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1219_화요일_06:00pm
주최 / 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
송은 아트큐브는 젊고 유능한 작가들의 전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재)송은문화재단에서 설립한 비영리 전시공간입니다.
관람시간 / 09:00am~06:30pm / 토, 일요일, 공휴일 휴관
송은 아트큐브 SongEun ArtCube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421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82.(0)2.3448.0100 www.songeunartspace.org
사건의 지평선 ● 송기철은 보이지 않지만 실재하는 수많은 사회적 차별과 경계에 주목해왔으며, 무언의 힘에 의해 억압받고 이상에 도달할 수 없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작가는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설치 및 영상작업을 통해 사회 이면에 잠재되어 있는 차별과 경계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관객이 이를 인지하고 사유하도록 유도한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의 전시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1997-2017: 인식적 지도 그리기"(2017)에서 작가는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범용 쇠창살을 담장 없이 허공에 띄운 설치 작업 「이미 여기에 늘 평화롭게 존재한다.」(2015)를 통해 사회에서 끊임없이 발생되는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를 가시화한 바 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남아프리카의 공용어인 아프리칸스어로 분리·격리를 뜻하며 과거 남아프리카에서 백인우월주의에 입각해 비백인을 철저히 차별해 온 정책이다. 현재에는 철폐되었지만 이같이 우리 사회 속에서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작가는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하고 경계 짓기 위해 사용하는 방범용 쇠창살, 대문 등을 통해 암묵적으로 드러냈다.
이번 전시 "사건의 지평선"은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시공간의 경계면을 일컫는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에서 착안했으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지평선 너머로 끊임없이 향하는 우리 삶의 모습을 담는다. 송기철은 가능과 불가능,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불확실한 경계에 관심을 갖고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인 것의 실체를 찾기 위해 정해진 규칙, 규정에 대항하며 모두가 갈망하는 유토피아에 도달하기 위한 시도를 보여준다. 신체의 일부분인 팔, 다리 관절을 투명 아크릴판으로 막아 움직임을 제한한 모습을 촬영한 사진 「0-제한 #1, #2」(2017)에서 작가는 분명하고 진실하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구분이 어렵고 부조리한 상황을 야기시키기도 하는 '투명성'의 모순에 주목해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회적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파이프를 반복적으로 빠르게 돌리는 영상 「오드라덱」(2017)에서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사물은 형체가 물리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림자와 움직임에 의한 소음으로 그 존재를 추측하도록 하며, 이는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미지의 세계를 유추하게 한다. 「0-분리」(2017)에서는 방범용 쇠창살을 대신하여 아크릴로 제작한 투명한 담장을 허공에 띄워 놓았고, 그 안에서 여러 개의 조명 불빛이 공전하는 설치작업 「최악의 방향을 향하여」(2017)에서는 목적지로 설정된 멈춰진 하나의 빛 주위를 다른 불빛들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둘러싸고 있다. 목적지 부근에 머무르며 더 이상 가까이 가지 못하고 주위를 맴도는 빛은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멀고 높은 곳에 가닿기를 바라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준다. 이렇듯 송기철의 작업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명백히 존재하는 사실이나 감춰진 사건을 들추어 실체가 없는 것들에 형태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비현실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해답을 찾고, 궁극적 목표인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한 시도이다. ■ 박해니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서면 그곳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내부 공간에서 발생한 사건이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이 경계선은 '이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서도 존재하는 듯 보인다. 실재의 사막 한가운데에서 발을 붙이고 서있는 것이 현재의 우리 모습이라면, 그곳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지평선' 너머로 끊임없이 걸어가야 한다. 이것은 내부의 공간으로부터 "내부의 있는 어떤 것"을 존재론적으로 환원하기 위한(또는 형태가 없는 것에 피와 살을 부여하는) 투쟁 속에 있는 우리 스스로와 끊임없이 대면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는 '지평선' 너머로 가기 위해 '인식의 지도'를 그려내야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이 '인식의 지도'는 실재의 사막에서 우리의 삶을 찢어내고 궁극적 실재인 태양의 사나운 빛에 대항하여 우리를 너머의 미지의 세계로 향하게 해줄 것이다. ■ 송기철
Vol.20171219c | 송기철展 / SONGKICHEOL / 宋基哲 / installation.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