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경계혼탁(한주예슬, 최서희, 김기영(710), 최인수)
후원 / 서울시 청년예술단
관람시간 / 11:00am~07:00pm
행화탕 Haenghwatang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19길 12(아현동 613-11번지) Tel. +82.(0)10.4055.5540 www.facebook.com/haenghwatang
서울시 서울쳥년예술단의 프로젝트 그룹 '경계혼탁'의 『씌움』전은 구제시장에서 구입한 '누군가 사용했던 물건'을 추적하여 재구성한 전시다. 전시장소인 '복합문화공간 행화탕' 역시 1958년 지어진 대중목욕탕으로 아현동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세월의 흐름에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지다가 '예술 목욕'을 통해 마음의 때를 미는 공간으로 변모한 곳이다. 1년에 걸친 '구제의 재해석' 프로젝트의 마침표를 찍는 전시에 걸맞은 장소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가 재화를 들여 흔적과 콤플렉스를 지우는 데에 열중한다면, 전시는 그 흔적을 애써 찾아내고 복귀시켜 과거와 소통하고 미래에 대한 답을 얻는 데에 목적을 둔다. 「씌움」전은 '구제물건'에서 출발한 젊은 작가들의 사유를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다.
경계혼탁 ● 서울시 청년예술단원 (영화감독&미술가 한주예슬, 동양화가 최서희, 일러스트작가 김기영(710))3인과 미술가 최인수 등 4인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으로 "No Limit"를 슬로건으로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작업한다. 결성되어 '구제'를 모티브로 올 해 (「기묘한 쇼윈도우」,「木茶: 봄, 여름 단편」, 「환영 [화ː녕] 幻影」) 3번의 전시를 개최했다. ■ 경계혼탁
찾지 않는 시간-구제계 ● '구제'라는 이름이 정의되고 발생되는 과정이 흥미롭다. 현대사회는 새로운 인공물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간다. 이전에 만들어진 것들은 물이 빠져나가는 하수구처럼 쉴 틈 없이 과거의 한 역사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그러나 과거의 것들은 단순히 새것이 나왔다고 해서 구제가 되진 않는다. 자연의 본성에 충실하게 침식된 모습들... 낡아져 색이 바라고, 찾지 않는 시간이 보이는 것이 구제의 특이점이다. 즉, 인공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욕구와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돌아가려는 자연의 본성 그 과정 사이에 구제가 발생되고 있고, 구제는 영원히 인간과 자연, 두 세상 사이에 멈춰있는 듯하다. 옷뿐만 아니라 손 편지에서부터 건물까지 구제물품의 범위를 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옛날 원시인들이 처음으로 도구를 만들어내었듯이- 현대인들이 시뮬라시옹(Simulation)과 초정상자극(Supernormal Stimuli)에 집착하듯이- 욕구와 인공물은 뗄 수 없는 관계인걸까? 만약 사람들이 더 이상 인공물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헌 것의 개념, 구제라는 정의는 사라질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번 공간에서는 '인공물을 만드는 인간'의 존재가 멸망한 어느 미래에서 조용히 존재하는 나의 인공물(창작물)들을 보여주려고 한다. 이 세상이 인공물을 더 이상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나의 바람과는 달리 계속해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창작하고 싶고 상상했던 것을 실현하려는 나의 불일치하는 심리를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작품들의 의미들이 존속되길 바라는 나의 뜻과는 다르게 그들은 자연의 본성이란 하수구 속으로 빠져나가 찾지 않는 시간, 구제계에서 떠돌아다닐 것이다. 한편으로는 구제되어 훗날 단 하나뿐인 구제로 정의되길 바래본다. 나의 뜻과 같도록... ■ 한주예슬
기억의 잔상 [舊題: 舊製] ● 사람은 기억을 품고있는 물건을 볼때면 자신을 그 때의 기억속에 가두곤 한다. 기억을 품고 있다는 것은 꽤 많은 시간을 지나온 물건이며 외적인 형태는 낡아갈지언정 내적 의미는 더욱 강렬하고 생생해 지고 있는 것이다. 씌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이러한 물건들이 모여든 구제시장에 많이 다니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역시나 눈에 띄는 물건들은 과거와 미래의 기억들이 생각나게 하는 물건들이었다. 이것들을 바라보면 그때의 시간들이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듯했다. 그 후부터 버려지기 이전의 물건을 썼던 예전의 주인은 내가 되고 내가 그 주인이 되어 구제품의 기억들이 현재에 투영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이상 구제품은 사고 파는 물건이 아닌 기억의 잔상을 현실에 보여주는 장치가 되었다. ■ 최서희
구제의 의미는 내게 단순히 "헌옷"이었다. 처음 동묘시장이라는 곳에 가 보았을 때의 낯선 경험은 지금도 생생하다. 사연이 있어 보이는 옷들이 헐값에 팔리고 있는 것을 보는 기분은 너무나도 묘했다. 개인의 추억과 기억을 누군가에게 팔 수 있는 것이었던가. 판매자 또한 그 출처를 정확히 알지도 못했으며 결국 거래 대상으로서의 역할만 충실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결국 내게 구제의 의미는 "누군가가 입었던, 그리고 지금은 입지 않는 옷"이 되었다. 헌옷 수거함에 넣는 옷들도 불우한 이웃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게 되면서 사실상 구제 옷에 대한 흥미는 다른 쪽으로 기울어갔다. 구제 옷에 대한 미신(죽은 사람의 옷을 입으면 재수없다 등)이나 선입견을 배제하고, 버려지거나 팔려온 옷들을 이용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대중에게 선보이자. 그래서 단순히 버려졌거나 팔려온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무언가로 재창조 되어져 더욱 가치 있는 것이 되고, 헌 옷으로서의 의미 그 이상으로 만들어보자. 그 때 부터 프로젝트에 구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구제를 오브제로 활용해 씌움 프로젝트의 가장 기초적인 본질인 "씌운다"에 큰 의미를 두기로 했다. 구제 옷은 작품 전반의 재료로 활용,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형태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 김기영
구제 ● 구제란 무엇인가? 구제는 왜 구제라 불리우는가? 구제는 누구의 것인가? 구제의 반대말은 신제. 구제의 사전에 기재된 의미는 옛적에 만듦. 옛적에 만들어진 물건이지만 누구도 소유한 적 없고 뜯어보지 않은 새 물건을 우리는 구제라고 부르는가? 사전적 의미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구제의미는 어색한 관계인 것 같다. 너도 나고 나도 너긴 한데…조금은 다른 것 같아.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구제의 의미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 소유주가 내가 아닐 때는 구제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나 이전의 소유주가 있었고 그 사람이 사용했던 물건이었다. 아는 사람이 준 물건을 구제라고 하진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구제의 의미에 필요한 요소 물건, 전소유주, 구매의 경로 그리고 우리가 흔히 구제라고 부르는 것에 부동산이나 중고차 고가의 물건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옷, 신발, 장신구 정도? 그렇다면 내게 있어서 구제의 의미란 무엇인가? 누군가 입었던 옷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옷이지. 절대 옷 아니고는 무엇도 아니지. 내 것 역시 누군가의 구제가 될 수 있다. 내가 입었던 것을 누군가가 사면 구제가 될 수 있다. 내가 처음으로 구제라는 개념으로 구매했지만 그걸 다시 팔고 누군가가 사도 구제가 된다. 소유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것이 구제가 된다. 내게 있어서 구제란 그런 것이다. 다음 소유주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구매해줄 내 물건도 구제이다! ■ 최인수
Vol.20171207a | 씌움-프로젝트 그룹 경계혼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