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진행 / 김노암(아트스페이스 휴 디랙터)_이수(아트스페이스 휴 큐레이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엄마가 딸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하자 딸이 대꾸한다. "굴처럼 얌전히 있으라는 말은 지겨워!"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착한 어린 굴(Oyster)들이 등장한다. 너무도 순진무구한 굴들은 영악한 심지어 못된 바다사자의 꾐에 빠져 얌전히 바다사자를 따라가다 모두 잡혀 먹힌다. 어찌되었든 일찍이 앨리스는 얌전히 있다는 것은 전통적인 도덕이지만 그것이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경고하였다 수동적 사고와 행동은 나 자신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심지어 악덕이다. 자발적이며 독립적인 개인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팀 버튼 영화에서도 앨리스는 뒤틀린 관습과 권위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며 행동하는 소녀로 등장한다. 도시의 앨리스는 도전과 모험을 떠나는 앨리스이다. 오늘날 앨리스가 굳이 소녀이거나 처녀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한 인간이 자신의 본래의 정체성을 찾고 만드는 과정에 대한 보편적인 은유이다.
이번 어반 앨리스 개관 전시인 『굴처럼 얌전히 있으라는 말은 지겨워!-앨리스 귀환』에는 낸시랭, 라선영, 이지연, 이현주, 이현진 작가를 초대했다. 낸시랭은의 작품은 런던의 엘리자베스여왕의 행렬에 뛰어들어 '거지여왕'이라는 제목으로 퍼포먼스를 한 영상이다. 낸시랭은 영국 문화의 가장 대표적인 권위인 여왕에 대한 패러디를 통해 모든 여성(사람)이 마음만 먹는다면 여왕이 될 수 있다는 상상을 자유분방하게 펼친다.
라선영은 결혼예복을 입은 신부의 조상을 수백 점 제작해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는 신화를 해체하는 설치작품을 보여준다. 또한 라선영 스스로 자신의 의지를 굳건히 하기 위해 실내 암벽등반을 하는 퍼포먼스를 반복적으로 상영한다. 작가는 매달리고 오르고 이동하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벽에 매달린다.
이지연은 도시 시민들이 에스컬레이터나 자동차 등 문명의 이기를 이용해 어딘가로 이동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그 영상은 실사이지만 동시에 변주되며 비현실적 그래픽으로 변한다. 작은 사람들은 도시라는 유기체의 혈관을 이동하며 살아있게 하는 존재로 이해된다. 나(개인)은 군집 속에 헛깨비처럼 실종되어 버린다.
이현주는 성난 곰을 오브제와 드로잉으로 연출한다. 수동적으로 가만히 있는 귀여운 곰인형이 이를 드러내고 화를 내고 있다. 마치 인형처럼 가만히 있는 것은 지루하다는 듯 관객에게 으르렁거리듯 말이다. 팬시한 캐릭터 이미지가 심리적 스릴러처럼 표현된다.
이현진은 망가스타일의 여성 캐릭터를 반복적으로 변주하는데 그 이미지들은 매우 그로테스크하며 표현적이다. 주제는 개인과 사회의 찌질한 수동성에 대한 비판으로 채워진다. 이미지는 물론 작가 자신의 캐릭터 또한 도발적이며 독립적인 존재와 사건으로 은유한다. 이들 작가들은 여성이자 예술가이며 한 인격체이자 독립적 개인으로서 오늘과 내일에 무엇을 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이 나와 나의 삶을 의미있게 하는지 도전하고 부딪치고 꺾이고 다시 부대끼는 치열함을 보여준다. 내 몸과 내 정신과 내 언어를 모색한다. ● 이번 어반 앨리스의 개관전은 초대한 예술가들을 포함해 한국의 21세기를 사는 앨리스들의 자유로운 자아실현과 표현의 무대가 근미래에 실현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어쨋든 요즘 같은 시대에 얌전히 가만히 있다는 것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지루한 일임에 분명하다. ■ 어반 앨리스
Vol.20180226a | 굴처럼 얌전히 있으라는 말은 지겨워!-앨리스 귀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