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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1124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총 27인의 200여점 작품 강요배_금민정_김성룡_김정헌_김준권_김지원 박불똥_박생광_손상기_손장섭_송창_신학철 안성석_안창홍_오원배_유근택_이명복 이세현_이제훈_이종구_임옥상_임흥순 장종완_조혜진_홍선웅_황용엽_황재형
작가와의 대화 강요배·김준권·신학철 / 2017_1202_토요일 임옥상·홍선웅·유근택 / 2017_1209_토요일 황재형·이종구·박불똥 / 2017_1216_토요일 장소 / 성곡미술관 2관 3층 3전시실 시간 / 02:00pm~05:00pm 전시관람자에 한해 무료, 메일로 사전신청
문의 / 코리아 투모로우 사무국 Tel. +82.(0)2.3481.2009
주최,주관 / (주)코리아 투모로우 후원 / 서울시 장소후원 / 성곡미술관 기획 / 윤범모_미술평론가,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관람료 / 일반 10,000원 초중고생, 65세 이상 20% 할인 / 20인 이상 학생단체 50% 할인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전시종료 30분전 매표 및 입장 마감
성곡미술관 SUNGKOK ART MUSEUM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신문로 2가 1-101번지) Tel. +82.(0)2.737.7650 www.sungkokmuseum.org
왜 '해석된 풍경'인가? ● 인간은 풍경 속에서 산다. 풍경은 자연풍경으로 대표되나 인간풍경 혹은 사회풍경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인간과 자연처럼 예술작품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는 부분도 드물다. 문제는 풍경을 어떻게 수용하는가, 여기에 있다. 풍경을 발견하고, 또 이를 해석하는 작업, 이것이 예술행위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 일본의 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은 그의 '풍경론'에서 전통문학에서 근대문학으로의 이행은 곧 '풍경의 발견'이라고 주장했다. 풍경은 무엇을 의미하는 인식의 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풍경의 탄생은 내적 인간의 탄생을 의미한다. 풍경의 발견, 여기에 근대적 사유의 과정이 담겨 있다. 예술가에게 있어 풍경은 발견되어지는 그 무엇이다. 또 풍경은 해석되어지는 대상이다. 훌륭한 작품은 작가의 독자적 해석을 담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여, 해석 없는 작품은 좋은 작품이라 말할 수 없다. 작가 나름의 독창적 시각, 그것이 곧 해석이다. 사물과 소재는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 미술의 장식화 혹은 상품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해석'의 의미는 더욱 중요하다. ● 이번 전시는 '해석된 풍경'이라는 주제의식을 제시하고자 한다. 물론 여기서 풍경은 자연 그 자체 이외 인간과 사회까지 아우르고자 한다. 전시 범주는 '자연 그리고 인간+사회', 이런 형식으로 골간을 세울 것이다. 출품작의 내용에 따라 전시구성과 소주제의 설정이 신축성 있게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해석이다. 그래서 스마트 폰으로 기념촬영 하듯 단순 재현은 의미가 약하다. 뚜렷한 해석의 과정이 없다면 특히 그렇다. 단순 재현에서 해석된 풍경, 작가의 독창적 발언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 이번 전시의 숨은 의도 가운데 하나는 형상미술 혹은 리얼리즘 미술의 재조명에 있다. 1980년대 이래 숨 가쁘게 전진해 온 리얼리즘 미술의 발자취와 그 변모된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래서 과거의 주역들을 중심으로 하여 신진 청년세대에게까지 작가 참여의 폭을 넓혔다. 풍경은 해석을 요구하고 있다. 발견되고 해석된 풍경의 의미는 달리 전달된다. 오늘의 현실에서 우리의 풍경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이번 전시는 그 좌표 확인 작업이라고 믿고 싶다. ■ 윤범모
