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1123_목요일_04:00pm
공간1 / 홍익 미술 모던 & 컨템퍼러리(Hongik Art Modern & Contemporary)-소장품 상설展 공간2 / 홍익 미술의 역사 : 80 년대를 이끈 리얼리즘의 주역들-특별기획展
관람시간 / 01:00pm~05:00pm / 입장 마감_04:30pm / 토,일,월요일 휴관 방학 중 휴관 일정은 박물관 홈페이지 참고
홍익대학교 박물관 Hongik University Museum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94(상수동 72-1번지) 문헌관 3층 Tel. +82.(0)2.320.1323 museum.hongik.ac.kr
우리 박물관은 지난 해 70년대를 돌아보았던 『단색화와 조선목가구』展에 이어 2017년 소장품 특별기획전으로 격동의 80년대를 다시 보고자 한다. 본교 미술대학의 80년대 단면展이 되는 이번 전시는 프롤로그와 세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70년대 물아와 무념무상의 추상미술이 있는 초입부를 지나서, 80년대 리얼리즘의 주역들이 펼쳐진다. 첫 번째 영역에서는 매일 접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세밀하게 몰두했던 극사실 회화, 그리고 일상의 풍경을 한국적 감성으로 파고든 동양화, 끝으로 사회의 권위체제를 비판했던 민중미술이다. 세 영역 모두 본교 미술대학 졸업자들이 중심이 되어 적극적으로 전개한 1980년대의 새 흐름이었다. 이번 전시는 이 세 가지 경향을 리얼리즘이라는 큰 얼개로 고찰한다. 이들의 각기 다른 표현방식은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직시, 체험적으로 다루는 리얼리즘의 시각으로 어우러진다. 이렇듯 그들이 공유한 '시대적 눈'을 통해 70년대 말에서 80년대까지 폭넓게 나타난 구상으로의 복귀를 다시 읽는 것이다.
전시에 나온 많은 작가들이 수학하던 시기에 스승과 선배들은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것' 즉 무작위의 미술에 몰두했다. 그러나 70년대 후반부터 미술계 안팍에서 미술을 위한 미술을 추구하는 추상미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타났다. 미술이 도시환경, 산업사회, 그리고 사소한 일상과 유리되어 현실에 대해 어떠한 태도도 표방하지 않는 것에 대한 자성의 움직임이 일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정치적 입장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비평가들이 공유했던 바이다.
이 시점에 본교 출신의 작가들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형상을 제시했다. 도시에서 흔히 보는 벽돌의 디테일, 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책과 글자, 그리고 그 위의 돌, 홍대 근처 하숙집 앞 철길과 학교 앞 다방 소파의 낡은 부분, 눈으로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실물 같은 표면의 테이프 등. 이들은 아무것도 그리지 않아야 한다는 강령을 위반하고, 사소한 사물을 클로즈업시켜서 화면을 채웠다. 이들의 시각은 젊었던 청년기의 회한과 방황, 그리고 염원을 담고 있다. 여백 없이 꽉 찬 화면 앞 관람자의 시선은 그림 안으로 들어갈 한 치의 틈도 찾지 못한 채, 화면 표피의 소소한 오브제 위를 맴돌기만 한다.
이러한 변화는 동양화에서의 모색과 다름없었다. 70년대 수묵추상화를 놓고 구상으로 복귀한 거장의 움직임, 소박한 주변 자연경관을 그대로 직시한 신묵회 회원들, 그리고 동네 뒷산과 묘지 풍경, 새벽 첫 버스와 거대한 기중기는 도시의 삶과 현실이 화면 깊숙이 스며든 작업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추구한 미술이 '사실(寫実)이 아닌 사실(事実)'이며, '사태(事態)의 현실적 포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시기 청년 작가들은 평범하고 일상적이며 시시한 영역으로 간주돼 왔던 있는 그대로의 사물과 풍경을 통해, 현실과 유리된 미술을 삶으로 끌어들이고 예술과 인간, 예술과 사회의 통합 가능성을 모색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이미 작고하셨거나 은퇴하여 학교에서 뵐 수 없는 분들이 다수다. 그리고 정년을 앞둔 교수들의 기증작도 포함돼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그들의 청년 시기, 미술과 사회에 대한 고민을 공감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 그들의 눈과 손을 빌어 남아있는 이 작품들은 우리 자신의 80년대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 전영백
Vol.20171126d | 홍익 미술 모던 & 컨템퍼러리展 / 홍익 미술의 역사 : 80 년대를 이끈 리얼리즘의 주역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