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1201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강석문_김일용_박종갑_왕지원 제이미리_한승구_황선태
기획 / 김최은영
관람시간 / 10:30am~05:30pm
법련사 불일미술관 BULIL GALLERY 서울 종로구 삼청로 10(사간동 121-1번지) Tel. +82.(0)2.733.5322
"한 조각 얼음 같은 맑은 마음 옥병에 있네(一片氷心在玉壺)"
동아시아의 예술은 맑고 차가운 고요한 세상을 추구한다. 고요함은 세상의 소란스러움을 몰아내고, 아득하지만 맑은 차원으로 들어가게 해준다.(왕지원의 Kwanon, 한승구의 skin of skin) 세상은 화려하고 요란하며 힘의 논리에 의해 쉽고 빠르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를 반복한다. 윤택함은 번들거림에 가깝고, 화려함에도 공허하다. 스스로 해결 못한 자아를 찾기 위해 제공된 매체들은 정보도, 이미지도, 인문학도 모두 넘치게 쏟아져서 체증만 남는다.
고요함은 차가움과 닿아있다. 쨍하게 추운 겨울 밤하늘 손톱 같은 초생달은 결코 뜨겁지도 요란하지도 않다. 그 달 아래 고요함은 죽은 듯한 정적이나 공허함이 아닌 생명의 천이(遷移)을 엿볼 기회를 제공한다.(박종갑의 스미다) 정적인 곳에서 움직임을 볼 수 있고, 정적인 곳과 동적인 것을 조화로 이끈다.(황선태의 빛이 드리운 방)
소리가 없는 세상은 없다. 세상은 각각의 생존을 위해 온 힘을 쏟아 낸다. 현대 시각예술도 그렇다. 소통을 위해 웅변을 하고,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감탄을 강요한다. 소리가 없음에도 요란하다. 그러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다. 고요함은 청각에, 텅 빔은 시각에 작용한다. 청각의 고요함은 시각의 텅 빈을 일으키고, 시각의 텅 빔 또한 고요함을 더해준다. 비워진다는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이상한 일이 아닌가. 인간과 자연은 원래 없음에서 시작되고 없음으로 돌아간다고 배웠다.(제이미리의 summer shower) 그러나 현실의 우리는 항상 무언가로 가득 차 있어 비워지고 덜어내기에 노력이 따른다. 사사로운 개념과 욕망이 비워진 시각예술은 스스로(自) 그러한(然) 자연처럼 본래의 면모가 드러나고 이치(理致)가 자연스러워 보는 이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김일용의 날숨, 들숨) ● 오늘 이곳에서 펼쳐(展) 보이는(示) 전시의 작가들의 면모를 조심스레 들춰보다 보니 저절로 떠오른 단어 '고요해야 얻어지는.' 굳이 사전을 뒤지지 않고 그들의 작품처럼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덜어낸 새벽에 얻어진 단어를 전시의 제목으로 삼았다. ■ 김최은영
Vol.20171207k | 고요해야 얻어지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