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8_0504_금요일_05:3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수요일_0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비컷 갤러리 B.CUT casual gallery & hairdresser's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라길 37-7 Tel. +82.(0)2.6431.9334 blog.naver.com/bcutgallery
5월 B.CUT 비컷 갤러리, 『산책』展은 계절이 주는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다섯 작가의 작업을 만날 수 있는 기획전으로 진행된다. 전시에 참여하는 박병춘, 양홍수, 이용석, 이현열, 최현주 작가는 명목상 홍익대 동양화과 선후배 사이로 말할 수 있으나 이들의 관계를 그렇게 단정 짓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길게는 삼십여 년의 시간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부부로 혹은, 친구이자 동료로 삶을 나누었고, 앞으로 더 긴 시간을 공유할 사이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작업 또한, 한지에 수묵과 채색,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니 동양화란 특정 장르로 공통점을 찾는 것도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작업 방식과 태도에 있어서는 유사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야외에서 사생을 즐긴다. 곧잘 지방으로 스케치 여행을 떠나서 같이 그림을 그리기도 하니 작업 방식과 태도는 자연 경관이 빼어난 곳에서 동료와 그림을 그리며 친목도 도모했던 실경산수화의 전통을 잇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화판을 펼치고 자연을 바라보며 가진 동시간의 기억은 계절마다 바뀌는 자연에 순응하고 위로받는 삶의 지혜가 되어 각자의 작업에 나누고 있다. ● 작가의 작업을 하나씩 살펴보면, 이번 『산책』展을 실질적으로 기획한 박병춘 작가의 '남도 여행 – 붉은 밭이 있는 풍경'은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대지에 대한 작가의 찬사와 흠모가 담겨 있다. 초록의 보리싹, 모종이 심어진 검은 비닐과 어우러진 붉은 밭고랑은 마치 꿈틀대는 혈관을 연상할 정도로 살아 숨 쉬는 듯하여 묵직하게 그려진 먹구름도 충분히 띄울 수 있는 생동감을 보여준다. 작가는 남도 여행 시리즈를 '남도의 초상화'라 한다. 붉은 땅의 남도가 억척같이 살아내셨던 우리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 작업이 작가 스스로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아버지에게 헌정하는 초상화가 아닐까, 미루어 짐작해본다. ● 양홍수 작가의 "숲"은 설핏하게 채색된 풍경이 수묵의 담백함을 더 돋보이게 하는 작업이다. 기억을 더듬으며 자연에 동화되어 가는 심상을 작가는 덩어리로 보이는 숲은 수묵으로 그려 변함없는 자연을, 중간중간 옅게 채색한 풍경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는 자연으로 그려 감상자도 쉽게 공감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마치 우리를 천천히 숲길을 걷도록 유인하고 겸허함을 배우는 시간을 내준다. ● 이용석 작가의 '붉은 정원-꿈' 과 '정원-꿈' 시리즈는 보다 작가적 시점으로 풍경을 해석한 작업이다. 부감법으로 그린 풍경은 작가 노트에서 밝힌 대로 이상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초월한 존재의 시점에서 바라본 것이다. 특히 작가의 능동적인 현실 인식을 반영한 주조색인 주홍은 화면을 구성하는 붉은 강, 코끼리, 그리고 달과 어우러져 감상자에게 지친 일상을 벗어나도록 경쾌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 이현열 작가는 비컷 갤러리에서 작년 이맘때 개인전을 하여 좀 더 친숙하다. 