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8_0315_목요일_04:00pm
참여작가 김은주_문혜경_서옥순_이정옥_정은주_차계남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포항시립미술관 Pohang Museum of Steel Art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길 10 1,3전시실 Tel. +82.(0)54.250.6000 www.poma.kr
미술사학자 린다 노클린(Linda Nochlin)은 1971년 '왜 지금까지 위대한 여성미술가는 없었는가?'(Why Have There Been No Great Women Artists?)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남성 중심으로 흘러온 지금까지의 미술에 비판을 가하는 한편, 여성과 여성미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관련하여 새로운 연구에 불씨를 지폈다. 노클린의 의견을 빌자면 '미술은 사회 구조의 총체적인 요소 중 하나로, 특정하고 한정적인 사회제도들에 의해 매개되고 결정된다.' 또한 그는 '모든 미술 작품은 그것을 만들어 낸 주체의 재현'이라는 전제하에 '예술가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사실'이 내포한 미술 사회학적 의미를 부각시켰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위치는 상대적으로 차별되어 왔고, 따라서 여성의 경험과 가치 그리고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은 남성 중심 사회의 패러다임과 다를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차별을 통해 유발된 '다름'은 남성과는 다른 여성 주체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며, 이 같은 맥락에서 여성작가의 작품에는 여성 주체에 대한 재현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일어날 수밖에 없다. 여러 사회적 조건들 속에서 형성된 여성의 정체성, 그리고 그로 인한 독자성은 작품의 다양성으로 펼쳐진다. 이처럼 인식의 틀 속에 고정된 '여성성'이라는 개념은 생물학적으로 유전되어 온 것이 아니라, 사회 ·정치학적인 여성, 다시 말해 '젠더(Gender)'의 담론 속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우리시대 여성작가」展은 영남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성작가 김은주, 문혜경, 서옥순, 이정옥, 정은주, 차계남의 독자적인 작업세계에 주목한다. 이는 작가들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여성성과 그것이 지역적 특수성과 관계하는 방식, 또 그 결과로서 다양한 양태들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시대의 여성, 여성성 혹은 여성적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며, 이러한 물음이 여성작가들에게 어떻게 수용되어 개별성을 띤 작품형식으로 발현되어 왔는지를 추적하고자 한다.
이정옥은 서민적 정서가 가장 짙게 서려 있는 민화(民畵)의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동시대성을 담아낸 파격적인 도상들을 창작해 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석사 논문으로 한국인의 대표적 정서인 신명(神明)의 원류를 연구하면서 전통 샤머니즘의 색채와 상징화된 이미지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서민적 정서에서 한국미술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이를 시작으로 오랜 세월 민화와 함께 한 작가는 전통 민화의 다양한 기법과 표현양식을 계승하는 동시에 민화를 새롭게 재구성하였다. 이렇듯 민화의 재현과 재구성을 동시에 진행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는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씨실과 날실로 엮어냄으로써 한국미술의 맥을 잇고, 한국미술의 미래를 제시하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하여 작가는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민화의 속성을 현재의 시점에서 해석하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 서민적 삶 속의 해학과 풍자 등으로 표현되는 민화의 언어로 현시대를 읽고, 소통하려 한다.
'전통의 현대화'라는 관점에서 조각보에 현대적 감수성을 불어넣는 작품 활동을 해온 문혜경은 본래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이다. 그런 그가 조각보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단순히 조각보의 전통을 잇겠다는 의지만은 아니었다. 조선 시대 여인들이 자투리 천을 재활용하여 만든 것이 전통 조각보의 시작이듯, 차마 소분(燒焚)하지 못하고 남겨둔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시 저고리를 조각보로 탄생시킨 것이 작가의 초기 작업이었다. 주인을 잃은 소박하고 아름다운 천이 또 다른 존재로서 남겨지길 바랐던 작가에게 조각보를 만드는 작업은 '짓는다'로 표현된다. 밥을 짓고, 집을 짓듯 새로운 생을 짓고, 나를 짓는 방법으로 조각보를 짓는 것이다. 문혜경의 조각보에서 느낄 수 있는 에너지, 그 생명력이 뿜어내는 색채 간의 어우러짐은 미적 긴장감을 유발함과 동시에 미학적으로 추상성을 지향한다. 작가는 전통적 색채와 형태들이 지향하는 추상성의 균형점들을 조각보라는 형식을 통해 찾아가고 있다.
