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8_0423_월요일_05:00pm
관람시간 / 09: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공;간극 SPACE KEUK 서울 중구 세운청계상가 다/라열 301호 www.spacekeuk.com
입체적 평면과 평면적 입체의 현상학 ● 온기를 방사하는 할로겐 조명은 삼면이 유리로 된 정방형의 전시 공간 내부를 가로지르고 바깥으로도 조금 새어 나온다. 불투명한 붉은 아크릴판을 배경으로 한 작품 하나가 전시장 입구 맞은 편 벽에 걸려 있다. 천장에 매달린 투명 아크릴판에 부착된 네 개의 홀로그램 작업은 이제 막 입장한 관람객을 비스듬히 향해 있다. 아크릴판에 새겨진 기하학적인 이미지는 실제 건축을 이루는 여러 부분들을 묘사한다. 이는 마치 부착된 홀로그램의 주위에 해체된 건물을 느슨하게 재구성한 것 같다. 전시된 작품들은 가볍고 신축성 있는 외피처럼 빛을 입고서 벽과 바닥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때때로, 이리저리 걸음을 옮기며 홀로그램 속 가상 공간을 살피던 관람객이 옆이나 뒤에 걸린 다른 작품을 무심코 건드릴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작품을 관통하거나 반사하는 빛이 만든 그림자도 같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고정된 물리적인 전시 공간이 유령처럼 부유할 수 있는 존재로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이다.
『Flat Light』 (공;간극, 2018. 4. 23. - 5.5.)는 공간에 관한 반사식 홀로그램 작업들로 이루어진 박정원의 첫 개인전이다. 이 전시에는 상이한 속성들이 빛과 그림자처럼 쌍을 이루고 있다. 즉, 매체 특성상 광선들 사이의 간섭파장을 이용하여 과거 특정 시공간을 점유했던 대상을 기록하는 홀로그램 작업은 사진과 같은 지속성과 보존성을 띠면서도, 개별 주체가 그것들을 마주한 시간, 위치, 전시환경 등에 따라서 각기 다르게 인지될 수 있다는 가변성을 띠고 있기도 하다. 또한, 삼차원적 입체감을 평면에 구현하면서도 아크릴의 물성과 홀로그램 필름의 물리적 제약을 통해 그 입체감이 허상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다른 한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조명 및 작품의 배치와 반복적인 사각 프레임을 이용해 어떤 지향성과 안정적인 구조를 구축하려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투명 아크릴판에 새겨진 곡면과 무언가 쏟아져 내리는 듯 그어진 촘촘한 선들, 원 대상과는 다르게 왜곡되는 그림자 등을 통해 그러한 질서를 흐리기도 한다.
이와 같은 서로 다른 속성들은 회화의 원근법, 미니멀리즘 등의 기존의 미술사적 접근과 가상현실로 대변되는 동시대 환경의 혼재, 그리고 그것들 사이의 간극을 가시화한다. 기록할 때와 동일한 진동수를 가진 파동을 이용하면 저장된 홀로그램 상을 재생할 수 있는데, 이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대상의 복제 가능성과 원본성의 부재를 상기시킨다. 일례로 「Layer_로또가 되어도 일을 해야 한다」는 3차원적으로 공사현장을 담은 데니슈크 타입 홀로그램 바로 아래에 원근법이 적용된 계단 이미지를 병치하여 대비시킨다. 시선 방향과 평행한 모든 선들이 고정된 소실점으로 수렴하는 원근법 회화의 경우 재현된 대상을 정확히 감상하기 위한 하나의 고정된 위치가 존재하지만, 넓은 화각 덕분에 여러 위치에서도 재현된 상의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홀로그램은 감상을 위한 보는 이의 고정된 위치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홀로그램 상을 가장 왜곡없이 보기 위해서는 특정 반경과 눈높이, 기록할 때와 동일한 조명의 각도와 같은 제한들이 수반된다는 사실, 그리고 원근법과 마찬가지로 광학 홀로그램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바가 평면 안에서의 일루전이라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홀로그램을 회화와의 관계 속에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 전시의 몇몇 측면들은 미니멀리즘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어느 정도 두께가 있는 아크릴판의 물성 자체가 부각되고, 관람객이 전시 공간을 가로지르며 설치된 대상을 체험하게 하며, 레이저 커팅기 등을 이용한 기계적인 제작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미니멀리즘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공간, 대상, 관객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이번 전시에서는 공간 외벽과 전시 대상의 투명성으로 인해서 퍽 모호해진다. 빛을 투과하는 특성이 재료의 물성과 중량감을 휘발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순한 기본 구성단위가 반복되는 미니멀리즘 작업과 달리 이 전시에 선보인 작업들에는 서로 다른 시각적 요소들이 일정한 규칙 없이 배치되어 율동감을 자아낸다.
즉, 『Flat Light』는 전근대와 근대의 몇몇 미술사적 양식들에 얼마간 기대어 있으면서도 완전히 기대지는 않고, 또, 서로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속성들을 함께 드러내 보임으로써 더이상 이전과 같이 고정된 좌표를 그리거나 읽기가 어려워진 동시대 미술의 현실을 환기시킨다.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분명히 실재하는, 빛을 매개로 한, 관념과도 같은, 명확한 지시체가 없는 가상의 공간 안에서 우리는 이내 좌표를 상실한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조감하는 시선으로 포착된 「Layer_소란한 B」와 「Layer_일상」의 풍경 속에는 소규모 인체 모형들을 이용해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데, 개개의 구체적인 얼굴을 구별할 수 없는 이들은 공간감을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 상황에 스스로를 투사해 보기란 퍽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이 '거기에 없다(「I am not there」)'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도 눈 앞에 놓인 이러 저러한 공간과 대상을 지각하며 얻게 된 현존에 대한 감각은 혼란과 상실감 속에서도 '나'를 분명히 '거기에 있'는 것으로 믿게 한다. ● 요컨대, 이 전시는, 없음과 있음, 차단과 노출, 가벼움과 중량감, 가상과 실제, 지속성과 일시성, 고정과 유동 사이를 기웃거리며 빛의 동력을 통해 평면 안의 입체와 평면적인 입체를 지각하는 일에 관한 것이자, 그 복잡한 위상차를 단순하게 환원하지 않고 마주하려는 어떤 의지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 손송이
Vol.20180423d | 박정원展 / PARKJEONGWON / 朴廷垣 / holography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