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8_0417_화요일_05:00pm
기획 / 문소연 보조 / 김다원 사진 / 문진웅 디자인 / 문수경 후원 / 문채지
관람시간 / 10:00am~06:00pm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Hongik Museum of Art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94 홍문관 2층 Tel. +82.(0)2.320.3272~3 homa.hongik.ac.kr
한국 현대미술사의 또 다른 우회로: 문우식의 1950~60년대 회화 ● 문우식(1932~2010)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자주 거명되는 작가다. 일찍이 1950년대에 『4인전』(1956)과 '현대미술가협회' 창립전(1957)에 참여했으며, 조선일보 주최 제1회『현대작가초대미술전』(1957)과 '신상회'의 창립전(1962)에도 출품한 바 있다. 이렇듯 다른 작가들에 비해 앞선 행보를 보였음에도, 문우식의 작품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유족들의 노력 덕분에 이번 전시회에서 그의 1950~60년대 회화 작품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작품들은 한 개인사를 넘어서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귀중한 사료다. ...졸업 전시회에 출품했던 「자화상」(1955)의 경우, 얼굴을 클로즈업한 구성, 시니컬한 표정으로 한쪽을 바라보는 시선, 묘사적인 붓터치가 사라진 평면 처리, 피부색 위에 덧바른 대담한 원색, 인물 배경의 청색과 상의의 붉은 색 대비 등, 한 해 전의 사실적인 화풍에서 벗어나, 작가가 새로운 조형세계를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화풍의 변화는, 당시 홍대 교수진이 김환기, 박고석, 정규 같은 모던한 화풍을 구사하던 작가들이었다는 점, 그리고 문우식이 학교 밖에서 만났던 이대원, 이중섭 같은 화가들이 구상적이면서도 표현적인 화풍을 구사한 작가들이었다는 점과 연관을 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대담한 색채 대비는 문우식의 1960년대 추상 작품에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인데, 그가 이처럼 강렬한 야수파적 색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중섭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중섭과는 부산 피난 시절부터 교류가 있었고 환도 후에는 누상동 집에서 같이 기거하기도 했는데, 1955년 「자화상」은 누상동 집에서 이중섭과 같이 기거할 때 그린 작품이다. 문우식은 이중섭과 끈끈한 정을 나눈 사이로, 이중섭으로부터 「길 떠나는 가족」을 선물로 받기도 했다.
...자전적 성격의 작품인 「나와 소녀」를 보면, 흰옷을 입고 손에 물고기를 든 소년(문우식)이 노란 원피스를 입고 손에 고양이를 안고 있는 소녀(부인 조정순)와 나란히 서 있다. 아직 구상적이지만, 배경을 대담한 붓질로 처리하여 화면의 깊이감을 없애고 소년의 흰색 옷이나 소녀의 노란색 옷을 색조의 변화 없이 평면화시키고 있다. 「성당 가는 길」은 멀리 명동성당이 보이고 전경에는 건물이 빼곡히 늘어선 도시 풍경화다. 명동성당을 붉은색으로 평면화시키고 창은 청색으로 악센트를 주었으며, 성당 주변을 노란색과 연두색으로 처리하는 등 색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근경에는 건물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는데, 건물들을 기하학적으로 단순화시키고 평면화시킨 점이 특징이다. 전체적으로는 원근감이 여전히 남아있으나, 근경의 건물을 이와 같이 평면화시킨 점은 그가 새로운 화풍을 모색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소녀 있는 공방」은 화면의 전면에 소녀가 관객을 향해 앉아 있고 주변에 여러 종류의 기물들이 배치된 구성으로, 화가 본인의 화실 광경을 그린 작품이다. 이 소녀의 뒤에는 앞서 언급한 「나와 소녀」의 밑그림이 그려진 캔버스가 이젤에 놓여 있는데, 임군홍의 「가족」(1950)에서 그러하듯, 화가가 화실을 그리면서 작업 중인 캔버스를 그려 넣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이다. 