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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425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2(경운동 64-17번지) Tel. +82.(0)2.733.1045 www.grimson.co.kr
Ⅰ. '이 작품은 무엇을 표현(그린)한 것 입니까?' '이번 작품전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작품전을 열 때 마다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다. 그런데... 반복되는 질문과 옹색한 답변 속에서 세상사람들이 그림에 대한 인식 아니 그 보다는 그들이 예술을 통해 무엇을 기대하고 충족시키자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예술을 무엇이라 정의하든 그것과 별개로 그들은 그림을 통해 잊고 있던 감흥에 젖어들 수 있길 바라며, 나아가 가보지 못한 언덕너머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듯 하다. 세인들의 그림에 대한 이러한 욕구는 예술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근원적 질문과 연결된 예민한 부분이다.
근대 산업사회의 진입과 함께 화가들은 앞다투어 그림에 과학과 철학을 끌어들였으니, 소위 인상파에서 모더니즘을 거쳐 개념미술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런데... 과학적 시간과 이성적 조형언어의 끝에서 어느 순간 사유의 대상으로 변모한 그림들을 마주하며 세상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과학과 철학이 감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언제나 북적 이는 인상파 거장들의 전시장에서 과연 몇 사람이나 인상파 작품들이 철저히 감성을 배제한 이성과 과학적 시각의 결과물이라 생각할까? 인상파의 성공은 과학과 이성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배제시키고자 그토록 노력했던 것에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는 요소가 있었기 때문은 아닌지 냉정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상파 거장들의 작품은 조금 느슨한 듯한 표현 속에서 넉넉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전해오고, 그것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까닭에 세인들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으로 접근하였던 것 아닐까?
Ⅱ. 오늘날 미술은 과학과 철학 너머 정신분석학의 세계까지 끌어들이며 확성기 볼륨을 높여댄다. 큰소리로 떠들어야만 상대의 이목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예술가와 저자거리 상인들의 외침은 얼마나 다른 것일까? 사실 후기자본주의 예술을 이끄는 주된 원동력이 시장의 논리임을 부정할 수 없으니 당연한 귀결인가? 혹자는 이 지점에서 예술도 시장 없이 존재 할 수 없음을 역설할지 모르겠다. 물론 옳은 말이다. 그러나 예술을 이끄는 주된 논리가 시장논리라면 예술가는 어느 구석에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어야 할까? 급기야 어떤 예술가는 자신은 그림이나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철학자라 했다지... 예술을 지배하는 것이 시장논리라면 시장의 법칙에 따라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는 것이 차라리 양심적인 생산자이다. 그러나 콧대 높은 예술가는 아니 콧대를 높여야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무시하며 지적 우월감을 과시하고자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어설픈 철학과 개념들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대다수 미술사가들은 '현대 미술은 과거 귀족과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예술을 대중 속으로 이끌어 냈다'고 한다. 과연 그런 것일까?
예술작품의 소유와 소비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예술 작품을 접할 때 느끼는 감흥에 주목하면 현대미술은 과거에 비해 오히려 보편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이는 어쩌면 인간의 근원적 감성 혹은 특성과 유리된 현대미술이 도달한 막다른 골목 아닐까? 이 지점에서 근대 과학과 이성의 끝에서 태어난 모더니즘 회화론을 되돌아 보게 된다. 이성과 과학으로 정제된 조형론으로 설사 완벽한(?) 결과물을 도출해 내어도 그 완벽성과 별개로 화가는 그것으로 무슨 감흥을 줄 수 있는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모더니즘을 이끌어 낸 회화와 달리 정작 모더니즘의 꽃이 핀 곳은 Design과 건축인 이유가 무엇일까? 산업기계의 도움을 받아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던 영역과 상대적으로 산업기술을 접목하기 어려운 회화의 특성 때문은 아닐까? 한마디로 오랜 세월 인간의 눈을 끌던 예술의 기예적 측면을 모더니즘 회화가 무시한 결과이자 철학과 개념을 위해 감성을 자극하는 예술적 요소를 잃어 버린 어리석음이다. ■ 이성현
Vol.20180425f | 이성현展 / LEESUNGHYUN / 李成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