강요배 KANG Yo-bae (b.1952) ● '강요배'라는 독특한 이름은 4.3 항쟁당시토벌대가 이름을 불러서 돌아보면 죽어갔던 사람들을 보며 아버지가 지어낸 '쉽게 부를 수 없는 이름'이다(형은 거배).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였고 졸업 후 교사로 재직 하면서 80년대 미술그룹 「현실과 발언」의 동인으로 활동을 하였다. 3년동안 치열하게 그림을 그린 50여점의 '제주민중 항쟁사'는 '제주의 한'을 풀어낸 그림, '제주의 역사화'로 자리매김 되며 민중미술작가로 급부상하게 된다. 서울에서 이십년을 보내고 나이 마흔에 귀향한 그는 제주도에 살며 애정 어린 눈으로 그 땅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에게만 열어 보여주는 제주의 속살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그는 '자연이 곧 민중의 삶의 터전이며 자연을 다루면서도 인간에 대해 무언가 말할 수 있겠다'는 철학으로 한때 천착했던 역사성을 접어둔 채 내면으로 눈을 돌려 세파에 시달리는 삶을 어루만지려 한다. 금민정 GUEM Minjeong (b.1977) ● 1970년생으로 홍익대학교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작가의 표현 방법은 단순한 영상에 그치지 않고 영상설치, 영상조각, 영상안무 등 다채롭게 세분화된다. 작가는 영상을 단순한 표현 매체가 아닌 조형적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영상과 설치, 조각, 무용 장르의 교차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그녀는 작품이 될 장소를 찾고, 그 공간을 소재로 영상작품을 만든 후 다시 그 장소에 설치하는 장소 특정적인 비디오 설치작업을 해왔는데, 역사적인 맥락을 지니고 있는 구체적 공간들과 벽, 바닥, 문 등의 건축적 요소들이 남긴 시간의 잔해가 주요 소재이다. 금민정의 작업은 크게 비디오-설치와 비디오-조각이라는 두 가지 형식으로 대표된다. 기존의 영상 매체가 전통 예술의 '물질성'을 벗어나 '비물질성'의 매력으로 예술가들을 유인했다면, 금민정은 비물질적이고 추상적인 세계에서 거꾸로 물질적이고 구체적인 사물들과 공간의 세계로 향해갔다.
김성룡 KIM Sung Ryong (b.1962) ● 김성룡의 작품들은 한국 현대미술에서 독특한 지점을 형성하고 있다. 그의 출발은 미술보다 문학이었으며, 그것이 남다른 그의 인문학적 지식의 기반이 되었다. 작가는 그림으로 이 사회를 드러내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며 사회주의 민중미술에서 그 출발을 시작하였다. 그는 현대 사회 속에서 황폐해져가는 인간상과 삶의 폭력성을 담았다고 평가받는 '볼펜 그림'으로 주목받았다. 화면 안에 에너지를 더 강하게 응축시킬 수도 있었지만 동시에 표현의 한계도 있어 몇 년 전부터 물감 작업으로 돌아갔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10여년 생활하였다 오늘날 제주로 옮길까 고민 중이라는 그는 제주 돌문화공원 근처 오름의 초저녁때 풍경에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괴기스러운 하늘과 추운 느낌이 있는 제주 야상지의 풍경이 부산에서는 만나기 어렵다 말하며 사람의 손이 많이 닿지 않은 풍경에 눈이 간다고 말한다. 그는 고정되어 있지 않은 세상 모든 것을 고정된 화면에 담을 수 있도록 실험을 해왔고, '오래된 기술'을 사용하는 회화 장르로 그려내고 있다. 김정헌 KIM Jung-Heun (b.1946) ● 김정헌은 1946년 평양출생으로 두 살 때 어머니 등에 업혀 월남한 뒤 부산과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30년 동안 공주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로 있으면서 현실과 발언, 민족미술협의회,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 등을 이끌었고, 문화연대 대표, 한국문화예술위원장,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였다. 80년대 민중미술의 발전을 주도해왔던 '현실과 발언'의 창립멤버로 일상성의 문제와 농촌의 문제 2가지를 주된 주제로 삼았다. 특히 농촌에 대한 관심은 보편적인 공감대가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라 말하는데, 각박한 삶을 사는 도시인들에게 농촌은 아늑하고 넉넉한 감정이며, 그 감정은 대단히 큰 것이라 전한다. 그런 과정은 그의 회화를 색다를 민중미학으로 형성시켰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한국적 현실이 회화적 발언으로 형성되었다. 오늘날 그는 미술이라는 것이 뭔가, 질문하면서 당시 유행했던 고급문화 화풍을 조롱하고 위악을 떨어보고자 한다. 농담, 그는 자신의 작품에 '농담'을 심었다. '아몰랑'과 같은 착란의 언어 – 말할 수 없는 것, 표현되거나 발음될 수 없는 병, 이 수상한 풍경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어떤 '인지부조화'의 질병이라고 보는 그는 모순과 아이러니한 오늘날의 사회와 체제에 농담을 던져본다.