문우식은 이 작품에서 사물을 단순화시키면서 다시점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이러한 조형 요소는 한묵의 「가족」(1957)이나 「자화상」(1958)처럼 화실 안을 그린 작품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소녀를 전경에 위치시키고 치마의 패턴이나 커튼 등을 다양한 표면 질감으로 표현한 점은 선배 화가들과는 다른, 문우식만의 표현이라고 하겠다. ● ...그중에서 「엉뎅이를 자랑하는 말」, 「황색을 위하여 발광하는 말」, 「태양과 말과 인간」, 「납북되는 가족과 말」, 그리고 1961년 『국제자유미술전』 출품작인 「馬」(1959) 등, 이 시기에 말을 집중적으로 그렸는데, 그의 말 그림은 제목만큼이나 표현과 색채에서도 비전통적이다. 말의 목과 다리가 길게 표현된 점에서는 마리노 마리니의 말 조각 작품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말을 대담하게 단순화시켜 2차원적으로 평면화시킨 점, 특히 말의 옆모습이 아닌 뒷모습을 포착한 점은 독특하다. 권진규의 1960년대 유화 작품과 1965년의 부조 작품 「기수」에서 유사한 시점으로 말의 엉덩이 부분이 포착되어 있어 자못 흥미롭다.
...동시대의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문우식은 전통에 얽매이거나 구속받기를 거부하고 인습에 반항하면서 새로운 미술을 창작하려고 했던 작가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철저한 조형의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동시대 앵포르멜의 조형언어, 즉 즉흥적이고 비정형적인 조형언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현재 한국 현대미술사의 계보에서 배제되고 말았다. 한국 현대미술사 연구자들이 '현대미협-60년미술가협회/벽전-악튀엘'의 계보로 이어지는, 앵포르멜 미술가들의 시위성이 강한 태도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면서 한국 현대미술사 서술이 단선적인 것이 되고 말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귀 기울인다면, 이번 문우식의 1950~60년대 작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또 다른 측면을 복원한다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전시라고 하겠다. ■ 김이순
문우식 선생님의 그래픽 포스터 ● ...일러스트레이션을 흔히 순수예술 영역의 그림과 비교합니다. 일러스트레이션은 디자인 범주에 넣고 그림은 회화 범주에 넣습니다만, 오늘날에는 그 경계가 무의미해졌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오래전부터 그 범주를 자유롭게 오고 간 작가입니다. 좋은 일러스트레이션은 그 이미지와 메시지가 보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강하게 기억되어야 합니다. 선생님은 새로운 감각의 일러스트레이션, 참신한 스타일의 일러스트레이션, 회화적 요소를 포스터에서 소화해낸 일러스트레이션을 구가했습니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이 많은 이야깃거리를 찾게 했습니다. 요즘 일상에서 중요시하는 스토리텔링을 선생님은 당시부터 중요시한 것입니다.
작품에 들어가는 레터링도 일반적으로 사용한 고딕체나 명조체보다 선생님이 직접 쓴 손 글씨를 애용했습니다. 화판 작업도 남달라서 합판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화판이 아니라, 동양화를 표구하듯 창살 모양의 틀을 짠 위에 종이를 배접하는 방법으로 제작했습니다. 작품의 규격 또한 일반적인 B1 크기가 아니라 국전지 규격을 애용했습니다. ●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을 알 때 진정으로 작품을 이해할 수 있고,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게 됩니다. 선생님의 포스터는 20세기 후반 본격적으로 들어선 산업사회 이전에 창의적이고 특별하게 제작한 작품입니다. 이런 포스터를 보는 것은 선생님께 배우면서 동시대를 함께했던 저희에게는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작품은 포스터의 세계를 폭넓고 풍성하게 해주었으며, 한국의 포스터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역량 있는 작품으로 새롭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백금남
Vol.20180417a | 문우식展 / MOONWOOSIK / 文友植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