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관련 종사자가 아닌 일반적인 대중들에게 현대미술은 곧 '어려움'으로 해석된다. 대중들은 예술이 실재하는 어떤 것을 재현하고 그것을 감상하는 것이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예술은 그러한 재현적인 예술뿐만이 아니라 예술을 위한 예술을 넘어, 예술 스스로를 붕괴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오늘 날의 예술현장은 예술이 이와 같이 변모해가며 놓쳤던 다양한 예술적 담론들에 주목하고,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당연히 일반적인 대중이 특별한 관심을 두고 살펴보지 않으면 이러한 담론들을 모두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대미술을 즐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의 미술이 던지는 질문에서 시작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 날의 미술현장은 어떤 질문들을 하는가? 언급한 바와 같이 많은 이론들과 담론들이 혼란스럽게 상충하며 공존하고 있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무엇을 볼 것인가?' ●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한다. 이러한 대부분의 경험들은 특별한 여행지나 사건이 아닌, 내가 살아가고 있는 생활 속 일상에 있다. 특별한 어떤 것들은 일회적이지만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은 지속적이다. 다시 말해 평범한 것들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삶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있다. 이번 전시 『보통의 시선』 역시도 특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하고 일반적인 것들, 즉 '보통'인 것에 초점을 맞춰 기획되었다. 평범하게 보이는 일반적인 것들에 대한 시선과 예술적 태도로 보통의 것이 예술이 되는 순간을 그린다. 이는 오늘날의 예술과도 많이 닮아있다. 오늘날의 예술은 예술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형태가 삶의 깊은 곳까지 침투해있는 보통의 것들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때문에 이와 같은 보통적인 이미지가 오늘날의 예술현장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유의미한 접근이 되지 않을까. ■ 박천

이번 전시는 시안미술관의 신진 기획자 양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그동안 국내외 주요작가의 참여로 개최된 다양한 전시 및 문화예술 프로그램 사업을 진행해 오며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해 온 시안미술관은 이번 신진 기획자 양성 및 지원사업을 통해 열정과 아이디어가 풍부한 신진 기획자를 지속 배출하여 앞으로 예술이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모색하고 정체된 예술현장에서 독창성 있는 기획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자 한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8 시각예술창작산실 공간지원사업'의 후원으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가 대중에게 현대미술을 보다 편한 관점으로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나아가 지역의 청년 기획자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의 창작 인프라를 풍족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본 전시는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시각예술 창작산실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8년 시각예술 창작산실은 시각예술분야의 우수 전시 기획을 지원함으로써 시각예술 창작에서 확산까지 전 단계의 활성화를 도모합니다.

강민영_겹_캔버스에 유채_22×27cm×25_2018

강민영은 자연적인 풍경에서 생존적인 치열함을 관망한다. 자연 속 각각의 개체들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지만, 거시적으로 바라봤을 때는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찰리 채플린이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말한 것과 같이 그녀는 자연의 소리 없는 아우성에서 인간 삶과의 공통점을 찾는다. 그리고 그녀는 이러한 모순들을 각각의 프레임, 혹은 레이어로써 실제와 왜곡의 간극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영훈_나는 가만히 서(恕) 있었다. still20(2016)_잉크젯 프린트_100×150cm_2018

김영훈의 '나는 가만히 서(恕) 있었다.' 시리즈는 4년여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제작되었다. 특정 주제에 대해 구상하고 제작하는 일반적인 방식의 작업이 아닌, 그저 삶 속에서 문득 마주하게 되는 불특정한 장소들이나 사물들에서 지난 사건이나 경험에 대한 기억들을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담아낸다. 뷰파인더 속에 담겨진 장면은 그의 돌아가신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추억, 자신의 지난 일들에 대한 후회로 인화된다.

송수영_젓가락-나무_15×10×10cm_2010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사물이 새롭게 인식되는 때가 있다. 이를테면 '음식'이었던 족발에서 '작은 털'을 발견하고, '누군가의 다리'로 인식하게 되는 순간이다. 이러한 체험은 그 사물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그와 관련된 행동 양식, 심지어는 세계관을 바꿔 놓기도 한다. 송수영의 작업은 이렇게 일상적 사물에서 '작은 털'을 발견하게 한다. 이를 통해 사물의 이면에 가려진 의미, 혹은 잊혀진 과거를 다시 보게 한다.

신준민_Pink Mountain_캔버스에 유채_181×227cm_2018

일상을 거닐다 보면 우연히 반복되어 마주하게 되는 풍경이 문득 낯설게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어떤 풍경에서 먼저 경험되었던 기억과 감정들은 낯선 경험과 조우하여 그의 내면에 정서적 파장을 일으킨다. 그 정서적 파장은 보이지 않는 색채와 소리로 울려 퍼지며 감각적인 어떤 무언가와 겹쳐진다. 신준민은 이렇게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파장들을 그만의 독특한 감각적인 회화로 이끌어낸다.

이채영_섬_한지에 먹_132×162cm_2017

항상 지나다니던 한 길가의 그 집이 그날따라 이상하게 낯설게 보일 때, 이 모든 순간 일상이 우리를 느닷없이 강타하며 너와 나의 개별적인 일상이 그 실체를 드러낸다. 그리고 감정이 반응한다. 무심코 지나치는 평범한 풍경들 속에서 독특한 정서를 자아내는 곳이 있다. 이채영은 누구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거리들 속에서 다른 시간과 공간이 가동됨을 보여주고자 한다.

정욱_일상의 이면_설치_2018

정욱은 작업의 소재를 주변의 일상적인 사물들로부터 '발견'한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보통의 사물들은 예술적 목적에 의해 제작된 것은 아니지만, 보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작품보다 훨씬 가치 있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그의 작업은 평범한 시선을 특별하게 바라봄으로써 시작되고, 이러한 시선은 우리의 삶이 예술 그 자체로 확장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 시안미술관

Vol.20180706g | 보통의 시선 Ordinary gaz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