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1206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강보빈_강유리_길혜민_김민정_김민하 김보미_김서현_김소연_김유림_김윤하 김주희_김현주_남보람_노지영_문주희 방영현_서예원_손은영_송아름_신해나 신희원_양희승_오영심_오재석_오정음 왕소연_우희서_원선연_유승연_이가현 이다함_이자윤_이지민_이화림_정소윤 정예린_정지요_차 민_채수정_최수지 홍승민_홍여진_홍지현_황혜민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아라아트센터 AR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9길 26(견지동 85-24번지) 4층 Tel. +82.2.733.1981 www.araart.co.kr
불을 때어 솥에 밥을 지을 때 지켜야 되는 단순한 원칙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센 불에 빨리 물을 끓여서 쌀을 익혀야 하고 끓는 물에 밥이 익기 시작하면 불을 최대한 약하게 하여 오랫동안 뜸을 들여야 윤기가 흐르는 맛난 밥을 지어낼 수 있습니다. 오래전 학창시절 학교에서 나무를 깎아서 형태를 만들어 내는 조각수업을 들었을 때 은사님께서 학생들에게 알려주신 작업의 프로세스에 대한 비유였고 설명하자면 처음에는 맹렬하게 가속을 하고 어떤 시점 이후에 오랜 시간에 걸쳐 일을 해야 완성도가 올라간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이 명쾌한 논리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작업과 삶의 방식에 적용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현대미술에는 이 과정의 논리가 적용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일탈과 파격이 이 과정의 명증성을 전복시키기 때문입니다. ● 늘 해오던 대로 자신의 작업을 한 땀 한 땀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해내는 사람도 있는 반면 어제는 있지도 않았던 것들을 하룻밤 만에 뚝딱 만들어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교한 묘사력을 가진 사람의 그림이 낮은 평가를 받고 소위 '똥손'이라고 하는 사람의 엉망진창 그림이 높은 평가를 받는 현장을 종종 목도하게 됩니다. ● 이러한 예측 불가함은 앞으로 도래할 '특이점'의 시대에, 인공지능과 인간이 교차점을 만들어내고 인간의 의미와 목적이 송두리째 뒤바뀔 시점에 현대미술이 인간의 의미를 증거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가치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건국대학교 현대미술학과 학생들이 올해도 졸업전을 개최합니다. ● 두 학기 동안의 수업과정과 세 차례에 걸친 심사과정을 경험하면서 이 들은 삶 전체를 축약 적으로 관조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얼마 안지나 이 들은 다시 심심하고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올 한해 겪었던 평범한 삶의 대척점이 생각보다 멀지 않은 거리에서 그 무서운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두려움과 어떻게 대면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 전시가 어떤 이에겐 소박한 출발선이고 언젠가는 과거의 작은 추억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후 자신이 통째로 던져질 척박한 세상에서 괴롭고 고단했던 올 해 1년의 경험들이 이 들에게 그것들을 극복해 낼 수 있게 하는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 달콤한 위로와 칭찬이 필요했었겠지만 야박하고 매정한 핀잔을 더 많이 들었을 이들에게 늘 미안했고 이제 비닐하우스 밖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때가 되고 보니 걱정도 되지만 "Bitter sweet"(시원섭섭)한 마음입니다. 이제 진정 장도를 떠나는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찬사를 보냅니다. 여러분은 잘 해냈습니다. ■ 박지훈
Vol.20171206i |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현대미술전공 2017학년도 졸업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