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동감각

Sense of Rhythm展   2017_1108 ▶ 2017_1129

초대일시 / 2017_1108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공예 / 김민수_김부섭_양병용_유진경_이정섭 이정혜_이현정_최정유 외 전승공예품 시각예술 / 박승순_이은우_이지아_홍승혜

기획 / 우란문화재단 협력 / 국립무형유산원_한국문화재재단 공간디자인 / 사무소효자동 조명디자인 / 황규연(우란문화재단) 홍보 / 오운 o-un

관람시간 / 10:00am~06:00pm

우란문화재단 프로젝트박스 시야 WOORAN FOUNDATION SEEYA the project box 서울 용산구 장문로 60 Tel. 070.7606.6688 www.wooranfdn.org www.facebook.com/wooranfdn

우란문화재단은 2017년 우란기획전 전시로 『율동감각』 전시를 선보입니다. 우란기획전은 전통공예에 대한 재조명을 목적으로 매 전시마다 주목할 만한 공예 장르(소재)를 선정하고 장인을 발굴, 소개하고 있습니다. ● 올해 3년 차를 맞이하는 우란기획전은 2015년 '식(食)문화'를 다룬 『나누는 상, 담는 그릇』, 2016년 '의(衣)문화' 에서 전통길쌈을 소개한 『평립(平立) : 규방의 발견』, 올해는 주(住)문화로 이어져 공간과 공예품의 관계성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전통 본연의 형태와 긴 시간동안 쌓여온 아름다운 색감을 간직한 고미술품과 전통 그대로의 방식을 고수하는 국가무형문화재 이수자들의 전승공예품, 소재와 물성을 이해하고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다루는 현대공예가와 디자이너의 작품, 그리고 현대미술가들의 비례와 기하학적인 도형을 활용하여 공간감을 보여주는 작품을 통해, 공간과 공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우란문화재단은 전통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여 공예 분야의 의미있는 전시와 작가를 연구하고, 우란에 초대하여 그들과의 협력을 통해 '공예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전시 공간 디자인에 있어 전문가(건축가)와의 협업은 공예 전시의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전시방식의 변화를 시도하고, 공예 담론을 흡수하고 재해석하여 새롭게 제시하는 공예전문기관으로서 자리하고자 합니다. 본 전시를 통해 공간과 공예를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율동감각 Sense of Rhythm展_우란문화재단 프로젝트박스 시야_2017

2017 우란기획전 『율동감각(Sense of Rhythm)』은 '공예(품)'이 그 쓰임과 형태에 있어서 생활공간과 어떻게 연관 지어 형성되었고, 기능과 조형성이 만들어져 왔는지를 '공간과 공예'라는 주제로 풀어내고자 한다. '기능'은 사용을 전제하고, '사용'은 사용자의 행위와 관련되어 있다. 이 사용의 주체와 행위는 거의 생활공간(집)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의 영역을 기저로 한다. 도구(공예품)-사용자(사람)-공간(집)의 맥락에서 각각의 요소를 '공간-오브제, 도구-사용자, 내부-외부' 와 같은 익숙한 범주가 아닌, 공예성을 이루는 조형적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보며 이 안에 새겨져 있는 전통의 가치와 미감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 한국 전통가구의 미감은 한옥이라는 생활공간의 특징과 결부되어 있다. 흔히 한옥은 입면이 중시된 수평적 요소라는 특징이 부각되어 왔지만, 주춧돌과 기단에 단차(段差)를 두어 오르내리는 움직임인 수직적 요소 역시 한옥을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자연과 인공,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무심히 둔 한옥이 가진 공간인식은 방과 대청마루 그리고 마당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행위와 역할을 담아내는데, 말 그대로 창이기도 하고 문이기도 한 '창문(窓門)'은 그 열린 방향의 외부 풍경을 집 안으로 끌어들여 차경(借景)을 보여주며 시선을 교차시킨다. 방과 대청마루 그리고 마당으로 이어지는 다양하고 적극적인 동선은 사용자로 하여금 더 많은 움직임과 행위를 가능케 하여 입면적 특징인 수평과 높낮이에서 오는 수직, 그리고 그 안을 휘젓는 동선으로 율동감을 담아낸다. 이 공간 안의 변화무쌍한 율동감은 각개의 기능에 따른 공예품인 목가구로도 부가됨을 알 수 있다. 즉 소반(小盤)과 서안(書案)은 그 가구가 놓인 공간을 서재 혹은 식당으로 공간의 기능을 변화시켜 공간의 역할이 규정된 것이 아닌 필요에 의해 변모하는 역동성을 보여준다. ● 이러한 '공간과 공예'의 측면에서 수직 수평적 동선의 움직임과 가구에 따른 공간 기능의 변화를 '율동감'으로 묶어낸 이번 전시는 한옥의 내부요소인 바닥과 벽을 한지로 마감한 넓은 상판으로 수렴하여, 마치 무대처럼 재현하면서 동시에, 단차에서 오는 움직임의 변화는 상 주변의 경사로를 오르내리면서 경험할 수 있는 시점의 차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적 특성을 담아내 보았다. 특히 채광에 적화되어 있는 한옥이 가진 자연광의 흐름을 담아내고자 한 전시장 조명의 변화는 관람자로 하여금 전시를 경험하는 동안 다양한 시간대를 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상판 바닥에 발린 한지는 전시장 조명의 조도와 색의 변화에 따라 마치 창호지를 투과한 빛의 색을 담아내는데, 날의 어둑함과 밝음, 해의 높고 낮음에 따른 변화가 낯설지 않으면서도 은근한 변화를 경험하게 하는 조명변화는 전시장을 한바퀴 빙 둘러보면서 중첩되는 선과 면, 고가구와 조형물, 목재와 천 등 서로 다른 요소가 부딪히며 섞여서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풍경에 또한 율동감을 더한다.

