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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331_토요일_05: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30am~06:30pm / 월요일 휴관
아트비트 갤러리 ARTBIT GALLERY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74-13(화동 132번지) Tel. +82.(0)2.738.5511 www.artbit.kr
화면은 가득 메워져 있다. 점들은 모여 군집을 이룬다. 지도의 기호처럼 간결한 형태 그리고 익숙한 색들이 나무의 형상을 만든다. 형상들이 가득한 화면은 숲처럼 혹은 어떤 풍경처럼 보인다. 회화는 주로 자연의 모습을 담고 있다. 작품 속 자연은 현실과 이상세계, 현실과 비현실이 혼재된 풍경의 모습이다. 조태광의 회화는 일상에서 직접 보거나 미디어를 통해 접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다. 이는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기도 하고 만들어진 풍경이기도 하다. 이 중 작가의 시선은 이상적인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개발하는, 그래서 동시에 변형되고 인위적인 풍경에 주로 머문다.
따라서 작품 속 자연, 주로 나무의 형상들은 그 자체를 탐구하거나 감상하는 대상이라기보다는 이상적인 세계를 향해 있는 현실의 욕망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자 그 속에 사는 우리의 모습이다. 정원수나 가로수처럼 잘 다듬어진 나무들, 균형 잡힌 정원이나 잘 관리된 숲은 인위적인 자연의 모습이다. 현대인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들을 위해 자연은 훼손된 혹은 변형된 상태로 우리 옆에 있게 된다. 작가는 그 자연에서 자신의, 우리의 모습을 본다.
그림 속 나무로 채워진 풍경들은 도시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도시의 현대인들은 그 안에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꿈꾼다. 그러나 이 풍경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결국 편의를 위해 인간들이 자연을 대신하여 만든 모습이다. 구글어스(google earth)를 통해 본 지면의 모습에 주목했던 「눈물이 되어」, 「떠도는 숲」 연작들처럼 내려다본 자연의 모습은 마치 이상적이고 균형 잡힌 세계처럼 보인다. 나무는 무성히 뻗은 가지와 나뭇잎들로 그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덮어 준다. 시점이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내려다본 풍경은 마치 색과 형태만이 남은 추상화처럼 보인다. 작가가 우연히 위성지도 프로그램으로 본 일본식 정원 같은 풍경은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무늬들로 구성된 이상적인 세계와 닮아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트랙터 바퀴에 스프링쿨러를 달고 원형 회전하며 관로를 설치하는 농장의 모습이다. 가려진 진실이 들어난 순간 이상적인 세계는 사라지고 인위적인 현실의 이미지가 남는다.
「다시 처음으로」 연작처럼 자연 형상들과 우주 혹은 무지개의 형상들이 뒤섞인 회화는 작가가 상상하는 유토피아를 보다 넓은 세계의 형태로 확장시킨 것처럼 보인다. 회화는 허구적이고 비현실적인 세계를 통해 현실과 상상 속 자연을 뒤섞는다. 실제와 가상의 풍경 사이에서 나무와 기하학적 형상들은 뒤섞여 있지만 그럼에도 비교적 질서 있게 구성된다. 여기서 질서와 균형이 있는 자연 풍경을 이상적인 세계로 보고 있는 작가의 태도가 드러난다. 반복적인 형상의 배치는 작업 과정 중 비교적 즉흥적으로 일어나지만 완성된 그의 화면은 이전 작품의 제목들에서 보이듯 '질서', '균형', '중심'의 유토피아를 향해 있다. 상상의 세계가 드러나는 회화는 유토피아를 재현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현실과의 거리를 확인시켜준다.
그럼에도 녹색 풍경의 표면은 따뜻하고 풍요롭다. 걱정과 불안이 느껴지지만 고요함과 편안함도 있다. 화면 속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나무나 구름의 형상들은 동화 속 풍경과 같은 밝고 발랄한 인상을 준다. 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나무와 구름과 같은 상징들은 실제풍경을 바탕으로 하는 그림에서는 이상적인 세계와의, 상상 속 풍경을 바탕으로 그린 그림에서는 현실과의 연결고리가 된다. 이 기호들이 작가 내면의 풍경으로 섞여 들어가 화면을 구성한다. 작품들은 이 상징들을 통해서 서로 연결된다. 작가는 화면 위에 질서를 상징하는 선들을 구성하고 자연의 기호들을 섞어 놓는다. 질서와 균형의 유토피아 위에 부유하는 자연의 기호들은 다시 한 번 이상적인 세계와의 거리를 확인시킨다. 그래서 비현실적인 장면 속 파스텔 톤의 색감과 아기자기한 화면들에서도 결국 씁쓸함과 허무함이 함께 남는다.
이렇게 회화는 양가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이상과 현실은 구분되어 각자의 기호로 화면에 뒤섞여있다. 담벼락이나 도로의 형태로 화면을 분할시키는 선들과 공중에 떠다니는 덩어리들은 해석의 영역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그러나 점들이 모여 만든 나무형상들의 구성과 색이 주는 감각들은 현실과 뒤섞인 상상 속 풍경의 해석 그 너머를 가리킨다. 조태광의 회화는 자연의 이상적인 세계를 재현하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이상과 현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경계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음을 드러낸다. 작가가 만들어낸 회화 속 세계는 뒤섞인 경계의 틈 속에 사는 현대인들의 유토피아가 어떠한 모습인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보여주는데 그 목적을 두지 않는다. 그저 그 뒤섞임 속에 사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저 구름처럼 부유할 뿐이다. ■ 채영
Vol.20180330c | 조태광展 / CHOTAEGWANG / 趙泰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