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8_0529_화요일_02:00pm
참여작가 김도현_김상희_남유리_민주미_석수연 안재은_양재윤_양혜윤_이대영_이세린_이유나 정연주_최규리_최명원_최하영_한희원_허희영
기획 /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관람시간 / 11:00am~07:00pm
성신여자대학교 수정관 가온갤러리 SUNGSHIN WOMEN'S UNIVERSITY_GAON GALLERY 서울 성북구 보문로34다길 2(동선동 3가 249-1번지) Tel. +82.(0)2.920.7264
호흡이 가쁘다. 남북 관계, 북미, 중국, 러시아, 일본…큰 기대 속에 어느 하나 호흡이 가쁘지 않은 것이 없다. 벌써 남북의 미술 교류와 평양 비엔날레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4차산업혁명, 빅데이터와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꾼단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쏘아 올린 우주 로켓의 보조 추진체가 다시 돌아와 수직 착륙한다. 근데 그런 그가 곧 망할 지도 모른다는 기사들이 올라온다. 드론 수천대가 하늘에 현란한 이미지들을 만들어 대며, 경쟁하듯 그 수를 세어 기네스에 올린다. SNS 상에는 연일 자신들의 셀피와 여행, 전시, 음식들의 이미지가 쏟아지며 보는 이와 올리는 이 모두의 정신을 피로하게 만든다. 페이스북을 만든 저커버그는 이로 인한 사람들의 정신적 소외와 피로에 스스로 미안하다고 표현하였다. ● 미술계와 그 시장도 마찬 가지다. 입시부터 너무나 다양한 전형방법에 입시 자체를 공부하지 않고는 당최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십여년전 싹이 올라오는 듯 보이던 우리 미술시장은 불과 2-3년 웃자라다 2008년 미국 발 경제 한파에 그 뿌리를 잃는 듯했고, 오래 전 은퇴하신 줄 알았던 원로 선생님들의 단색화가 서구 시장의 트렌드와 맞물려 화려하게 부활했으며, 아프고도 뜨거운 역사의 기록이였던 민중미술이 촛불 혁명 이후 다시 미술관과 전시장으로 돌아왔다.
기존 시장의 외면에 일군의 작가들은 스스로 아트페어와 마켓을 만들고, 디지털 미디어로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들의 미술은 그들만의 특별한 감수성과 완성도를 가지고 기존의 갤러리와 엘리트미술계를 부정하며 자신들의 SNS 팔로워를 통한 새로운 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성신여대 동양화과의 크리틱 요청을 받고는 이러한 드라마틱한 변화와 불확실한 시대에 17명의 대학원생들이 어떤 꿈과 미래를 그리며 작업을 하고, 무슨 생각을 가지고 동양화라는 매체를 다루고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 그 걱정 어린 호기심과 궁금증은 학생들의 작품을 보고 이야기를 들으며 괜한 기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은 오히려 학생들이 아닌 나 자신의 근심은 아니었는지, 그곳에서 학생들은 한걸음 한걸음 자신만의 배움과 실험의 길을 걷고 있었다. 스스로의 관심과 이야기, 표현방법과 색감을 가지고 오랜 시간 쌓이고 실습된 먹과 안료 등의 전통 재료와, 합성수지와 섬유 같은 새로운 매체를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조금은 느리게 혹은 자기자신 만의 호흡으로 실험하며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표현을 종종 하곤 한다. 현대 미술판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더욱 자주 한다. 스케일과 대상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정말 새로운 것을 본 것은 언제인지 기억조차 가물 하다. 많은 스타일과 표현들은 돌고 돌아 오히려 옛 것과 본질적인 것으로 돌아가고 있다. 과학 기술계에서도 조차 완전히 새로운 것들 보다는 서로 다른 것들이 하나되어 새로워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 지고, 어딘가에 원래 있었던 것을 이제서야 발견하고 그 존재와 원리를 이해해 간다. ●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작년 여름 예술의 전당, 서예 박물관에서 있었던 츠바이스(제백석)의 전시가 떠오른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군더더기 없는 표현과 현대적 감각은 동양화 서양화를 떠나 후일 많은 작가들이 직간접적으로 그를 스승과 모티브로 따르고 있고, 전시 후반 이를 같이 보여 줌으로서 거장과 후대 그의 영향을 보여준 전시였다.
대학원은 배움의 과정에 있지만 학생의 신분보다는 이제 준 사회인이고,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자기만의 이야기와 언어를 만들어 가야 하는, 출발선에서 준비 운동을 하며 있는 예비작가이다. 이미 17명 여러분의 사주에 쌓인 업처럼 여러분은 새로운 미디어의 시대에 태어났고, 숨쉬듯 새로운 시대의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며 살고 있다. 새로운 표현방법과 언어를 찾아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스스로의 내면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여러분이 선택한 전공 매체의 정수를 향해 더 정진해 나아갈 때 새로운 세대인 여러분 자신의 본질과 그 정수가 만나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이번 크리틱 시간을 통해 만났던 17명의 작품들을 후일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또 만나 이야기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변홍철
Vol.20180528d | 416 프로젝트 2018-각자의 자리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