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8_0512_토요일_03:00pm
참여작가 강홍구_권민호_권인경_김대열_김민주_김범석 김봄_김수영_김억_김윤재_김주리_김지원 김학수_나형민_노주환_문신_민재영_민정기 박노수_박능생_박영균_박은영_박종갑_박준범 박홍순_백범영_변관식_사윤택_신수혁_신하순 신학철_안석준_안충기_오용길_오치균_유근택 윤세열_이김천_이마동_이상국_이상권_이상원 이여운_이응노_이재용_이채영_이철이_이철주 이현열_임택_정주영_정진용_정희우_조풍류 최덕휴_최헌기_최호철_함명수_황선태
주최 / (재)세종문화회관 후원 / 서울특별시_네오룩 협조 / 국립현대미술관_서울시립미술관 이응노의집(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_인주문화재단
관람료 / 일반 6,000원 / 청소년,어린이 4,000원
관람시간 / 10:30am~08:00pm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SEJONG CENTER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75(세종로 81-3번지) 1,2관 Tel. +82.(0)2.399.1000 www.sejongpac.or.kr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의 자체 기획 전시로 삼년째 이어지고 있는 화화(畵畵)시리즈가 올해는 「유유산수-서울을 노닐다」라는 주제로 5월 12일(토)부터 7월 8일(일)까지 진행된다. 화화(畵畵)는 그림과 그림, 그림속의 그림으로 한국회화의 정체성과 동시대 회화를 의미한다. 올해는 '산수'를 오늘의 시각으로 바라본 그림, 특히 서울을 기반으로 하는 산수와 풍경을 모았다. 매주 토요일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아트 리터러시 강화 교육프로그램 '미술로 토론하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 교육프로그램은 작품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토론하면서, 자연스럽게 작품 감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6월 16일에는 '예술창작과 도시풍경'이라는 주제로 학술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Ⅰ. 한양, '성시 속의 산림'을 실현한 조선의 도읍지 ● "그윽하게 한양을 보건대 안팎 산수 형세가 훌륭한 것은 옛날부터 이름난 것이요, 사방으로 통하는 도로의 거리가 고르며 배와 수레도 통할 수 있으니, 여기에 영구히 도읍을 정하는 것이 하늘과 백성의 뜻에 맞을까 합니다." (『태조실록』권 6, 3년 8월 신묘조) ● 태조 이성계(李成桂, 1335-1408)의 한양 천도를 적극 찬성한 관료 김사형(金士衡, 1341-1407)의 한양 예찬이다. 현재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의 역사는 매우 유구하다. 삼국시대에는 백제가 한강변에서 건국했고, 고려시대에는 도읍지 후보로 물색되어 '남경' 건설이 추진되었다. 조선 개국 이래 한양은 풍수지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간주하는 '장풍득수(藏風得水)', 즉 바람을 갈무리하고 물을 얻는 형상의 명당으로 주목받아, "제왕 만년의 터가 되어 하늘과 함께 대함이 없는", 왕도의 당위성과 권위를 지켜 줄 도읍으로 당당히 결정되었다.
한양은 조선 건국 이후 500여 년 동안 정치, 경제, 사회의 중심지이자 최고의 문화 공간으로 군림했다. 한양의 지식인은 재야 산림에 은거하기보다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도시에 머물면서 정치적 야망과 탈속적 은일을 동시에 실현하려 했다. 당나라 시인인 왕유(王維, 701-761)가 벼슬하며 수도 장안에서 멀지 않은 교외 부근에 너른 별장인 망천장(輞川莊)을 짓고 반관반은(半官半隱)의 삶을 살았던 것처럼, 조선 문인도 자신이 지닌 부와 권위를 드러냄과 동시에 처사의 삶을 즐기기 위해 한양 도성 안에 멋진 집을 지어 '성시(城市) 속의 산림(山林)'을 구가한 것이다. 모름지기 "마음에 은거하는 자는 시끄러운 곳에 있어도 고요하게 처신할 수 있는 높은 경지를 추구할 수 있다"고 여긴 까닭이다. ● 한양의 지식인은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정신을 맑게 하고 속세의 모든 것을 씻어낼 수 있는 청정 공간을 선호하여 소나무 숲이 우거지고 개울이 흐르며 전망이 좋은 그윽한 장소에 터를 잡았다. 특히 지금의 인왕산과 북악산이 만나는 지점인 북리(北里)는 경복궁, 창덕궁 등의 궁궐과 중요 관아와 가까운 조선의 요지였고, 남향이면서 배수가 좋은 명당이었다. 조선 후기 세도가들은 이 지역에 모여 살면서 신지식과 문화를 향유했다.
