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8_0222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_0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누크갤러리 nook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5나길 86(삼청동 35-192번지) Tel. +82.(0)2.732.7241 www.facebook.com/nookgallery nookgallery.co.kr
우리는 땅에 발을 딛고 현실이라는 중력의 영향을 받으며 움직인다. 구른다는 행위는 어떤 모양새든지 현재에 대한 인식과 태도, 유발되는 감정의 상태를 드러낸다. 과거로 돌아가 반성을 통해 놓친 것들을 발견하거나 미래로 떠나 마지막의 순간을 떠올리며 비어있는 것들을 채워나간다. 그렇게 구른다는 것은 연속성을 갖는 동시에 하나의 현재가 된다.
이 반복되는 '그리고 구르다'의 연속성 사이에는 그리고(and)라는 짧은 쉼과 긴 공백의 심리적 시공간이 자리한다. 그 틈으로 스며드는 적당한 습기와 그늘은 가려진 미래에 대한 공허한 불안감과 그리고 먼 미래에 대한 위안의 포자를 싹트게 한다. 그런 면에서 5명의 작가가 구르는 발에서 느껴지는 이 불안정한 떨림은 어쩌면 미세한 흔들림이 아니라, 현실과 맞닿았을 때 자아내는 감정의 동요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축적된 감정과 감각의 무게 추는 각자의 주제의식에 자리한 채, 우리가 어디론가 부단히 가면서 언젠가 도달하게 될 목적지를 그리며 계속해서 굴러나가게 해준다.
김지희는 채소와 몸이 서로 상상의 관계를 맺어가는 풍경을 그린다. 비언어적이며 한계를 지닌 몸은 관계에서 흘러나오는 여러 감정들을 수용하며, 어느덧 집안의 식탁보에 그려진 채소들과 은유적으로 결합된다. 역할놀이를 하듯, 서로를 가장한 관계의 풍경은 상호 간의 주체성이 전도된 역설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사물을 의인화하여 만든 이 같은 작은 이야기들은 화면에 담긴 채 일상과 심리적 상태의 관계를 섬세하게 조율한다.
박소영은 사물에 작은 응어리들을 이어 붙여 심리적 자화상을 그려낸다. 작은 모조 잎사귀가 표면을 감싸고 뒤덮은 실체는 욕망 덩어리의 껍질이자 허물이다. 그것을 겹겹이 쌓아가는 노동의 시간과 속이 텅 빈 외투는 그녀가 인내해왔던 삶의 무게와 입고 있는 위로의 무게가 비례하고 있지 않음을 가늠하게 해준다. 이 응어리진 덩어리들은 모퉁이나 벽 안으로, 때론 바닥 한가운데 드러누워 무겁고 가벼워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몸에 섬세하게 붙여 나갔던 시간들이 하나의 색으로 발현된다.
범진용은 의식과 무의식이 분열하여 얻은 꿈의 기록을 풍경의 형태로 증식시켜 그려낸다. 풍경 속의 잡풀은 버려졌으나 생명력을 잃지 않았고, 폐허 속에서 저항하고 살아남는다. 방관과 방치 속에서 살아남는 잡풀의 생존방식은 그에게 폐허처럼 다가오는 현실에 대한 불안한 방어기제로 읽혀진다.
오현경은 상실과 공간의 관계를 재현한다. 공간이 추억을 점유한다는 점에서 공간의 침식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기억으로의 대체를 의미한다. 공간과 공간이 먹고 먹히는 개발 생태계 속에서 기억의 유실이 반복될수록 그 상실감은 무뎌진다. 변화에 담담해져 가는 유약한 공간과 때묻은 장소성은 구겨지기 쉬운 종이조각으로 재현되어 상실된 감각을 소환한다.
이의성은 예술노동과 그것을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이중의 노동에 대해 탐구한다. 작업(art work)이 일(work)의 개념에서 사회가 정의하는 혹은 인정하는 노동생산성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냐는 의문에 기초하여 작업 또는 노동에 투입된 물질과 에너지를 측정한다. 노동의 양을 무게로 환산한 도구를 만들거나 관념적인 노동의 가치를 덜어낸 드로잉의 가격을 제시한다. 들어간 것과 나온 것의 차이, 처음과 나중의 차이로부터 유실되는 노동의 가치와 의미를 가시화한다. ■ 이의성_김지희
Vol.20180222a | 그리고 구르다 drawing and pacing around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