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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지스마트 글로벌 주식회사 G-SMATT GLOBAL
상영시간 / 06:00pm~12:00am / 매 정시부터 3분간 상영
코엑스 크라운 COEX Crown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513
산드라 블록이 미인대회에 나가는 영화가 있다. FBI요원으로서 테러방지를 위해 잠입하는데, 그곳에서 만난 어느 예쁜 시골 아가씨는, 자신의 희망은 사랑과 평화라고 너무나 당연하고 자랑스레 말을 한다. 물론 그것이 FM이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 모두는 사랑과 평화와 이해를 위해 힘쓰고, 세상은 점점 더 아름답고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그것이 너무나 나이브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그때도 별로 없었겠지만, 그래도 나의 작은 행복을 일구는 것에 대한 희망 정도는 조심스레 품고는 있던 시절이었다. 미인대회에 나온 예쁜 젊은 여성이 사랑과 평화를 희구하는것은 그저 모두의 바램이 담긴 고루한 스테레오 타입일 뿐이지만, 그런 철지난 천진난만함이 진심일 때의 충격이 산드라 블록의 얼빠진 얼굴로 멋지게 표현된다. ● 사랑과 평화는 속편하게 외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포기해 버릴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이것도 흥 저것도 흥 하면서 쿨함을 고수하고 있다가는 연애고 미래고 나발이고 그냥 산속에 들어가서 자기수양이나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오롯이 자신에게만 침잠하며 작품을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바깥 일이 눈에 띄고 현실이 상상의 영역을 침범할 정도로 무지막지하면, 아무리 히키고모리 예술가라도 사회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가 없다.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일어나고 내전이 발발하고, 디스토피아는 이미 강림한 것 같고, 사람들의 정신은 피폐해져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물고 뜯고 싸우느라 바쁘다. 세상은 별로 아름답지 않다. 행복이란건 아무것도 안 했는데 주어지는게 아니다. 그렇기에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응원을 해주고 싶다. 소소한 행복이든 원대한 야망이든, 자기 자신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아마 약간의 다독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괜찮아서 하는 위로가 아니라, 나도 아프고 힘들지만 같은 선상에서 하는 그런 위로 말이다. 조금이나마 마음에 활력을 줄 수 있다면, 잠깐이라도 빛이 들도록. ■ 이현진
Vol.20180310f | 이현진展 / LEEHYUNJIN / 李弦秦 / media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