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주명덕_육명심_구본창_오형근 천경우_박현두_정경자_김문 문인 아카이브(초판본, 박경리 육필원고 등)
도슨트 / 화~일요일 02:00pm
관람시간 / 10:00am~08:00pm / 주말,공휴일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SeMA, Nam-Seoul Museum of Art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2076 (남현동 1059-13번지) 1,2층 Tel. +82.(0)2.598.6247 sema.seoul.go.kr
『예술가 (없는) 초상』展은 한국의 대표적인 사진가들이 담아낸 예술가의 초상, 그리고 동시대 예술의 초상을 탐색하는 전시이다. 전시 제목에서의 괄호 '(없는)'은 '예술가 초상'과 '예술가 없는 초상'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있는/없는'과 같이 서로 상반되는 의미들의 병치를 통해 한국 현대 사진에서 예술가의 초상을 찍어온 사진의 흐름과 그 변화의 현주소를 은유하고자 했다. ●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미술가, 시인, 소설가, 영화감독, 배우 등 예술가들의 얼굴을 포착해낸 주명덕, 육명심, 구본창, 오형근의 사진들은 전시의 가장 중심적인 축을 이룬다. 전시의 또 다른 축은 예술가의 초상을 단순히 복고적으로 조명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핸드폰 카메라와 SNS로 대표되는 사진 미디어의 확장과 일상화 속에서 천경우, 박현두, 정경자, 김문과 같은 젊은 사진가들이 각자의 작업 속에서 답하는 동시대 사진의 얼굴들이다. ● 전시는 3부로 구성된다. 1부 『지금, 여기의 예술가 초상을 묻다』 구본창과 오형근 사진을 중심으로, 2부 『예술가는 있다/없다』는 주명덕과 육명심의 사진을 통해서, 3부 『우리 모두의 예술가』는 천경우, 박현두, 정경자, 김문 사진으로 짚어볼 것이다. 물론 이 전시에서 선보이는 8명의 사진가가 한국 현대 초상 사진을 대표한다고는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점들이 만들어내는 궤적은 몇 가지 포물선들을 그려낸다. 그것은 한국 사진의 영역에서 예술가의 초상을 찍어온 사진들을 보여주는 것, 예술가의 초상 자체를 넘어 예술의 의미를 사진이라는 매체로 탐색하는 동시대 사진가들의 작업을 연결시키기는 것, '지금, 여기'의 동시대 미술의 맥락 속에서 예술가와 예술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다.
□ 섹션1. 『지금, 여기의 '예술가 초상'을 묻다』: 구본창, 오형근 『지금, 여기의 '예술가 초상'을 묻다』는 예술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깝게, 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 섹션은 구본창과 오형근이 찍은 김완선, 김희선, 안성기, 황신혜, 이미숙, 이정재, 채시라, 신 카나리아, 트위스트 김, 이영애와 같은 배우들과 김춘수, 박완서, 한강과 같은 문인들의 초상을 모았다. 구본창이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받는 배우와 문인들을 별처럼 빛나게 찍어냈다면, 오형근은 신 카나리아나 트위스트 김과 같은 대중문화의 키치적 아이콘들과 이태원의 무명의 댄서들을 찍은 사진들을 통해 예술가를 둘러싼 밝음과 어두움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 구본창은 독일 유학 후, 스트레이트 사진이 주를 이뤘던 1980년대 후반 한국 사진계에 연출 사진의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하며 한국 사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도자기, 비누, 탈, 식기, 손, 발 등 다양한 피사체의 점, 선, 면과 같은 기본적인 조형적 특성과 본질을 탐구하여 간결한 구도 연출과 정제된 색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시간의 유한성, 인간의 폭넓은 주제의식으로 사진의 외연을 확장했다. ● 오형근은 1990년대부터 「광주 이야기」, 「이태원 시리즈」 「아줌마 시리즈」 「소녀연기」 등과 같은 연작을 선보이면서 광주, 이태원, 연기학원, 군대 등의 공간적, 사회적 집단들의 표상을 초상사진의 방식으로 담아왔다. 인물 개개인의 내적 개성의 표현으로의 초상 사진을 넘어서 이들이 속한 사회의 유형학적 카테고리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면서 이들 내면에 담긴 정체성과 불안을 중립적인 방식으로 다룬다. 플래시 효과 파사드(전면성), 그리고 키치적 감수성을 통해 차별화된 미감을 구축해왔다.
□ 섹션 2. 『예술가는 있다/없다』: 주명덕, 육명심 『예술가는 있다/없다』는 예술가라는 의미와 역할이 확장되고 있는 요즘에도 전통적인 의미의 '예술가'가 여전히 유효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해 숙고한다. 주명덕과 육명심이 찍은 미술가와 문인들의 초상을 선별해서 보여준다. 주명덕은 김종학, 이불, 임옥상, 최영림, 천경자와 같은 미술가의 초상을, 육명심은 김광섭, 김춘수, 박경리, 천상병, 최인훈, 박두진, 구상 등의 문인들의 초상을 선보인다. 특히 초상 사진과 함께 전시장 벽면은 문인들의 시와 소설의 일부를 함께 발췌해서 함께 전시함으로써 시대와 인간에 대해 질문하는 예술가들과 그들의 예술 작품의 의미를 함께 돌아본다. ● 육명심은 서민의 일상과 풍습, 토속적인 풍경을 특유의 과감하고, 재치 있는 구도로 사진에 담아낸 한국의 1세대에 속하는 사진가이다. 「백민」, 「장승」, 「검은 모살뜸」과 같은 시리즈를 통해서 마음의 눈으로 피사체를 관찰하고 그것의 내적 초상을 담아내고자 했다. 「예술가 초상」 연작은 그가 1970년대부터 천착해온 작업으로 김광섭, 김기영, 박경리, 서정주, 피천득 등 당대의 예술가들과 친밀한 교류를 통해 그들의 소박하고, 진솔한 모습을 담은 초상사진이다. ● 주명덕은 사진 매체가 지닌 기록성을 기반으로 추상적인 내면세계와 사회 고발적인 시선을 동시에 보여주는 한국의 1세대 현대 사진가이다. 1960년대부터, 한국의 전통과 도시 풍경의 아름다움을 서정적인 시선으로 포착하는 동시에 한국전쟁, 급격한 경제성장 등 인해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의 사회적 풍경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사진을 선보여왔다. 홀트아동복지회, 서울시립아동병원, 인천 차이나타운, 시골의 작은 마을 등 소외된 계층의 삶과 그들의 초상 사진을 통해 한국의 모순적인 사회상을 은유적으로 고발했다.
