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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111_목요일_07: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수요일_0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비컷 갤러리 B.CUT casual gallery & hairdresser's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라길 37-7 Tel. +82.(0)2.6431.9334 blog.naver.com/bcutgallery
"인간이 가장 고결한 생명체라는 주장은 다른 생명체들이 그 주장에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기 때문에 나온 말인가 보다." (게오르그 크리스토프 리히텐베르크, 『아포리즘』, 1990 중에서) ● B.CUT 비컷 갤러리 1 월 전시 『파랑 연구展, A study in Parang』展은 인간의 잔혹한 이기심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그리기로 치환된 작업이다. 좀 더 과격하게 말하면 파랑 작가는 인간에 대한 적개심이 작업의 원동력이 되었다고도 했다. 이는 '약탈하는 rapacious 자'란 뜻으로 현생 인류를 호모 라피엔스(homo rapiens)라고 지칭한 존 그레이와 유사한 지점에서 바라본 인간에 대한 감정일 것이다. ● 인간 중심의 세계관이 자본과 결합하면서 최상위 포식자로서 인간의 욕망은 통제를 벗어나 모든 생명체는 물론이고, 지구의 생명마저 위협하고 있다. 그 어리석은 포식자는 결국, 자신의 멸종도 자초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애써 외면하거나 인류를 다른 생명체보다 우월한 종으로 인식하여 종종 터무니없는 낙관론에 동조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인간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 야생 동물이 사냥으로 잡은 먹잇감을 먹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 잔인하게 보인다면 고급 식당에서 샥스핀을 먹는 것은 어떠한지 묻는다. 뱃속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사냥을 하는 야생 동물이 게으른 포식자라면, 끝을 알 수 없는 욕망으로 무장한 인간은 정말 부지런한 포식자이다. 이들에게 작가는 희망적일 수 없다.
차라리 인류가 사라진 지구를 꿈꾸는 것이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세계관이고, 그 생각은 인간이 사라진 이후를 보여주는 풍경 그림에서 잘 드러난다. 분쟁지역의 비무장 지대나 방사능 피폭지역인 체르노빌의 접근 금지 구역과 같이 지구는 인류가 멸종한다 해도 더없이 조화롭게 번성할 것이라는 그의 믿음이 보인다. 이쯤 되면 우리는 그렇다면 어떤 삶이 옳은가?라고 작가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묻고 있을 거다. 어쩌면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지구의 모든 생명에게 해악일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인간관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당황할 수도 있겠다. 그 질문에 답은 없을지 모른다. 그저 인간 중심의 세계관이 얼마나 허술하고 어리석은지를 용기 있게 인정하라는 요구와 어떤 삶이 옳은가를 고민하는 것이 다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의 그리기가 그러한 고민의 흔적이듯, 고민을 하고, 하지 않고는 분명 다른 태도의 삶을 살 것이다. ● 작가명이 파랑인 이유는 따로 묻지 않았다. 다만, 그의 그림을 보면 내 안에 '파랑'이 일어서고, 당신 안에 '파랑'이 일어서는 게 들린다. 우리 모두 안에 '파랑'이 일어서길 바라며 2018 년 첫 전시에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래도 외면할 수 없는 고민을 놓아 본다. ■ 비컷 갤러리
나는 내가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이었으면 한다. ● 이왕이면 늑대나 호랑이, 사자, 독수리와 같은 강한 육식 동물이면 좋을 듯 싶다. 이미 나의 사고의 반은 짐승에 가깝다. 짐승으로서 인간의 삶을 바라본다.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기에 야생 동물의 삶은 힘겹고 고달프다. 인간은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치장을 하고, 너무 많이 가지려 한다. 그것을 위해 어떤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작은 공 하나를 구멍에 넣기 위해 숲의 나무를 서슴없이 잘라낸다. 기다란 작대기를 들고 공을 쫓으며 걸어가는 그들을 보면, 지독한 향수 냄새에 짐승들도 고개를 돌릴 것이다. ● 다른 생물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서 살아간다. 어떤 것도 변형시키지 않고 자신만의 영역안에서 평화롭게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은 너무도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 아파트를 지어야 하고, 차가 필요하고, 옷도 걸쳐야 하고 맛난 것도 먹어야 하고..... 자연을 훼손하고 야생 동물들을 몰아내고 그 위에 문명을 쌓는다.
그런데 나도 그런 인간이다. 슬프지만 나도 인간인 것을 인정해야한다. 아파트에 살고 있고, 차를 몰고, 삼시 세끼를 먹고, 옷을 걸친다. 짐승의 눈을 가지고 인간의 세계에서 불편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내가 다른 동물로 태어 났다면 행복했을까.. 그건 결코 아닐 것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야생 동물로서의 삶 역시 불안하고 고달플 것이다. 그들은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취미로 사냥을 한다. 내가 동물의 왕 사자라도 그들의 사냥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난 인간이 모두 사라진 세상을 그리려 한다. 내 그림안에서 만이라도 인간의 냄새가 지워 지길 바란다.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캔버스에 그리며, 한 마리 짐승처럼 그 안에 스며들고 싶다. ■ 파랑
Vol.20180102d | 파랑展 / PARANG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