호족반_35×51.6×51.6cm_개인소장
이정섭_Element 6_비치블랙우드_218×42×34cm_2012

전시장에 들어서서 제일먼저 선보이는 것은 소반이다. 온돌과 마루로 구성된 한옥은 바닥에 앉는 평좌 생활에 맞게 제작된 소반은 약 30cm 내외로 제작되어, 부엌에서 사랑채와 안채로 음식을 나르기에 편한 인체에 기반한 규모이다. 또한 그릇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반면(盤面)의 변죽을 세워 기능을 부가하면서 동시에 장식적인 요소로서 미감을 더한다. ● '목선반' 기법을 다루어 전통 방식을 고수하면서 동시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한 양병용 작가는 장식적인 요소 보다는 비례와 균형을 우선하여 소반을 만들어 전통 공예가 가진 원형의 미감을 현대적 실용성을 더한다. 양병용 작가의 작은 나주반(羅州盤), 12각 구족반(狗足盤), 직사각 마족반(馬足盤)과 어우러진 조선시대 후기에 제작된 경기지방 호족반(虎足盤)까지 각각의 소반은 그 다리가 개(구족반), 말(마족반), 그리고 호랑이(호족반)의 다리를 닮아 있고 또한 유독 지역색을 뚜렷하게 띤 공예품임을 알 수 있어 감상의 요소를 더욱 배가한다. ● 한편으로 한국적 전통 미감은 그 기능과 소재의 기본에 충실한 태도는 '대교약졸(大巧若拙)'이란 다소 엄격하면서도 단순한 미감을 형성하여 왔다. 특히 사방탁자(四方卓子)는, 그 구조가 간결하고 사방이 뚫려 있어 다소 협소한 사랑방 공간에 적합한 가구이다. 남성의 생활공간인 사랑방의 가구로 최소한의 소재로 제작한 듯, 가느다란 뼈대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 목가구의 특징 중 하나인 짜임기법(연귀짜임)을 비롯한 다양한 접합구조로 이루어진 사방탁자는 겉보기에 단순하나 보이지 않는 내부는 치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구조적 계산이 응축되어 있어 기능적 견고함 역시 중요한 특징이 된다. ● 강원도 홍천의 내촌목공소 이정섭 목수는 한국 전통 목가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전통미감의 비례와 소재를 유지하면서 현대적 생활공간에 부합하는 사방탁자와 문갑을 선보인다. 전통가구보다 한 두단씩 확장된 현대적 비례미는 조형적 미감에 대한 연구뿐만이 아니라,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과 구조적 고려가 선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은우_덩어리 A7_합판에 우레탄 페인트_24×60×60cm×9_2015
홍승혜_The Sentimental 8-Complementary Installation_플래시 애니메이션_00:01:43_2012 (음악_요하임 로드리고 '기도와 춤')