김준권 KIM Joonkwon (b.1956) ● 1956년 서울 출생으로 1984년 홍익대학교 서양화를 졸업하였다.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중국 루쉰미술대학 목판화 연구원으로 활동하였으며, 1997년 귀국 후 한국목판화 연구소를 개설하고 목판화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1980년대 미술교사로 일했던 작가는 85년 광주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을 출품했다가 압수를 당하고, 89년 전교조에 가입했다가 해직되었다는 이력이 있다. 이후 민족미술인협회의 사무국장과 집행위원장으로 일하며 보다 본격적인 미술운동에 투신하고자 전단지 작업에 참여하였고, 이는 판화에 관심을 갖는 배경이 된다. 작가는 전통산수와 중국, 일본 전통 판화의 세계를 섭렵하면서 목판 판각 기법의 심층을 파고들어 자신만의 수묵목판화 형식을 창안해낸다. 수묵목판화는 목판화 중에서도 수묵화처럼 한지 위로 물의 느낌이 드러나는 수성판화의 형식으로, 한 작품에 대여섯 판 이상을 파고 찍는 강도 높은 노동과 수묵화처럼 먹의 친함과 연함, 번짐 등에 따른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먹의 농도, 목판과 한지의 수분 함량에 따라 작품이 다 다르게 나오는 것이 매력이다. 작가의 수성 다색목판화는 한국 현대 산수화의 방향을 제시할 만큼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김지원 KIM Jiwon (b.1961) ● 김지원은 1961 년생으로 인하대학교 미술교육과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조형미술학교를 졸업하였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0년대 말부터 그리기와 회화에 대한 꾸준한 탐색의 과정을 거쳐 주변의 대상과 자연환경을 화폭에 담아오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는 일상적인 사물에서부터 맨드라미, 항공모함, 비행장과 같이 작가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특정대상이나 공간 등을 다루면서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내적 성찰을 통해 전통회화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작업세계를 펼치고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 뽑히는 「맨드라미」 연작은 자신의 작업실 앞마당에서 수북히 자라고 있는 맨드라미를 그만의 섬세한 관찰을 통해 회화적으로 묘사한 작픔이다. 붉게 피어 만개했다가 늦가을이 되면 고개를 떨구는 맨드라미는 마치 희로애락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보여준다. 그림 속 맨드라미는 여전히 현실 맨드라미의 색채를 간직한다. 그렇지만 이는 작가의 주관화된 방식으로 그려진다. 물감을 덩어리째 쌓아올리며 질감을 거칠게 만들어가고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해 예리한 선을 그어나간다.
박불똥 PARK Bul Ddong (b.1956) ● 1956년 경남 하동 출생으로 홍익대 미술대학 서양학과를 졸업하였다. 본명이 박상모인 그는 '박' 터지고 '불똥'이 튀게 권력을 주시하겠다는 의미로 '박불똥'을 예명으로 지었다. 1983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 30년 동안 100회가 넘는 단체전에 참가했고, 순수주의나 형식주의를 탈피해 새로운 리얼리즘 미학을 반평생 추구해왔으며, 오늘날 8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였다. 「현실과 발언」의 동인으로 기존 선배작가들의 소박하고 점잖은 화풍과는 달리 한국사회의 분단과 계급에서 오는 모순, 사회적 문제까지 거침없이 화폭에 담아내었다. 그의 작업은 이미지를 자르고 붙여 만들어 사진을 찍어 인화하는 과정인 포토몽타주로 서구미학적 전통과 매커니즘을 방법론으로 사용하여 한국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적 질곡 상황을 비판하는 언어로 사용힌다. 민주를 강변하는 사회 내에 도사리고 있는 비민주적 양태, 풍요로운 사회속에 내재된 빈곤, 현대화 속에 서외된 전통, 자본만능사회 속에 철저히 소외된 양심, 문명 속에 내재된 야만 등. 재력과 권력, 섹스라는 자본주의 사회의 대중적 소재를 통해 사회의 허구성을 통렬히 비판한다. 그의 작업은 직설적인 정치구호를 초월하여 폐부를 찌르는 강한 힘을 가지며 그의 풍자는 블랙 유머로서 작용한다. 박생광 PARK Saengkwang (1904-1985) ● 박생광은 190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미술교사의 권유로 일본 교토로 건너가 미술수업을 받는다. 1945년 광복과 함께 귀국한 작가는 고향인 진주에서 1950년대 후반까지 백양회 등 동양화 단체에 참여하였으나 그다니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했는데, 이는 당시 화단에서 반일감정이 강해서 채색기법이 일본적이라는 이유로 푸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다. 긴 모색기를 거친 후 77년 귀국과 동시에 진화랑에서 개인전을 열어 크게 명성을 얻었으며, 81년 백상기념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우리나라의 샤머니즘, 불교, 설화, 민화 등 폭넓은 정신세계를 전통적인 색채로 표현하여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현대적 조형성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하기에 이른다. 