한양의 지식인이 가장 좋아한 도성 내 놀이터는 수려한 산과 아름다운 물길로 이루어진 한강이었다. 특히 지금의 옥수동에 해당하는 동호와 양화대교 부근인 서호는 한강을 구성하는 양대 호수로서 예술을 사랑한 조선 묵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들은 동호와 서호에 별서와 누정을 짓고 자연과 교감하며 시서화를 창작했고, 전문화가를 초청하여 한양의 풍광과 우아한 모임을 그림으로 주문했다. ● 18세기 전반 한양의 유거지와 명승지 그림을 가장 많이 남긴 인물 중에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이 있다. 진경산수화의 양식을 확립한 정선은 북리에 기거하는 경화사족의 주문을 받아 한양실경도와 명승도를 자주 그렸다. 정선 자신도 북리에서 나고 자랐고 이곳에서 학문을 연마하여 화가로 활동했기 때문에 북리의 세도가들과 남다른 친분이 있었을 뿐더러 그들이 원하는 그림을 잘 알고 있었다. 이렇듯 조선의 정치, 문화 중심지였던 한양은 사대부의 유교적 이념과 이상향을 표현한 시각물의 주요 소재였다. 그리고 도시 속의 은둔 즉 시은(市隱)을 소망하는 지식인들의 염원이 반영된 '귀거래'의 공간이었다.
Ⅱ. 서울, 역사의 자화상이자 시민의 심상이 투영된 거울 ● "인류의 가장 위대한 창조물은 도시였다. 도시는 가장 심원하고 지속적인 방법들을 동원해서 자연 환경을 새롭게 바꿀 줄 아는 인류의 능력을 입증하는 증거물이다. 또 인류가 하나의 종(鍾)으로서 상상력을 발휘하여 만들어낸 최고의 세공품이다." (조엘 코트킨, 『도시의 역사』(윤정희 역, 을유문화사, 2007), 24쪽.) ● 한국 근대성의 산실이자 경제 발전의 상징인 서울은 수많은 작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부여해 온 거대 도시이다. 각 시대에 따른 한국인의 생태와 물질문명을 오롯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매년 『畵畵』展을 마련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이 2018년도에는 『畵畵 유유산수-서울을 노닐다>를 기획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지역인 서울 시각물에 주목하여, 한 국가의 수도가 지니는 역사성과 각각의 시대적 표상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의 출품작 60여점을 살펴보면, 20세기 초 개화기에서부터 동시대에 이르는 서울의 다층적 면모가 발견된다. ● 우선 20세기 이후 서울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구한말의 한양은 경운궁을 중심으로 종로와 남대문로를 주요 축으로 하는 개방적 가로 구조가 계획되었고, 도로가 확장되어 전차가 다니기 시작하는 등 근대화 도시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1910년 강제 병합 이후에는 일본 제국의 식민지 지방 도시를 뜻하는 '경성(京城)'이라 명명되었다. 경성은 가로 구조의 도로가 격자 구조의 십자로로 전환되었고, 식민 통치를 위한 관공서와 서양 건축 양식을 갖춘 건물들이 들어서게 되면서 더욱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다. 서울특별시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탄생되었다. 6.25 전쟁 이후 완전히 피폐해졌지만 바로 복구 사업이 착수되었고 1960년대 들어서면서 건설과 개발의 박차를 가하게 되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제3공화국과 제4공화국이 추진한 급진적 도시 개발은 문화와 자본 생산이라는 순기능과 소외와 불평등이라는 부작용을 동시에 양산했다. 파행적인 산업화는 도시로의 폭발적인 인구 이동을 초래했고, 서울의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서 아파트를 비롯한 고층 건물이나 거미줄 같은 통신망과 교통망이 구축되기도 했다. 이러한 혜택으로 시민들은 편리한 일상을 만끽했지만, 고향 상실이라는 허탈함과 획일성, 익명성, 소비성, 이질성이라는 낯선 감정도 동시에 느껴야 했다. 88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국제화 시대를 맞이하여 서울은 더 이상 한국의 수도에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거점으로 전환되었다. ● 이러한 서울의 파란만장한 변천사는 이번 전시 출품작에서 고스란히 목격된다. 작가들은 서울에 내재된 복합적인 감성과 한국 현대사의 성장통을 입체적으로 표출했다. 1970년대에는 새롭게 건설된 고층 빌딩, 고가도로, 4차선 도로 등을 도해한 도시 진경화가 등장했고, 1980년대에는 도시의 개발과 문명, 도시의 삶에 젖어든 서민들, 소외와 불평등의 부작용을 암시하는 달동네, 격렬한 민주화 운동의 흔적 등을 표현한 도시 풍정화가 제작되었다. 관조의 대상이자 폐허와 개발의 공공 장소였던 도시 경관이 다양하게 재현된 것이다.
