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70302k | 임안나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8_0530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룩스 GALLERY LUX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7길 12(옥인동 62번지) Tel. +82.(0)2.720.8488 www.gallerylux.net
불안 유발자를 향한 퍼포먼스 ● 『불안의 리허설』은 지난 8년 동안 전쟁 무기를 소재로 한 『차가운 영웅』시리즈 작업 중 접하게 된 타인의 고통이 담긴 사진들과 죽음 불안을 유발하는 미디어 감응에서 시작되었다. 나의 대상은 폭력의 도구인 '무기'에서, 비참한 죽음을 당한 '사람'으로 필연처럼 옮겨졌다. 죽은 자와 산자는 사진을 사이에 두고 안과 밖에서 늘 만나고 있었다.
본다는 불편함. 생의 잔혹한 파국을 맞이한 주검들 사이 느껴지는 눈빛, 두 눈을 뜬 나와 동년배 여인의 시선은 모니터를 뚫고 나를 향하고 있었다. 뉴스 앵커는 그 사진을 어깨 위에 두고 격양된 어조로 비극이라고 했다. 비극의 크기는 테러로 인한 사상자 숫자와 피해액수로 환산되었다. 그리고 서울도 테러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뉴스와 그로 인한 재난을 가설하는 이미지들은 스키마로 쌓아졌던 수많은 참사의 장면들을 두서없이 소환하였다. 불편하기만 했던 사진 속 고통이 사진 밖으로 튀어나왔다. ● 불안의 문. 불안은 자꾸만 나를 어떤 장면 속에 넣어버린다. 불현듯 떠오르는 심신의 동요와 고통스러운 장면, 그건 리허설과 닮아있다. 사실적인 영화였는지 드라마틱한 뉴스였는지 분별 할 수 없지만 처참한 죽음의 장면들은 기억 속에 충분하게 저장되어 있었다. 내가 불안을 찾아 갔던지 불안이 나를 찾아 왔던지, 불안의 문을 열고 들어가 카메라 뒤에서라도 비극을 대면해 보고 싶었다. 모든 건 가상일 뿐 문 만 닫으면 곧 현실로 되돌아 올 수 있다. 단지 동행이 필요하다.
함께 한다는 것. 디스토피아적 상상에 참여할 사람들을 공개모집하였다. 안내 문구에 명시한 내용은 '한번 쯤 전쟁이나 테러로 인한 상해와 죽음을 상상해 보신 분'으로, 사건 직후의 '공포, 불안, 두려움, 망연자실, 눈물, 무표정 등 개인의 감정을 몸짓과 표정으로 자유로이 표현'해 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 행위의 목적은 사진촬영을 통한 예술 작품의 완성임을 사전에 공유하였다. 촬영은 한강공원, 광화문, 서울시청 앞 광장, 재난 훈련 현장 등 서울의 다양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의상, 소품, 분장의 사전 단계부터 감정의 극화(dramatize) 된 신체표현과 촬영까지 94명의 등장인물과 11명의 스탭이 함께 하였다.
페르소나. 중세인들에게 죽음의 두려움은 그 자체보다 신에게 회개할 틈 없이 찾아와 영생을 얻지 못하는 모르스 레펜티나 (mors repebtina), 갑작스러운 죽음의 시간이었다. 현대인들에게 그것은 억울한 죽음, 약자의 죽음 그리고 애도가 결여된 죽음 그 자체가 아닐까. 사진 속 등장인물들은 걱정 했던 것보다 훨씬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표정과 시선 그리고 포즈 중에서 내가 고른 것들은 나의 욕망이 투영된 모습들이다. 감독이 자신의 분신을 배우를 가면 삼아 영화 안에 존재하게 하고 표현하듯, 나는 두려움, 분노, 무력감 그리고 비애의 파국 속에서도 살아남은 자의 심경을 담은 하늘과 허공을 바라보는 시선을 선호했다. 신에게 완전하게 의지하지 않으면서도 나의 무의식은 감당하기 버거운 모든 것들을 버릇처럼 신에게 가져간다.
사진과 퍼포먼스. 사진과 사회 그리고 죽음의 오래 된 삼각관계의 악연을 생각해 본다. 사진은 사실을 증언하는 매체로서 등장 초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억울한 죽음을 재현하며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관계의 지속은 인간 본능에 자리한 죽음에 대한 애도와 불안에 근거한다. 사진은 불순한 의도와 불손한 유통 방식에 의해 오용되거나 오작동의 업(業) 또한 쌓고 있다. 나의 사진 작업은 사진의 실제 효과(마치 실제를 대리하는 듯한)를 활용하지만 상상을 통한 연출된 허구 또한 드러내고 있다. 인물들의 과장된 분장과 극적 퍼포먼스의 연출 요소들은 현실의 실제 요소들과 중첩되고 충돌한다. 이 전략은 비극적 이미지의 껍데기가 주는 상투적 감응을 방해하여, 사진 안에서 구현된 행위를 둘러싼 내러티브에 대한 주목을 유도한다. 우리(등장인물과 촬영자)는 연극적 놀이가 주는 쾌와 무리가 주는 안도감 속에 불안을 예술적 행위로 승화하여, 무기력한 구경꾼에서 죽음 불안 유발자를 향한 블랙 유머를 구사하는 퍼포먼스를 수행하였다. 『불안의 리허설』 시리즈는 그 과정의 증거품이다. ■ 임안나
Vol.20180530i | 임안나展 / LIMANNA / 林安羅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