우리 민족 특유의 빛깔을 드러내는 양식을 정립하는데 지대한 노력을 기울였고, 그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 전통회화 양식의 현대화라는 과제에 대한 하나의 정형이 될만한 성과를 이룩하였다. 채색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그의 예술세계에 대한 본격적인 재평가작업이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의 채색화부분에 새로운 가능성과 활로를 제시하였으며, 역사적 주체성을 회화로써 표현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손상기 SON Sangki (1949-1988) ● 여수 출신의 천재 화가로 고통과 절망을 예술로 승화시킨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미술계에서 일찌감치 주목 받아왔다. 39세의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치열하게 작업에 매달렸다. 그의 작품의 여수의 자연풍경을 그린 초기작과 서울 상경 이후의 시대로 구분된다. 초기 여수의 바다와 어시장 등을 배경으로 작업했으며, 향토적이고 민속적인 분위기가 짙게 깔린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1979년 서울로 상경해 세상을 떠난 1988년까지 10년간 작품 활동을 지속한 손상기는 이 시기에 작품 양식이 큰 변화를 보인다. 판잣집이 밀집한 달동네, 변두리 풍경 등 도시의 음산하고 우울한 풍경들을 짙은 회백색과 암갈색의 기조, 거친 스크래치 등으로 표현했다. '공작도시'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1980년대 초반은 고도성장기로 도시의 빛과 그림자가 매우 극적이었는데 개인의 경험뿐 아니라 그가 살았던 시대의 정신과 흔적을 반영하였고, 무엇보다 그의 영혼을 그림에 담았다. 손상기는 최고의 작가들이 극찬한 천재화가로 불리우며 그의 고향 여수에서는 '손상기 기념사업회'가 결성되어 '여수시', '샘터화랑' 등과 함께 '손상기 기념미술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낯선 서울에서 외롭고 추웠을 손상기의 작품이 아름다운 여수에서 어두운 빛이 아니라 따뜻한 빛을 발할 것이다. 손장섭 SON Jangsup (b.1941) ● 손장섭은 1941년 전남 완도 고금도에서 태어나 서라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였다. 민중미술의 기폭제가 된 '현실의 발언' 창립 동인이자 민족미술인협회 초대회장을 맡았다. 과거 자연은 작가에게 있어서 민중의 삶의 터전이었으나, 2000년대 작품에서 자연은 민중의 삶의 배경이 아닌 민중 자체와 동일화된다. 금강산 등 한국의 명승지와 주요 산들, 남도와 분단의 장소 등 다양한 풍경에서 분단과 억압적 현실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는 민중의 생명성을 거칠고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산맥, 바위, 바다 등 역동적으로 구체화하였다. '현장의 화가'로 불리우는 작가는 전국 산하를 누비며 은행나무와 소나무 고목 들을 화폭에 담았다. 원주 은행나무, 용문사 은행나무, 제주 곰솔 등을 통해 수 천년 역사를 지켜본 역사의 산 증인이자 고요하면서도 역동적인 신성한 고목이 지닌 생명력을 화폭에 그려낸다. 민중미술을 어째서 고집하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우리들 자신이 민중 그 자체이기 때문에 자신이 살아오면서 경험한 역사적 사건을 그저 화폭에 옮기는 것뿐이라 말한다. 작가는 앞으로도 평범해 보이나 역사와 관련 있거나 삶에 깊숙히 뿌리 내린 풍경을 소재로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송창 SONG Chang (b.1952) ● 송창은 1952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나 1980년 조선대학교를 졸업하고 1990년 경원대학교에서 회화로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80년대 임술년 그룹 동인으로 활동하였으며, 민중미술의 거점이었던 '그림마당 민'에서 개인전을 시작으로 대표적인 민중미술화가로 활동해오고 있다. 사회 전반에 군사문화가 자리하고 정치적으로 불안한 격동의 1980년 광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에게 시대의 암울함은 무겁게 다가왔다. 미술의 사회적 참여라는 역할, 시대의 현실을 어떻게 화폭에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 전쟁이 빚어낸 분단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임진강을 주제로 비무장지대부터 한강하류까지 곳곳을 찾아 다니며 마치 다큐멘터리를 기록하듯 캔버스에 옮겨 담는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현장의 풍경을 그대로 아름답게 담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임진강이라는 상징을 통해 분단을 바라보는 동시에 곳곳에 숨어있는 군사문화의 현장, 역사적 이야기들도 함께 담아내고자 하며 아름답지만 직접 다가갈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고자 한다.