색을 주된 조형언어로 사용하는 정은주 작가는 초기 작업부터 현재까지 평면 위에 놓인 색채들 사이의 관계를 연구해왔다. 그의 작업은 중첩된 직사각형의 색면들에서 오는 구조적 반응들과 그 상호작용성에 주목한다. 이러한 작업에서 7개의 각기 다른 형태의 블록을 쌓는 게임인 '테트리스'와 유사성을 찾게 된 작가는 회화와 영상 그리고 입체조형물 등으로 다양한 시각화를 시도한 「테트리스」 시리즈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최근 작가는 스프레이에서 붓으로 색을 다루는 방식을 전환함으로써 다시 새롭게 평면을 마주하고 있다. 균일하게 칠해진 색면의 순수성과 조형의 단순함이 돋보이는 기존 작품과 달리, 밑 색을 켜켜이 쌓아 올린 시간과 공간을 머금은 깊이감 그리고 붓의 흔적과 물감의 흘러내림이 돋보이는 작품이 그것이다. 행위의 장으로서 화면, 그리고 행위의 흔적들로 남겨진 침잠된 색채의 오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정은주의 작품은 추상표현주의와는 구별되는 독자적 추상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프랑스 등을 무대로 사이잘삼(sisal hemp, 麻絲) 즉, 마를 주재료로 한 입체작품으로 활발한 활동을 해온 차계남은 섬유예술의 영역을 확장하여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제시하는 작가이다. 마의 질료적 속성이 돋보이도록 검게 염색한 작품은 어느 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직립할 수 있는 '자립하는 오브제'로서 20년 이상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였다. 그러던 작가가 최근에 6년간의 긴 침묵을 깨고 한지를 재료로 새로운 평면작업을 발표했다. 반야심경을 쓰고 사군자를 치며 사유한 작가의 흔적은 한 가닥 한 가닥 한지를 꼬아 만든 실로 물질화되어 평면 위에 거대한 추상 이미지를 남긴다. 이 작업은 재료 면에서 이전과 다른 시작점에 서지만 작가의 예술적 행보에서는 연속성을 가진다. 재료의 변형을 통해 물성이 부각 되고, 선의 집성이 면이 되며, 검은색과 흰색의 대비를 강조한 차계남 작가의 작품은 재료 본래의 속성에서 일탈하듯 새롭게 바라보기를 유도하며, 작가의 예술세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연필이라는 하나의 재료로 종이 위에 반복된 드로잉을 남기는 김은주는 그러한 노동집약적 행위를 통해 강렬한 흑백의 이미지를 담아 왔다. 작가는 1990년부터 2000년대 초까지 사각형의 프레임 속에 갇힌 듯 고통스럽게 절규하는 대형 인체 드로잉으로 억압되고 불안한 삶의 고통을 표현하였다. 그렇게 오랫동안 인체만을 그려온 작가는 아버지의 죽음을 전환점으로 파도와 꽃으로 작업의 형상을 옮겨가게 된다. 인체든 꽃이든 작가에게 무엇을 그리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리는 행위이다. 과정과 결과물로서 그의 작업은 중첩되고 채워진 시·공간의 구축이다. 그렇게 한 획의 선이 무한히 반복되면서 커져 버린 거대한 검은 화면은 작가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끌어 올려낸 존재의 형상이자 생명의 집약된 에너지이기도 하다. 또한, 꿈틀대며 무한히 증식하는 검은 꽃잎들로 가득 찬 「가만히 꽃을 그려보다」(2010)는 하나의 꽃이 만다라처럼 크게 피워 나갈 때까지 또 다른 세계의 심연으로 걸어 들어가는 작가의 발자국 즉, 기표가 되기도 한다.
