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tiplicity

이지영展 / LEEJIYOUNG / 李知映 / mixed media   2018_0410 ▶ 2018_0415

이지영_Multiplicity_디지털 프린트, 블럭 프린트, 라인 테이프_94×75cm×3_2018_부분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주말_01:30pm~06:30pm

사이아트 스페이스 CYART SPACE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안국동 63-1번지) Tel. +82.(0)2.3141.8842 www.cyartspace.org

도시 건축물에 겹쳐져 드러나 보이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작가적 통찰과 비전 ● 건축물은 인간이 사는 주거공간일 뿐만 아니라 문화적, 정신적인 인간 삶의 양태를 규정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물은 문화권마다 일정하게 다른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어떠한 건축물 가운데 살고 있는 가를 살펴보면 그 시대의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카타콤은 지하묘지와 지하시설물이었지만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예배처이자 은신처의 역할을 하였다. 또한 비잔틴양식이나 고딕양식과 같은 건축양식 역시 중세 신앙과 사유체계가 그대로 담긴 상징적 구조였다. 그런데 이 건축물들에서 카타콤의 벽화는 현대사회의 책이나 영화를 대신한 그 당시의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역할을 하였으며 고딕 건축물의 첨탑이나 장미창과 같은 요소들 역시 시각적 신앙체험의 매체로서 역할을 하였었음을 역사 속에서 발견하게 된다. 현대 건축에서도 유엔빌딩과 같은 모더니즘 건축물은 합리성과 기능성을 중요시하는 현대 정신의 표상이자 현대 정신을 확산시키는 매체가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살펴보면 건축물은 각 시대의 인간 삶의 모습이 담겨 있는 동시에 그 시대의 정신적 상황을 읽을 수 있는 토대이자 당대의 소통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지영_Building block_디지털 프린트, 블럭 프린트, 라인 테이프_75.5×150cm_2018
이지영_Building block_디지털 프린트, 블럭 프린트, 라인 테이프_75.5×150cm_2018
이지영_Greene street_디지털 프린트, 블럭 프린트, 라인 테이프_83×84.5cm_2018

이지영 작가는 우리시대 도시의 건축물을 포착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는 마치 스캐너로 읽어내는 듯이 도시 건축물들을 평면적 시각방식에 의해 담아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러나 그가 작업에서 다루는 건축물들은 한 도시의 대표적 건축물들이 아니라 한국과 외국의 작가가 살았던 도시의 평범한 주거공간 건축물 일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작가가 우리시대의 중심적 건축양식으로부터 읽혀지는 한 도시의 외형적 특성 등과 같은 외부에 드러난 양상보다는 도시민들이 사는 건축물의 일부분에 함축된 도시인의 생활이자 도시인들의 삶의 가치와 같은 도시를 사는 인간 문화의 내적 체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관찰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에서 평면적 프레임 안에 담겨진 건축물의 정면 이미지들은 벽과 창문 그리고 계단과 같은 건축 구조물들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반복적으로 나열되어 있는듯한 이 구조물들을 보면 도시라는 일정한 체계 안에 살아가는 우리시대 사람들의 문화적이고 정신적인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게 된다. 창문과 창틀 그리고 벽돌 및 여러 건축 구조물들은 파편화 된 개체들의 연결인데 멀티플(Multiful)한 병렬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으며 동시에 이 구조물들은 수평적으로 보이면서도 다양한 위계가 혼성적으로 위치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마치 우리시대의 도시에서 발견되는 수평적이면서도 여러 차원의 계층이 내포되어 있는 사회 구조와도 유사해 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 도시 공간은 개인의 자율성이 독립적으로 보장된 듯이 보이지만 한편 계획된 도시는 일정한 패턴아래 구조화된 공간들에서 느껴지듯이 일방적 가치 체계를 강요 받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도시를 살아가는 각 개인은 개성을 추구하면서도 많은 이들이 동시대의 패션에 동화되는 것처럼 외부로부터 주입되는 정보에 의해 의도치 않은 획일화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어느 순간 자각하게 될 것이다.

이지영_Lights On_사진 전사, 아크릴채색, 드로잉_15×20cm×33_2014~8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이지영 작가의 작업은 이처럼 현대의 도시를 살아가는 개인의 삶과 그 상황이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도시 건축물에서 보여주는 구조적 상황과 유사해 보인다는 점에 착안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건축물 속의 각기 개별화되어 있는 삶의 공간은 건축 구조물의 일부로 작동될 수 밖에 없으며 그렇기에 그 건축 구조물이 갖는 가능성과 한계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는 도시의 구조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상황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는 건축물의 이미지들을 그의 작업에 가져 오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작가는 여기서 더 나아가 그 도시 건축 구조물의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일종의 네트웍을 구축하고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간의 미래 가능성에도 시선을 가져가야 함을 발견하고 작업에서 선적인 요소를 개입시키는 방식을 통해 건축적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현대 사회에서 도시는 과거의 문화적 유산과 미래의 가치가 혼재된 공간이다. 작가는 도시에 있는 건축물로부터 그 현실을 바라보고 동시에 현재를 변화시킬 미래적 기능을 선과 같은 상징구조의 레이어를 개입시켜 중층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그의 작업에는 이처럼 도시를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 대한 작가적 시각이 삶의 공간인 건축물에 겹쳐져 층층이 구조화 되어 드러나 있다. 그 시각의 겹들은 우리시대를 살아가는 도시 속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이자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비전이라 할 것이다. 작가는 통찰과 비전의 그 투명한 막을 이제 관객에게 보여주고 있다. ■ 이승훈

Vol.20180410c | 이지영展 / LEEJIYOUNG / 李知映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