신학철 SHIN Hak-Chul (b.1943) ● 1943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1968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였으며, 1970년대 한국아방가르드 협회 활동을 시작으로 1985년 김정헌, 오윤, 임옥상 등과 함께 한국민족미술협의회를 구축하였다. 1987년 '모내기' 그림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으나, 2004년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유죄 취소 판결을 끌어내 한국미술사에 표현의 자유와 검열 문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980년대부터 사진몽타주나 콜라주 작업에서 탈피, 「한국근대사」 연작과 같은 포토몽타주로 6.25전쟁과 독립운동, 사회사, 외래문화의 범람 등의 민중의 수난사를 날카롭게 그려내어 한국미술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민주화 투쟁시기에 이 땅의 민중과 호흡을 같이하며 민중의 애환과 희망을 그려 왔다. 현재 대한민국에 문화역동성이 많이 줄어든 현상을 아쉬워하는 그는 민중미술이 뜨면서 민중그림 속 진정한 의미도 함께 부각되길 소망한다. 안성석 AHN Sungseok (b.1985) ● 1985년생으로 2010년 상명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과를 졸업 후 서울과 수원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사진을 전공하였지만 영상, 설치, 가상공간까지 넓은 작업 스펙트럼과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사회적인 담론, 정치, 국제관계로까지 확장되는 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경복궁, 첨성대, 서울역 등 한국의 역사적인 건축물 앞에 과거의 이미지를 스크린에 영사하여 한 공간에 병치하여 담아낸 「역사적 현재」 시리즈는 과거와 오늘의 공간을 중첩 시켜낸 익숙하지만 낯선 장소는 사진이라는 정적인 프레임 안에서 평화로우면서도 요동치는 듯한 시간과 이야기를 그려낸다.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사라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해 작가는 자신의 경험에서 시작하여 거대한 사회적 시스템까지 유기적인 시선으로 각자의 기억의 환기시키고 위호한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은 5명의 사진 작가들의 사진을 받아 작은 엽서들로 만들어 진열대에 꽂아내고 판매한 것으로, 시위 현장과 같이 위험하거나 부지런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현장을 기록한 사진가들에 대한 오마주 형식에 자신은 잘 하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응원하는 마음으로 작품에 조대하였다.
안창홍 AHN Chang Hong (b.1953) ● 안창홍은 1953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부산에서 보냈다. 그는 학연, 지연이라는 뿌리 깊은 틀을 넘어 한국미술사에서 확고한 입지를 가진 작가로, 도시의 화려한 외양에 감추어진 상흔을 주제로 작업해왔다. 1980년대 참여했던 '현실과 발언'의 활동으로 인해 그를 민중미술 작가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다른 작가들이 추구했던 한국 근현대사와 같은 거대담론을 주로 서사구조의 재현방식과는 달리 그 시대와 상황을 철저하게 대인주의적 화법을 선택하여 담아내었다. 작가의 작품은 작업스타일이 다양한데, 이러한 양식과 색채의 변화는 그가 시대를 바라보는 초상을 반영한 것이다. 작가는 사람과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관심이 많은데, 그를 통해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갈등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민초를 주제로 맨드라미를 의인화해 인간의 삶을 꽃밭과 연결 시키는 회화작품을 시도하던 중 세월호 사건을 접한 작가는 풍경화작품과 함께 거대한 두상조각과 가면시리즈 제작에 전념하게 된다. 거대한 크기와 강렬한 색상이 시선을 압도하는 두상 작품들에는 표정도 없고, 가면에는 눈동자도 보이지 않는데, 이는 자본주의 사회의 물질문명에 억압받는 개인들이 어떠한 상황에도 반응하지 않는 눈먼자로 전락해 버린 것에 대한 작가의 분노와 울분이 반영된 것다.