□ 섹션 3. 『우리 모두의 예술가』: 천경우, 박현두, 정경자, 김문 1000만 화소는 거뜬히 넘는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로 실시간 공유되는 디지털 네트워킹의 시대, 그리고 인공지능(A.I)과 같은 4차 산업혁명에 의해 매일 변화하는 미디어환경 속에서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 했다. 과연 지금 예술가란 어떤 의미인가, 사진이라는 미디어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동시대 젊은 사진가들에게 예술가나 예술은 하나의 단일한 의미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복수(複數)로 존재한다. 천경우, 박현두, 정경자, 김문의 사진은 이러한 동시대 사진의 확장을 보여준다. 이들의 사진 속에서 불확실성의 시대를 반영하고 예술가 초상의 경계가 흐려지거나(천경우), 거대한 현대사회의 시스템 속에 존재하거나(박현두), 삶의 풍경 속에서 하나의 점이 주변성에 주목하기도 하고(정경자), 평범한 커뮤니티 속에서 어디에나 있는 것, 소박한 이웃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던지기도 한다(김문). ● 박현두는 현대인이 흔히 겪는 소외와 고독감이라는 감정을 「Goodbye Stranger」 연작으로 담아냈다. 그는 유학 시절의 경험에서 모티브를 얻어 사회적, 문화적, 지역적으로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경계 지대에 갇혀 길을 잃은 듯 한 이방인의 상황을 장소의 본래 특성에 어울리지 않는 생경한 인물들을 배치시킴으로써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사진의 배경으로 주로 선택되는 장소는 텅 빈 방송국의 텔레비전 스튜디오나 공연장 세트는 자본주의적 시스템 하에 화려하고, 자극적인 스펙타클을 생산하는 장소로서 현대인의 지각을 지배를 은유한다. ● 천경우의 작업은 몇 분, 몇 시간, 길게는 몇 일 동안 감도 낮은 필름에 장시간 빛을 노출시켜 피사체의 움직임을 한 장의 이미지에 중첩시킨다. 노출 되는 시간동안 작가는 피사체에게 움직임을 주문하고 그 움직임의 잔상이 켜켜이 쌓이는 천경우의 사진은 단 '한 순간'이 아닌 한 '동안'의 시간성을 담아냈다. 「Face of Face」는 장노출 기법으로 인해 흐릿하게 포착된 초상 사진 위에 겹쳐진 선명한 드로잉 자화상을 중첩시킴으로써 사실적 기록 매체인 사진의 특성을 흐릿한 이미지로 표현하여 역설적으로 부정하고, 타인과 자신의 시선에 비춰지는 초상의 간극을 생각하게 한다. ● 김문의 「철산4동인전」은 철산4동 사람들의 초상사진으로 작가는 주민들에게 사진이 배경이 될 장소를 스스로 선택할 것을 주문하고 대형카메라로 단 한 장의 사진을 남기는 작업이다. 철산4동은 교통요충지로 주목받으면서 신주거 지역으로 부상 중인 동시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노후 연립주택지역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관공서는 노후 지역의 화재, 미화, 주차난 등을 개선하기 위한 지역재생사업을 추진하는 등 문화적 과도기를 겪고 있는 공간이다. 작가는 사람들의 초상 사진과 더불어 사진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수집하여 철산4동의 지역적, 역사적, 지리적 범위를 지역주민들의 주체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구축한다. ● 정경자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우연과 필연, 삶과 죽음, 시간의 흐름과 소멸에 대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것들에 자신의 감수성이 투영되는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한다. 연출된 이미지가 아닌 우연히 발견한 대상의 파편적 이미지를 사진 매체의 기능을 최대한 살린 스트레이트 기법으로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영화적이면서 비현실적인 세계를 포착한다. 작가는 모든 것은 고유한 내러티브를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사물을 본래의 시공간에서 분리하여 시적이고, 함축적인 시선으로 한 장의 사진을 추출한다. 각각의 내러티브를 담고 있는 사진들은 배치에 따라 새로운 상호작용을 만들어내고 다른 이야기들을 구성한다.
전시장 한 켠에 마련된 문인들의 아카이브(초판본, 박경리의 육필 원고, 詩의 벽 등)를 통해 변화된 예술의 의미를 다시금 질문해 보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누구나 친숙하게 일상으로 다가온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쉼 없이 변모하는 예술가와 예술의 의미를 숙고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Vol.20180320e | 예술가 (없는) 초상 The Portrait with(out) Artist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