1990년대 이후에는 서울과 연관된 작가의 개인적 기억이나 감성을 드러낸 작품이 증가했다. 이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서울의 특정 장소나 서울 근교에 위치한 명승지, 예컨대 서대문, 광화문, 세검정, 정동, 인사동, 남산, 북한산, 도봉산, 인왕산, 남한강을 답사하고 그 지역의 풍경을 시각적으로 기록한 작품군과, 서울 안의 특정 장소에 녹아 있는 개인이나 집단의 경험과 인공 축조물의 상징성을 표출한 작품군이다. ● 전자의 경우 화가는 어슬렁거리며 서울을 구경하고 관조하는 산책자, 즉 '플라뇌르(flâneur)'가 된다. 산책자의 입장에서 서울을 파악하려면, 보고 걷고 밟고 만지는 직접적인 체험이 중요하다. 그 다음 단계는 직접적인 체험을 시각화하는, 즉 찍고 긋고 바르고 그리는 행위이다. 이 과정에서 작가만의 독특한 기법, 구도, 이동시점 등이 도입된다. 특히 서울이라는 경관의 시각화를 위해 독특한 관찰 방식이 중요한데, 이번 출품작에서는 왕백민이 언급한 관찰의 일곱 가지 방법, 즉 (1) 걸음걸음마다 보는 방법(步步看) (2) 여러 면을 보는 방법(面面看) (3) 집중적으로 보는 방법(專一看) (4) 멀리 밀어서 보는 법(椎達看) (5) 가까이 끌어당겨 보는 방법(拉近看) (6) 시점을 옮겨서 보는 방법(取移視) (7) 6원(곽희의 삼원법과 한졸의 삼원법)을 결합시켜 보는 방법(合六遠) 등이 골고루 활용되었다.
후자의 경우 화가는 서울이라는 특정 공간과 연결된 개인 혹은 집단적 경험과 기억이 무엇인지 골똘하게 생각하는 탐구자, 즉 '프로스펙뙤르(prospecteur)'가 된다. 탐구자의 입장에서 서울을 파악하려면, 서울에서 희노애락을 겪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며, 켜켜이 쌓여 있는 그들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제3의 상상으로 전환해야 한다. 서울이라는 공간에 형성된 감정의 결은 때로는 섬세하고 때로는 거칠다. 따라서 탐구자는 서울에 머물면서 평범하게 일상을 누리는 소시민의 자화상을 담담하게 재현하기도 하고, 도시라는 거대 권력이 저지르는 집단적 억압과 왜곡된 욕망을 분출하기도 한다. ● "신은 자연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는 영국 시인 윌리엄 쿠퍼(William Cowper, 1731-1800)의 말처럼, 지구상에서 인류가 보낸 시간은 도시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서울의 역사가 곧 한국인의 살아있는 역사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이번 전시에 출품된 60여점의 작품에서 여과 없이 확인된다. 각각의 시각물이 작가 개인의 자서전이자, 서울을 함께 체험해온 시민들의 공통된 증언이기 때문이다. ■ 송희경
* 참고문헌 - 신정훈,「경성의 삶과 회화: 조선미술전람회 입선작으로 본 1920-30년대 미술과 도시」, 『미술자료』91, 국립중앙박물관, 2017 - 李順未,「朝鮮後期 鄭敾畵派의 漢陽實景山水圖 硏究」,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2 - 최태만,「현대 한국미술과 도시문화 : 1980·90년대 미술에 표현된 서울의 도시풍경을 중심으로」, 『동악미술사학』11, 동악미술사학회, 2010
□ 부대행사 1-미술로 토론하기 아트 리터러시 Art Literacy 강화 교육프로그램: 행복한 감상자를 만들기 위한 교육으로 '토론'을 통해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하고, 타인의 감상에 귀 기울이는 시간 - 개별 전시감상 -> 토론 및 워크시트 -> 단체 도슨트 해설 - 입장권+교육비: 성인 20,000원, 어린이 18,000원 - 교육주최: 문화콘텐츠교육연구소 담 - 예매: www.sejongpac.or.kr 02-399-1151
□ 부대행사 2-학술행사 - 주제: 예술창작과 도시풍경 - 일정: 6월 16일(토) 13:00 - 장소: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 - 대상: 작가 및 미술에 관심 있는 일반인(참가비 무료) - 주관: 동서미술문화학회 - 문의 및 예약: 02-399-1151
Vol.20180512d | 화화(畵畵)-유유산수-서울을 노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