오원배 OH Wonbae (b. 1953) ● 오원배는 1953 년 인천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미술교육학을 전공하였다. 작가의 그림에는 산업혁명의 결과물인 공장과 기계, 그리고 익명의 인간 형상이 등장한다. 어두침침한 기계 구조물 속을 부유하는 모습은 절대적인 진리나 가치가 없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비극과 소외감을 상기시킨다. 꽉 짜인 구조물은 인간을 옭아매는 제도와 틀을 상징하고, 객관적 진실을 찾기 어려운 갈등의 시대 속 인간의 외로움을 구조물 속을 부유하는 벌거벗은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그의 작품은 회반죽을 덮은 뒤 축축할때 그림을 그리는 벽화방식으로 젖은듯 스며든 야릇한 색감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프레스코는 전통적 회화 기법이지만, 제작과정이 굉장히 까다롭다. 석회가 마르기 전에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해서 20 시간안에 작업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현재 프레스코화에 집중하는 이유는 잘못 알려진 프레스코화를 제대로 알리며 현대미술을 아이디어나 개념으로만 생각하는 풍토 속에서 이 시대에 전통의 현대화에 대한 작가들의 관심, 노동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유근택 YOO Geun Taek (b.1965) ● 유근택은 1965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홍익대 미대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고, 뚝심과 투혼으로 전통수묵화를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 시키는 작업에 몰두해 왔다. 먹을 다루는데 있어 남다른 역량을 발휘해온 작가는 침체된 동양화 부문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현재 성신여대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1991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화단의 뉴웨이브의 상징으로 현대인의 일상과 자연을 독특한 시선과 구성력으로 진득하게 담아내고 있다. 먹과 한지, 호분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작가의 작품들은 대체로 아주 사소한 일상 경험에서 출발한다. 체험적 깨우침을 통해 '일상' 속 '지금', '여기'라는 주제에 매진해왔고, 일상 속 단면의 포착을 넘어서서 그 순간에 이루어지는 대상들과의 소소한 정서적 교감에 주목해왔다. 풍경과 정서가, 현실과 비현실이, 순간과 영원이 서로 이질적으로 공존하면서 수많은 서사를 보여준다. 이명복 LEE Myoung-bok (b. 1958) ● 이명복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조형예술학과를 수료하였다. 작가는 1980 년대 서울에 거주하면서 민중미술의 한복판에 서서 권력과 권위주의를 풍자하였다. 한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에 대해 미술로 저항했던 임술년의 창립 멤버였으며, 임술년 활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거의 흑백에 가깝던 모노톤 작품에서 화려한 컬러로 바뀌는 계기를 가져다 주었다. 2000 년대의 이후의 작품은 권력과 전쟁에 신음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풍자하며 미국의 패권주의를 꼬집고 있다. 작가활동과 26 년동안 그래픽 디자인과 전시기획 등의 일을 병행하였던 작가는 서울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2010 년 제주도에 정착한다. 제주에서의 작업은 말과 섬 풍경을 주로 다뤘으며, 단순히 풍경을 재현하는데 머물지 않고 제주를 탄생시킨 화산 폭발이나 제주 사람들의 근원적인 삶을 관통하는 무속과 목축, 해양문화의 공존, 굴곡의 역사 등을 재구성하여 화폭에 담았다. 제주에 정착한 후 그의 작업에서는 현대사의 비극인 4·3 항쟁을 염두에 두거나, 제주의 문화, 지질, 풍토를 이해해가는 모습이 보여진다.