이러한 수직과 수평의 단순한 기하학적 조형은 다소 단순한 형태에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으나, 수직과 수평의 다양한 조합으로 이뤄진 창호는 유형학적 질서아래 주제 변주를 꾀할 수 있다. 단순한 구조와 쾌적한 비례, 그리고 간결한 구조를 드러내면서 그 채광이라는 기능에서 오는 빛과 그림자의 색과 자취를 시간에 따라 변화무쌍한 그림을 그려낸다. 이은우 작가의 덩어리 A7 은 한 평 이라는 현대적 생활공간의 기본단위를 순차적으로 나눈 설치작품으로 잘게 쪼개진 공간은 조명의 변화와 맞물려 빛과 그림자를 담아내, 마치 창호살을 연상시키는 듯 하여, 현대 생활의 공간단위에 전통가옥의 요소를 투영한다. 또한 소반과, 사방탁자 옆에 놓인 녹색 원, 주황색 사각형, 푸른 사각형 은 그 이름처럼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선으로 이루어진 조형작품으로 가구(공예품)를 추상적 개념으로 치환하여, 가구의 형태이나 그 기능이 제거된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 작가 홍승혜는 음악(요하임 로드리코의 '기도와 춤')에 맞춰 바닥과 벽을 넘나들며 움직여 율동감을 자아내는 애니매이션 영상작품을 선보인다. 인체와 목가구의 규모에 맞춰진 사각형 프레임은 단순한 비례미를 자아내면서도 그 안에서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는 사각의 무수한 비례의 가능성을 마치 춤추듯 그려낸다.

김민수_빛의 밀도_도산서당 창문의 스케일을 빌려온 발, 마직물, 실_91×58×5.8cm_2017
유진경(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이수자)_삼층 책장, 책갑형 사층 책장, 바둑판_ 150×70×45cm, 155×114×40cm, 30×50×50cm

전시장 천정 높이 매달린 공예작가 김민수의 설치작품은 공간을 임시적으로 가르는 '발'의 형태로 빛이 그려내는 자취를 보여준다. 서로 다른 재질의 천으로 이어진 김민수 공예작가의 발은 도산서당 대청마루의 스케일을 의식한 크기로 대청마루를 한가득 비추는 자연광이 작가가 임의로 구성한 사각조형에 맞게 리듬감 있는 그림자를 구성하고 있다. ● 발을 왼쪽에 두고 넓은 상판의 한쪽 좁은 면은 경사로를 따르게 되면, 지면에서부터 약 70cm 올라서서 작품을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상판과 마주보는 경사로의 끝 지점은 마치 방안에 들어선 듯한 시점으로 목가구를 경험할 수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이수자 유진경은 나무의 결을 살리며 강도를 보강하는 오동나무의 낙동(烙桐)기법을 잘 살펴볼 수 있는 4층 책장(冊欌)과 3층 책장을 선보인다. 전통의 소재, 도구 그리고 기술을 이어가는 유진경 이수자의 노력은 비단 전통 그대로를 재현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전통 목가구의 정수를 비례와 같은 조형미뿐만이 아니라, 시대상과 세계관 그리고 자연환경에서 비롯되었음을 강조하는 유진경 이수자의 전승공예품은 오늘날을 대표하는 가구에 질문을 던지며 전통의 계승뿐만이 아닌 동시대 미감의 부재에 대한 고민을 지속한다.

김부섭(국가무형문화재 제 74호 대목장 이수자)_수덕사 대공_60×131×61cm
최정유_Nowhere, Rush_삼, 나무_56×290cm_2017

이어 넓은 상판 한쪽 모서리에는 한옥의 대공 모형이 놓여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인 충남 예산 수덕사 대웅전(국보 제49호)의 대공을 1/3 축소한 이 모형은 국가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 이수자 김부섭의 작품으로 기능적 구조를 겸하면서 동시에 섬세한 조각으로 장식적 요소 역시 놓치지 않은 모습이다. 이는 건축물의 가장 높은 마루에 해당하는데, 전시장의 넓은 상판을 내부공간 및 단차를 구현했다면 대공모형은 그 지붕을 연상케 하여, 전통건축인 한옥이 가진 수직적 요소를 강조하는 전시공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동선을 따라가다 상판 가까이에 뉘여진 최정유 디자이너의 발과 돗자리는 공간 안의 장소성에 대해서 언급한다. 베트남 전통장인 마을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돗자리는 한낮 낮잠을 잘 때 바닥에 깔던 용도이다. 목가구가 공간에 놓여 그 공간의 특성을 지시하듯 최정유 디자이너의 돗자리 역시 공간의 장소성과 기능을 지시하는 요소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

