꿰뚫었다 생각했으나, 꿰뚫린 것이었다. // 그렇게 난 누군가의 단추가 되기도 하며 누군가를 단추로 만들었다고 생각했으며 여전히 구멍이 나있었다. ■ 김수지

이묘_생각 속 와르르_장지에 혼합재료_145.5×112.1cm_2017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감정과 마주한다. 일련의 사건이, 우연히 바라본 풍경이, 대면한 관계들이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그렇게 감정은 자라나고, 여러 개의 감정이 뒤섞여 하나처럼 보이곤 한다. 그것이 상반된 것들일지라도. 비관적이고 우울한, 때때로 폭발적인 분노가 되기도 하는 그것들은 타인 앞에 놓여지면 금세 잔잔해진다. 드러내지 않으려 다른 감정으로 포장해야 한다. 내가 드러낸 부정적인 성격의 감정이 누군가를 다치게 할지도, 약점이 되어 스스로를 다치게 할지도 모르니. 나는 그 관계 속에 살고 있다. '혼자인 나'와 '관계속 나'는 대립하고, 지쳐간다. 그렇게 나는 나와의 관계도 생겨났다. 나는 그 관계 속에 살고 있다. 감정은 관계 속에서 갈등을 일으켜 또 다른 관계를 만든다. 그것이 다시 갈등이 되기를 반복한다. 온전히 나의 것이라고 생각되던 감정들이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분노가, 이 우울함이, 자기 혐오까지도,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니었음을. 정적인 것들이 사실은 요란스러웠던 것이었음을. 이 이상한 괴리의 굴레는 계속 굴러간다. 나는 그 감정 속에 살고 있다. 우리는-. ■ 이묘

Vol.20180710j | 이묘展 / IMYO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