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킴스아트필드 미술관 KIMS ART FIELD MUSEUM 부산시 금정구 죽전1길 29(금성동 285번지) 제1전시관 Tel. +82.(0)51.517.6800 www.kafmuseum.org blog.naver.com/kafmuseum
킴스아트필드 미술관은 2013년부터 매년 『실기실을 주목한다』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는 부산의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기획전으로, 대학이라는 제도권 미술교육의 장과 비영리 미술현장인 미술관을 연결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킴스아트필드 미술관은 『실기실을 주목한다』전을 통해 부산 소재 미술 대학 출신의 신진작가를 발굴 소개하고, 작가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2018 『실기실을 주목한다』 전에서는 부산 소재 대학 출신의 작가 4인이 참여한다. 지난해 『실기실을 주목한다』 전의 주제가 경제위기, 세대갈등, 소수자 인권 등 현실 속에서 당면한 다양한 문제들로부터의 '불편함'이었다면, 올해에는 대중문화나 취미 등을 소재로 하여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들을 선정하였다.
박다혜 작가는 「0-15」, 「18-24」에서 작가가 그 나이 때에 느꼈던 감정들을 담았다. 「0-15」에서는 최근 어린이 및 청소년 층에서 유행하고 있는 '액체괴물'을 재료로 삼았다. 사회는 출생률 저하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태어난 아이들을 잘 키우는 데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회는 개인에게 청소년기가 지나면 '당연히' '철이 들기'를 기대한다. 최근에는 '철이 덜 든', '아이 같은' '아이들 같은 감성이나 취향을 가진' 어른을 '키덜트(kidult)'라고 부르며 이들을 대상으로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릴 때의 감성으로 돌아감으로써 정서적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를 꾀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구가 키덜트 문화로 나타난 것으로 본다. 박다혜 작가의 작품은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어른이 되지 못한 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두가 억지로 어른이 되어가지만,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의 마음은 어른의 육체 속에서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작품 「18-24」에서 역시 작가는 방황을 이야기한다. 밝은 미래를 꿈꾸며 세상에 서지만 갓 세상에 나온 젊은이들은 당연히 모든 것에 서투르다. 무엇이 옳은지,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얽히고 설킨 상황들 속에서 확신없이 흔들린다. 학생은 모르는 것이 당연하고, 사회초년생도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들은 배워야 하고, 사회는 이들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그런 차원에서의 교육을 제공하고, 그들이 자라기를 기다려주는지는 의문이다.
서민정 작가는 요즘 유행하는 '인형뽑기'를 소재로 한다. 우후죽순 생겨난 인형뽑기방과 그 열풍의 원인은 키덜트 문화의 원인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해소' 이다. 이미 어른인 키덜트족이 어릴 때의 향수를 느끼고자 관련 상품을 소비하는 것과 달리 인형뽑기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렴하고 단순하며 결과물을 즉시 얻을 수 있는 인형뽑기는 그야말로 인스턴트 시대의 극단에 위치한 취미활동이다. 인형을 뽑지 못하면 돈을 날리게 되지만, 다른 도박들과는 달리, 연습하면 나아질 것이라는 가능성도 주어진다는 데서 오히려 다른 도박들보다 더 질이 나쁜 것인지도 모른다. 인형뽑기를 둘러싼 현실을 서민정 작가는 너무나도 귀여운 인형의 모습 속에 숨겨낸다. 알록달록하고 예쁜 색깔, 만지고 싶은 털 껍데기를 두른 릴로와 스티치, 토토로는 상자 속에서 선택 받기를 기다린다. 이러한 상황은 마치 애완동물 가게 쇼윈도우 속의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들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인형은 단순히 상품일 뿐이지만, 우리는 상품만을 '픽(pick)' 하는 것은 아니다. 미스코리아에서 프로듀스 101까지, 선택은 '투표'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기에 이르렀다. 프로듀스 101의 캐치프레이즈이자 오프닝을 장식한 노래는 노골적으로 "픽 미 픽 미(pick me, pick me)"를 속삭였다. 서민정 작가는 작품들에 「픽 미 토토로」, 「픽 미 스티치」라는 제목을 붙임으로써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뽑고 싶은 욕망, 뽑히고 싶은 욕망을 상기시킨다.
전아영 작가는 불규칙적인 형태에 대해서는 불편함을 느끼고, 오차 없이 딱딱 들어맞는 형태에 매료되었다. 작가는 이러한 강박에 가까운 심리를 퍼즐과 연결지어 작업하였다. 각각의 퍼즐은 크기와 형태가 다르지만 유동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천과 솜을 이용하여 제작되었다. 오차 없이 딱 떨어지는 형태나 결과에서 얻어지는 쾌감은 만드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러한 형태나 결과를 추구하도록 만들지만, 규칙에 대한 강박적인 추구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작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내면 속의 어떤 부분들을 표현하는데, 전아영 작가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러 개의 고정된 사각 틀 안에 자유롭게 담긴 퍼즐들을 통해 작가는 규칙과 구도에 대한 강박의 심리를 해소하고자 한다. 네모 반듯하게 제작된 틀과 퍼즐의 형태는 보는 이에게 쾌감을 준다. 이러한 형태들 속에서는 '반듯함'에 대한 추구가 엿보인다. 반대로 퍼즐의 재료와 작품이 설치된 방식은 가볍고 자유로워 마치 아무렇게나 놓인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작가는 딱딱함과 부드러움, 규칙과 불규칙을 동시에 제시하며 작품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자 한다.
최윤세 작가는 생명과 윤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낚시가 취미이다. 그 과정에 재미를 두고 있기 때문에 잡자마자 바로 놓아준다. 주로 잡히는 것은 배스라는 외래종인데, 배스는 현재 국내의 강에서는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종종 "배스는 살려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한다. 여기서 작가는 다양한 의문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 물고기는 (외래종보다) 더 존중받아야 하는가?" "배스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만 그것이 낚시꾼이 반드시 배스를 죽여야할 이유가 되는가?" 우리는 은연중에 모든 생명의 가치를 동등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급을 매기고 있다. 작가는 기예르모 베르가스의 「굶어죽은 개」에 대한 여러 의견들을 예로 들고 있다. 작가는 더 나아간다. "그렇다면 식물은 생명으로서의 존중을 받을 수 없을까? 나무를 베고, 그것을 조각하는 행위 역시 넓게 본다면 생명을 죽이는 행위가 아닌가?" 화면 속에서 작가는 본인의 신념에 반하여, 칼로 생선을 자른다. 죽이지 않고 놓아주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한 번 만에 고통 없이 죽여주는 것도 자비의 일종일 것이다. 작가가 생선을 자르며 생선에게 하는 말들은 이 부분을 상기시킨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생태계에 해가 된다고 판단되는 동물을 죽인다"는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사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장지원
Vol.20180424g | 실기실을 주목한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