작가의 생각은 최대한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를 정성스럽게 그리는 그의 작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연을 바라보며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소소한 행복이나 감사함을 담고자 한 그의 그림에서 감상자도 그 온기를 공유한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빌려 세상을 바라보는 게 예술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라면 그의 작업은 이미 굉장한 매력을 획득했다. ● 마지막으로 다섯 작가 중 유일한 여성인 최현주 작가의 작업은 꽃이 있는 정물이란 작업의 소재만으로도 섬세한 감정이 확연히 드러난다. 하지만 보다 두드러진 특징은 내러티브를 삽입한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작가는 두 개의 그림을 통해 상황과 심리가 어떻게 바뀌어 갔는지를 드러낸다. 지극히 사적 감정의 흐름을 표현했지만 누구나 공감 가능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히, 소재의 선택과 내러티브의 배경을 쓴 작가 노트를 읽으면 타자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작품 속에 담으려한 작가의 세심한 의도가 보인다. ● 앞서 살펴본 대로 다섯 작가의 작업은 이해하기 위해서 감상자가 지식을 동원하거나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오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편안하게 다가서면 보이는 작업이다. 신비하거나 새롭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여도 상관없다. 한번 더 들으면 어떨까, 친밀하게 공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린 위안을 받는다. 이전에는 숲 전체를 보려 했는데, 이제는 산책을 하면서 숲을 이루는 한 그루 나무, 한 포기 풀, 이끼, 바람이 보인다는 박병춘 작가의 말처럼 오랜 시간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준 다섯 작가의 이야기를 5월B.CUT 비컷 갤러리 『산책』展에서 만나보자. ■ 비컷 갤러리
남도풍경의 매력은 드넓은 땅과 구릉이 만들어 내는 우아하고 세련된 곡선의 아름다움에 있다. 작은 언덕을 넘으면 또 다시 나타나는 언덕 그리고 그 언덕을 넘을 때마다 펼쳐있는 크고 작은 밭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꼴의 대지는 나를 완전히 사로잡는다. 마치 그것은 몬드리안의 그림을 입체로 펼쳐놓고 그 위에 선을 그은듯한 매력을 풍긴다. 붉은 땅, 그것은 내가 남도의 풍경 중에 가장 좋아하는 대상이다. 끝없이 이어진 언덕과 들판, 그리고 붉은 흙, 그리고 그 위를 가로질러 죽죽 그어진 밭고랑의 자유스러운 곡선, 그 밭고랑을 덮은 검은 비닐이 만드는 규칙적인 패턴의 긴 선과 겨울을 이기고 봄 햇살에 생기를 찾은 보리밭의 녹색 띠, 그 위로 둥둥 떠다니는 구름이 만들어 내는 장관은 그 어떤 대지미술보다 감동적이다. 남도 풍경의 매력은 봄에 있다. 아지랑이 피는 남도의 붉은 언덕을 지나다보면 대지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위대한 생명력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남도여행 풍경 시리즈는 내가 그동안 남도를 여행하며 기억했던 모든 것을 담은 남도의 초상화라고 할 수 있다. ■ 박병춘
계절의 반복 속에 찾아오는 자연이지만 숲은 비슷한듯하면서도 한번 도 똑같은 모습으로는 우리를 맞이하지 않는다. 어제의 모습이 오늘 다르고 오늘도 내일이면 변한다. 같은 곳을 다시 찾아 같은 나무 같은 하늘을 보아도 흐르는 시간은 그곳을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어 나에게 보여주며 나또한 어제의 내가 아니니 난 오늘 또 새로움을 본다. 자연이라는 다소 거창한 말 보다는 그냥 눈을 돌려보면 보이는 주위의 것들에 여유를 담아 눈길을 주다보면 그곳에는 풀 나무 바위 물을 비롯한 수많은 무엇들이 존재하며 그 속에는 내가 볼 수 있는 것뿐 아니라 미쳐 느끼지는 못하지만 수많은 크고 작은 생명들과 바람의 움직임이 있고 또 언제 인지도 모를 기억들과 추억들이 그 속에 묻어 있는 것을 느낀다. 한적한 길에서 처음 본 풍경 속에 예전에 본 듯한 정겨운 기억의 파편들이 있고 그 속에 들어서면 그것들은 또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나를 아련한 시간의 기억 속으로 이끈다. 그런 곳을 찾을 때마다 나또한 그곳의 한 존재가 되어 빛과 바람, 냄새와 속삭임 속으로 빠져든다. ■ 양홍수