이세현 IM Heung-soon (b.1967) ● 이세현은 1967 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였다. 잠시 교편을 잡았으나 2004 년 영국 첼시 아트컬리지로 유학을 떠난다. 영국 유학시절 작업을 하면서 '가장 본인다운 것'의 표현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에서 탄생한 것이 '붉은 산수화'이다. 전통적인 한국의 산수화와 서양의 원근법이 결합된 조선후기 실경 산수화의 현대버전이다. 아름다우면서도 공포스러운 금기와 신성시된 핏빛의 붉은 색을 사용하여 사실적이면서 초현실적인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그는 정치적인 판단을 드러내기보다는 분단국가, 그 자체를 바라보는 한 젊은이의 경험에서 시작된 우리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또한, 산수를 통해 개발의 산물인 아파트나 모텔, 거대한 빌딩에 가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아름다운 산들을 재조명하게 만들며, 한편으론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풍경을 통해 사라져가는 유토피아를 보여주면서도 인간의 파괴에 의한 디스토피아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멀리서 보면 풍경화 같지만 쓰러져가는 건물과 군 초소, 포탄의 흔적이 삽입돼 동족상잔의 전쟁과 급격한 근대화와 산업화를 겪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제훈 LEE Jeihoon (b. 1960) ● 전남 강진 출생으로 조선대 미대를 졸업하였으며, 30 년 넘게 그림을 그려온 구상미술계의 대표적인 중견작가이다. 20-30 대에 구상과 실험적인 물상을 선보이면서 화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수년 전부터 탄탄한 데생력과 뛰어난 구성력으로 아름다운 풍경세계를 그려가고 있다. 그의 작품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연유람을 통해 사람들은 세속화되는 도시에서 벗어나 정신적 평온과 삶의 안식을 찾는 해방감을 간접 경험 할 수 있게 한다. 그는 작품속에 사람의 흔적은 없고 풍경만 담아낸건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도사 새벽풍경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곳에서 생활하며 그려낸 안개가 자욱하게 낀 이른 새벽의 소나무 숲과 햇살 따듯한 강가풍경, 바닷가 소나무, 눈 덮인 산속 길 옆 대나무,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연꽃과 연잎들은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삶의위안과 창조적 영감을 주는 자연풍경을 무위자연 연작시리즈를 통해보는 이들이 그림 속을 직접 거니는 듯한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이종구 LEE Jong-Gu (b.1954) ● 이종구는 1954 년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출생으로 중앙대 회화과와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교수로 있다. 작가는 1980 년대 독재와 민주화 운동의 혼란 속에서 '민중'이라는 다소 모호한 대상들에서 '농민'이라는 보다 명확한 주제를 끄집어내 작업을 하여 주목을 받았다. 쌀부대 종이에 아버지의 초상과 농민들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한다. 농촌의 현실과 농민의 모습을 더욱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쌀부대 종이는 그림의 주제를 극대화 시키는 중요한 도구적 역할을 한다. 미군헬기 아래 주름깊은 할머니의 시선은 평생 삶의 터전인 대추리를 떠나야 하는 착잡함이 묻어나는 「내 땅에서 농사짓고 싶다-대추리의 기억」, 남해 바다 바위 섬에 세존도가 새겨져 있고 바다 한가운데 붉은 동백꽃 한 송이가 떠있는 「세존도」, 저공 비행하는 델타항공기와 그 그림자가 들판을 지나고 있는 풍경을 그린 「 풍경-봄 여름 가을 겨울」 연작 시리즈 등, 80 년대 이래 날카로운 눈빛으로 고향 오지리를 통하여 보편적인 우리의 농촌 현실을 표현했던 그의 작업은 모순적 구조에 대하여 흔적과 상징을 통하여 우회적으로 은유하는 것으로 변화한다.