이현정_Row-Maple_단풍나무, 색면아크릴, 노방_160×47×168cm_2017
이정혜_OLIDA_합판_64×34×100cm_2017

전통 목가구가 지닌 기능과 결부된 조형성은 부엌가구인 찬탁(饌卓)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앞서 사방탁자의 조형적 특징은 유교이념에 부합한 선비의 사상을 반영한 가구라면 찬탁은 무거운 그릇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보다 기능적인 요소가 강조된 목가구이다. 네 개의 기둥은 넓은 면과 얇은 면을 다 가지며, 이를 가로로 분할하는 얇은 선반은 면 분할과 더불어 다양한 두께의 목가구 요소를 경험하게 한다. 이현정 공예작가는 이러한 찬탁의 비례를 참고하면서 동시에 선반을 길게 확장한 변형을 통한 현대적 변용을 시도하였다. 더욱이 사방이 뚫린 찬탁을 색면 아크릴로 창을 만들어 이 사이를 비추던 빛을 색을 다양한 색상으로 형상화 하였다. 작가의 이와 같은 시도는 전통 목가구의 비례에 가구로서의 기능성을 부가하여 동시대 생활공간에 전통적 요소가 실용적인 기능으로서 쓰일 수 있도록 가능성을 모색한다. ● 이와 같은 현대 생활공간에서의 실용적 쓰임은 이정혜 디자이너의 Olida와 Moida의 가구에서도 이어진다. 조선 사랑방 가구인 서안과, 해주반(海州盤)을 응용한 이 모듈형 가구는 각각의 서로 다른 높이와 기능을 가진 테이블로서 한데 쌓아놓을 수 있다. 이 가구는 본래 유진경 이수자와의 협업으로 제작된 것으로 이후, 이정혜 디자이너의 브랜딩 작업을 거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합판으로 제작되어 전통이 녹여진, 오늘날 생활 및 주거환경에 더욱 부합한 가구라 할 수 있겠다.

박승순×이지아_바람의 눈_HD 영상, 2채널 사운드_00:03:16_2017 (사진_이병율 / 글_길상호 '그 노인이 짓는 집')

사운드와 영상이 결합된 바람에 눈은 이지아 작가와 박승순 작가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바람에 눈은 산을 비롯한 자연환경을 담은 사진을 꼴라쥬한 영상으로, 집을 짓는 과정을 읊은 시인의 싯 구절을 따라간다. 자연에서 얻는 재료로 인간 스스로를 보호할 요량으로 지어가는 일련의 집 짓는 과정은 자연과 인공, 집과 사람과 같은 역사 이전부터 이어져온 생존, 삶의 가치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 이번 우란기획전 『율동감각』은 전통 공예의 미감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이를 현대화하여 디자인으로 발전시키는 가구디자이너의 가구, 전통건축에서 찾을 수 있는 미감을 조형적 원리로 풀어내는 시각예술가의 영상과 사운드 작품, 그리고 전통 장인의 자취를 따라 그 길을 따라가는 보유자 및 전승공예 이수자들의 전승품을 소개하여, 전통의 공예의 요소를 공간적 특성과 결부시켜 율동감이란 특징으로 구성해보았다. 고가구에서 전승공예품 그리고 현대공예작가 및 설치미술까지 한대 구성하여, 각 동선에 따라 겹쳐지고 이어지는 공예작품들은 서로 다른 시간대를 담고 있으면서 반복 교차되는 율동감으로 보여준다. ● 나아가 전통적 요소가 동시대 생활 영역의 공간이 어떻게 채워지고 구성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봄으로써, 다양한 문화가 뒤섞여 있는 동시대 생활공간에서 서로의 역사를 살피고 현재 우리의 취향과 미감을 찾으면서 또한, 일상 너머의 시간대에서 오늘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당대의 세계관과 조형미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시하고자 한다. ■ 우란문화재단

Vol.20171126f | 율동감각 Sense of Rhythm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