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8_0629_금요일_05:00pm
2018 SeMA 공간지원사업展
후원 / 서울시립미술관_서울특별시
관람시간 / 11:30am-06:30pm
서울혁신파크 SeMA 창고 SEOUL INNOVATION PARK_SeMA Storage 서울 은평구 통일로 684(녹번동 5-29번지) 서울혁신파크 5동 SeMA 창고 B Tel. +82.(0)2.2124.8818 sema.seoul.go.kr
능선을 따라 붉은 사하라를 매일 걸었다. 사하라에서 비를 맞고, 검게 변한 사하라도 보았다. 베르베르 아이들도 만났다. 모로코에 머무는 동안 매일 다섯번씩 '아잔(이슬람 기도)'소리를 들었다. 마라케시에서는 부르카를 쓴 여인의 우악스런 손에 끌려갔다. 아프리카에 내리는 눈을 맞으며 애틀라스 산맥을 넘고, 배를 타고 유럽과 아프리카를 경계 짓는 지브롤터 해협도 가로질렀다. 유럽대륙의 남단, 포르투갈 라고스에서는 끝없이 펼쳐진 북대서양 수평선 또는 '수평면'을 매일 보았다. 북아프리카의 사하라 애틀라스, 그리고 북대서양을 넘나들다 보니 내가 우주의 한 곳을 걷고 있고 난생처음 지구와 만난 것처럼 느껴졌다.
한편, 이슬람 국가에서 난생 처음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문명(Civilization)'에 관해 의문을 갖게 됐다. 고작 쿠키 서너개를 팔러나온 모로코 아이들, 비가 내리면 이내 무너져버리는 흙집에 사는 베르베르인도 보았고, 이런 모로코가 순수한 곳이라고 찬양하는 영국인도 만났다. ● 결국 '문명' 또는 '문명화'란 단어 자체가 오리엔탈리즘 같은 서양의 시선만을 반영한 건 아닐까, 또 이슬람 사회처럼 우리와 전혀 다른 문화를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의아했다. 이런 고민 속에서도 내 안에선 나도 모르는 사이 영국인에 대한 편견, 모로코인에 대한 편견 같은 또 다른 경계가 슬며시 생겨났다. 사람들의 순진한 바램과 달리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건 애당초 불가능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내가 목격하고 느낀 고민과 환상을 작품에 담아 전할 뿐이다.
결국 이번 전시는 지난 겨울 다양한 경계를 넘나 들며 떠오른 내 환상의 기록이다.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느낀 이슬람과 나의 경계, 문명과 문명의 경계, 포르투갈 북대서양과 사하라에서 느낀 대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설치와 영상, 드로잉에 담았다. ● 하지만, 작업을 마무리 하는 지금까지 여전히 의문이 든다. 나는 진정 그 숱한 경계를 보았던가? 애초에 그 경계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환상 아니던가?
사하라 하실라비드 마을에는 쿠스쿠스를 던지며 싸우다 모래산 속에 갇혀버린 베르베르인들의 신화가 전해진다. 모래산 속에서도 여전히 싸우고 있는 베르베르인들이나 온갖 분쟁과 전쟁을 이어가는 어리석은 인류가 다르지 않다.
그녀의 눈에 가난하고 어지러운 모로코는 순수 자체로 보인다. 그녀는 모로코가 변화하길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모로코에와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기로 변했다.
아프리카의 신, 놈모와 유럽 여왕이 만났다. 모로코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위성 안테나는 유럽을 향한다. 아프리카는 뒤쳐졌고 유럽은 앞섰나? 놈모는 아프리카의 도곤족, 신화에 등장하는 우주로부터 온 신이다.
베르베르인을 만났다. '고귀한 사람' 이마지겐(imazighen)이라 불린 이들은 사막과 함께 태어나고 사막과 함께 죽는다. 이들은 말한다. '나는 사막이에요, 내 몸에 사막이 흘러요' 베르베르인의 핏줄 속을 걷듯 이들을 따라 사막을 걷는다.
세상끝에 도착하니 수평선이 차곡 차곡 쌓여있다. 수평선이 아니라 수평면이다. 내게 이곳은 세상의 끝, 누군가에겐 세상의 시작, 누군가에겐 오줌싸는 곳, 물론 나도 덤불속에서.
수평선에서 나는 끝을 보지만 시작을 생각한다. 세상의 끝이 시작이다. 지구의 앞이 지구의 뒤다. 지구의 위가 지구의 아래다. 나는 지구 어디에 있나. ■ 이승연
Vol.20180628h | 이승연展 / LEESEUNGYOUN / 李承娟 / installation.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