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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221_수요일_06: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7:00pm / 공휴일 휴관
아트플레이스 ARTPLACE 서울 용산구 신흥로 89 B1 Tel. +82.(0)2.567.6070 www.artplace.co.kr
박석민의 세 번째 개인전 『화이트홀 다이어리(white-hole diary)』는 시간의 다양한 층위에 뒤섞여 실재하는 사물과 풍경 그리고 상황들에 대한 기억의 장면들을 지극히 개인적인 시점으로 포착한 일련의 기록이다. 전시 『화이트홀 다이어리』는 기존에 선보였던 작업의 연장선에서 여전히 작가가 직관적으로 관찰한 대상들을 아주 작은 지점에서 시작하여 서사가 부재하는 경험 이면의 감각들을 응시하도록 한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고정된 화자의 시선에 맞추어 정지된 장면들의 흔적을 관찰자들이 따라가게끔 한다. 화자의 시선은 고유한 시간을 담고 있는 응집된 일상의 기억들을 단편적으로 수집한다. 이는 작가가 어떤 특정한 시기를 기억해낼 때 저장한 이미지들을 꺼내보는 습관처럼, 압축되어 모인 과거의 물질적 유산들을 내러티브와 감정 등을 소거하고 빠른 속도로 소비되는 일련의 "가난한 이미지―넘쳐나는 정보들 안에서 과하게 압축되고 빠르게 복제 및 소비되는 해상도 낮은 이미지―"의 범주로 기억을 소환한다.
박석민은 화자의 시선을 담고 있는 화면 속 기록을 통해 도시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들의 흐름 안에 변화의 최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것들이 아닌 반대 지점의 누락된 것 그리고 속도가 달리 체감되는 이미지들에 집중한다. 『화이트홀 다이어리』는 이론상으로 존재하는 블랙홀의 반대편에 위치한 '화이트홀(white hole)'이 빨아들여진 물체들을 뱉어내는 원천으로써 행동하는 시간적 반전을 의미하는 것과 유사하다. 박석민은 유독 일상에서 통용되는 모든 서사들의 정지된 순간에서 생기는 오해와 모순 그리고 상상으로부터 마주하는 거대한 진실의 불연속적인 순간들을 기록한다.
이 기록들은 회화적인 언어에 집중하기보다 우회적으로 영화적인 화면 안에서의 망점과 같이 분절된 개별 단위들로 작동한다. 『cosmic station』(2018) 연작과 더불어 선보이는 작업들은, 실시간의 영화적 환영에 저항하는 서사적인 측면을 피하기 위해 사진이 갖고 있는 폭발적으로 정적인 '스틸숏(still shot)' 방식을 차용한다. 겉보기에 목표 없는 무작위적 조합의 디테일들로 보이지만 추출된 이미지들은, 은연중에 상징적인 효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일련의 연장된 일상의 '플래시백(flashback)'들―각각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포착되어 중단과 연장 등으로 해체되는 기억 이미지들―과 같다. 나아가, 가볍게 발린 물감의 표면처럼 기억의 밀도를 평면에서 얇게 펼치므로 작가가 기록한 압축된 시간에서 관찰자는 화면 안에서 끊임없는 오독(misreading)들을 발견하는 순간들과 마주하게 된다. ■ 추성아
『cosmic station』 시리즈는 어느 예상치 못한 '멍 때림' 가운데에서 태어났다. 개인적인 상황으로 일상의 모든 서사가 정지되었을 때 우연히 낮은 산위에 있는 거대한 안테나가 눈에 들어왔다. 일주일간 밤낮으로 안테나의 언저리에 시선을 두고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하얀 덩어리처럼 보였던 것이 다음에는 색종이 같았고, 다음에는 얼룩으로 변했다. 그리고 다음에는 무엇같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번 『화이트홀 다이어리』 전시를 구성하는 작업들은 『cosmic station』시리즈에서 파생되었다. 전시를 계획하는 시기에는 '아무거나'라는 대상과 그 경계에 대해서 고민했다. 그리고 '아무거나'를 실행하는 과정에서는 '하루 정도'라는 시간/태도에 있어서의 느슨한 제한을 두기도 했다. 그것은 스스로 과도한 의미 두기와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왼손, 연기, 지난 작업들에서 스치듯 등장하는 이미지 소스들, 하늘이나 구름, 제목조차 알지 못하는 단편 영화의 몇 초간의 장면 따위를 일정하지 않은 시간의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바라보고 그리는 과정에서 납작하게 구석에 들러붙는 압축된 기억들과 동시에 개별 현상으로써 팽창하는 회화의 특이점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아무거나'를 그린 얼룩들 사이에서의 '나'의 위치를 고민하기도 했다. 그것은 시간의 축 위에서 '나타나고/사라지고'를 줄곧 반복한다. 사실 이것은 작업이 일상의 중심에 자리하기 시작했던 순간부터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는 숙제이지만 이번 전시의 준비과정에서는 유독 더 크게 다가왔다. 사적인 감정이 작업과 너무나 밀착했을 때, 반대로 작업에서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때를 마주하면 거기에서 각각 다른 종류의 무력감을 느낀다. 전시장의 결과물들은 이 부분에 대한 최근의 고민들을 자책이나 무위의 차원에서 끝내지 않고자 했던 작은 실천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전시가 확신과 오해 사이에서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불연속적인 시계에 대한 질문들을 공유할 수 있는 누군가의 자리가 되길 바란다. ■ 박석민
Vol.20180220c | 박석민展 / PARKSEOKMIN / 朴奭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