정원-꿈18-41은 붉은 정원 시리즈와 함께 2013년부터 진행된 연작 형식으로 작가의 희망을 담은 미래의 심리적 공간을 표현한 작품이다. 화면의 주된 색조는 붉은정원 시리즈의 붉은색에서 변화를 주어 흰색을 섞은 연한 주황의 색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색은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는 메마른 현실의 색이 아닌 서로를 따스하게 감싸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심리적 색이라 할 수 있다. 화면 전반을 이루고 있는 붉은 색조는 태양, 따스함, 생명의 에너지를 나타내며, 미래의 희망을 상징한다. 그리고 꿈틀거리는 숲은 현실의 불안한 상황을 극복하고자하는 작가의 심리적 상황과 연결시켜 이미지화하였으며, 이상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표현한 것이다. 강위를 유영하는 코끼리는 신성한 존재, 힘, 행운 등 종교적 상징보다는 작가 자신 혹은 힘들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아보려 하였다. 또한 화면위에 떠 있는 달은 힘들고 어두운 현실 속 에서 현대인들에게 한 줄기 빛을 주는 미래의 유토피아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 이용석
그림을 그리며 화가의 직업으로 살기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살아온 것 같다. 그들이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아마도 부모님이거나 은사님이거나 형제, 자매이거나 의로운 친구 그리고 동료일수 있다. 아니면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그 누구일지모르겠다. 어찌됐든 나는 붓을 들고 살아가는 이상 인생 채무자이다. 누구나 한 인생을 살면서 누구에게 의지하고 부대끼고 마음의 빚을 가진 것처럼 나 또한 43년간 수많은 빚을 지고 살고 있다. 인생을 저당 잡힌 채로 누군가에게 그 이자를 갚으며 살아가야한다. 그리하여 나는 그림을 그리는 여러 이유 중에 색을 칠하고 선을 그리며 인생의 빚을 청산해 간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빨갛게 물든 꽃잎이 수없이 달린 봄꽃을 그리며 그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파란 하늘과 노란 평야를 그리며 그들에게 노스텔지어의 풍경을 선사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름 미천한 재주를 통해 하나씩 빚을 갚아 나가는 중이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1년이다. 나는 현재 지구가 태양을 43바퀴 돌 동안 살아왔다. 앞으로 몇 바퀴를 공전(公轉)하는 동안 살아갈지 모른다. 15바퀴 혹은 40바퀴... 유한한 인간의 삶을 생각해볼 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되짚어 보게 된다. 최근에 화가로써 마음 다짐을 새롭게 하기도 했다. 내가 살아가는 이 땅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록하고 그 작업을 통해 나를 기록하자는 것이었다. 한국이라는 땅에 태어나 보고 느낀 아름다운 것들을 새것으로 만들어 누군가에게 기쁨을 누군가에게 위로를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 내 삶의 이유를 증명하고 싶은 발로인지도 모르겠다. 꽃을 그리는 작은 마음으로 풍경을 그리는 큰 마음으로 우리 세상을 마주하겠다. ■ 이현열
미국에서 사는 동생이 화이트 데이에 분홍장미와 분홍카네이션이 가득한 꽃 한 다발과 빨간 문어 인형을 한국에 사는 나에게 보내주었다. 꽃이 시들까 봐 매일매일 잊지 않고 물을 갈아 주었고 화병은 작업실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매일 그 꽃들을 돌봤다. 항상 연락을 주던 동생이 갑자기 연락이 없었다. 정성스럽게 돌보던 사랑하는 고양이가 암으로 죽은 것이다. Mr.Lee 라는 이름을 갖은 고양이가 떠난 후 그를 마음에서 떠나보내기까지 동생 부부는 한참이 걸렸다. 매일 물을 갈아주었지만 꽃들도 시들기 시작했다. 나는 시들어 바삭바삭해진 꽃을 쓰레기통에 버릴 수가 없었다. 마른 꽃과 잎을 모아 접시에 예쁘게 담아 화병이 있던 자리에 얹어놓았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랑과 추억을 모아 그림에 담았다. ■ 최현주
Vol.20180503c | 산책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