서옥순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드러내는 방식으로 얼굴과 신체 형상을 회화와 설치 등으로 보여주는 작가이다. 특히 그는 페미니즘 미술에서 여성적인 내러티브에 자주 사용되는 천, 실, 바느질을 작업의 주된 재료와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작업은 어린 시절 할머니에 대한 따뜻한 기억에서 출발한다. 작품은 억압적인 아버지와의 기억에 근원을 두고 강한 패턴의 천과 실이 강조된 얼굴과 신체로 표현되었다. 그러나 최근작은 조형적인 형태와 색의 변화와 함께 구체적이고 희망적인 시선으로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고 있는 듯하다. 「몽상(Day dream)」(2017), 「몽상의 명암(contrast dream)」에 표현된 절단되고 봉합된 신체들의 상흔은 작가 내면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사회적 제약으로 절단되고 파편화된 여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아니마 아니무스(Anima Animus)」(2017)는 제목이 가진 뜻과 같이 남성 자아에 내재 된 여성성, 여성 자아에 내재 된 남성성을 복합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기존의 이분법적 개념의 전복을 의미한다. ● 전시에 참여한 여섯 명의 작가는 1950년대, 60년대에 출생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출생 시점의 근접성은 성장 과정에 있어서 사회적 공유점이 많다는 뜻이 된다. 가부장적 분위기가 지배했던 시대의 가정환경과 급변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작가로 성장하며 대적해야했던 편견들, 뿐만 아니라 남성 편향적 미술 권력 구조 속에서 부딪혔던 좌절감, 이러한 조건들을 숙명적으로 끌어안고 작업으로 승화시킨 작가들의 예술 정신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어쩌면 우리시대의 여성작가들이 여성 주체로서 그리고 예술가로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며 삶의 본질을 예술로써 진술해 나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전시는 관람객이 삶과 예술을 주체적으로 이어나가는 이들 여성작가들의 작업 태도에서 자신의 삶을 마주하고 온전히 스스로 서 있는(自立) 자아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사유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 최옥경
Art historian Linda Nochlin published a thesis entitled 'Why Have There Been No Great Women Artists?' in 1971 and triggered studies in a new subject by criticising the man-based world of art and arousing interest of people in women and woman arts. According to Nochlin, art, as a general element of social structure, is mediated and defined by specific and restricted social system. She also highlighted art sociological meaning connoted in the fact that the artist is not a man but a woman on the premise that every artwork is a reproduction of the subject who creates it. ● Social role and position of women have relatively been discriminated, so the way they recognize experiences, values and the world is inevitably different from the paradigm of male-oriented society. The 'differences' caused by such differentiation ironically reflects women distinguished from men and in this context, works created by women naturally reproduces the female subject by any means. Identity of a woman formed under diverse social conditions, and uniqueness derived from the identity is expressed by variety of works. The concept of 'femininity' fixed in the frame of perception as such has not been biologically inherited, and it should be discussed within the discourse of women, or 'gender', from the social and political point of view. ● With this critical mind, Female Artists in Our Time focuses on original world of work of female artists in Yeongnam area such as KIM Eunju, MOON Hyekyung, SEO Oksoon, LEE Joungok, JEONG Eunju and CHA keanam. The purpose of the exhibition is to take a look at how femininity of their works and local characteristics relate with each other and what various aspects the outcome makes. That way, we would like to find out what women, femininity and womanliness of today mean and track how the question has been accepted by female artists and expressed in the format of artwork. ● Six artists of this exhibition were all born in the 1950s and 1960s. The fact that they were born around the same period means they grew up in much similar social backgrounds. Growing as artists facing prejudices in the rapidly changing society where patriarchal atmosphere was prevalent, and coping with frustration in the male-biased power structure, what artistic spirit would they have imbued into their works? Female artists of our time have probably recognized themselves as women and artists at the same time and reflected the essence of life into their works. Hence, the exhibition will offer the audience a chance to witness work attitude of the female artists leading their life and art autonomously and find the value of their ego as they intactly stand in front of their life. ■ Choi Okkyung
Vol.20180306f | 우리시대 여성작가들 Female Artists in Our Tim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