임옥상 LIM Ok Sang (b.1950) ● 임옥상은 1950 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앙굴렘 미술학교를 거쳐 민중미술, 공공미술 등에 주력해왔다. 그는 1980 년대 서울대 출신 미술가들이 주축이 된 '현실과 발언' 창립멤버로 민중미술의 태동을 주도한 인물로, 광주 민주화운동의 무력진압과 그 반작용으로 제 5 공화국에 대한 저항을 날카로운 붓질로 화폭에 담아냈다.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90 년대 말부터 공공미술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정치사회문제에 있어서 작가는 연평도 폭격사건, 세월호참사 등 사회적인 문제가 이슈화될 때 어김없이 광장에 나와 시민과 소통하며 그림으로 이에 응수해왔다. 그는 흔히 예술가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 작품을 향유하는 대중을 잊고, 지난 정권에서 자기검열에 빠져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작업을 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였다. 사회문제를 담은 작품을 통해 대중들과의 호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임흥순 IM Heung-soon (b.1969) ● 임흥순은 1969 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원대 회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작가는 대학 때부터 미술이 삶과 떨어지지 않고 삶에 도움이 되는 작업을 하길 원했고, 1980 년대 민중미술을 접하면서 회화에서 영상으로 작업방식을 바꾸게 된다. 작가는 제 56 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다큐멘터리 「위로공단」으로 국내작가 최초로 은사자상을 수상하여 크게 주목 받았다. 「위로공단」은 1960 년대 구로공단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들과 현재 캄보디아·베트남 등에서 힘겹게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의 사연을 담은 작품으로 영상 속에 행위예술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삽입하는 등 일반적인 인터뷰 공식에서 벗어난 화법을 선보였다. 긴장감 넘치는 음악과 흰 천으로 얼굴을 가린 소녀들은 서로 어우러져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떤 대사도 없이, 모든 것은 몸짓으로만 이뤄지는데, 작가는 이러한 독특한 이미지들 속에 공포와 죽음 그리고 애틋함을 담아낸다. 장종완 JANG Jongwan (b.1983) ● 장종완은 1983 년 부산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회화학부를 졸업하였고, 회화, 드로잉, 애니메이션 등 평면에 기반을 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작가는 특유의 따뜻하지만 냉소적인 시각으로 동물가죽 위에 그리는 회화를 선보인다. 그는 애처로움과 비웃음의 시선이 공존하는 기이한 동물농장과도 같은 이미지들을 통하여 자신만의 우화를 만들어낸다. 더 이상 유토피아는 희망적인 아름다움만으로 가득 찬 낙원이 아닌 인간들의 부질없는 욕망이 탄생시킨 허망한 상상의 파편인 것이다. 그는 사소한 관찰로부터 시작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내 매력적인 시각이미지를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관객들이 작품을 즐겁게 감상한 후,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깨닫고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조혜진 CHO Hyejin (b.1980) ● 조혜진은 서울여자대학교 서양화과, 국민대학교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였다. 작가는 어머니가 처음 상경해 살았던 동네를 다녀온 뒤 도시 속에 거주지로 구분되는 사회계층과 계급갈등, 이민자 문제와 향수 등을 다루기 시작했으며, 뉴타운과 빈부의 격차에 대해 비판이나 개선의 목소리를 먼저 내기보다는 개별적 경험에 의한 통찰력을 통해 그 본질을 잘 파악해 형상화하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철거지역에서 수거한 간유리와 철재대문을 재료로 재구성한 「섬」으로 도심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선보인다. 간유리는 산동네와 농촌의 집, 오래된 동네의 다세대 주택 같은 주거공간에서 주로 사용되었는데, 이런 지역에서 간유리의 '불투명'함은 단층 혹은 복층을 이루며 골목에 바로 닿거나 인접해 있는 건물의 특성상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거주민의 사공간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홍선웅 HONG Seonwung (b.1952) ● 홍선웅은 1952 년 전라남도 진도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예술대학교 회화학과를 졸업하였다. 1979 년 '현실과 발언'의 창립으로 자연스럽게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5·18 을 겪으며 고발적이며 정치적인 발언을 작품에 담아내기 시작한다. 민중판화의 대표적 작가인 오윤과 어울리면서 강렬한 이미지를 주는 판화의 매력에 빠져 민중미술에 입문하게 된다. 당시에는 판화전공이 없어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독학으로 판화를 배운다. 그는 판화를 만들어내는 판화 원판 자체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연구해왔다. 목판화에서 유성으로 찍어온 습성을 버리고 먹으로 찍는 수성목판화가 지니는 매력에 빠져 고르게 찍히지 않는 먹판화의 단점을 보완하여 작가만의 방식을 개발하였다. 민중미술에서 시작하여 전통목판화와 먹판화 작업을 이어오는 그의 작업은 목판화가가 드문 현실에서 거의 단절되다시피 한 전통 목판화의 현대적 계승으로 빛나고 값진 일로 비춰진다.
황용엽 HWANG Yong Yop (b.1931) ● 황용엽은 1931 년 평양에서 출생하였으며, 평양미술학교 2 학년 때 6·25 전쟁의 참화를 피해 월남하였다. 생존을 위한 치열한 투쟁 속에서 1957 년 홍익대를 졸업하였고, 1950 년대 말 이후 한국 화단을 휩쓴 다양한 미술사조와는 거리를 둔 채 '인간'을 화두로 삼아 자신만의 독자적인 형상회화의 세계를 구축하였다. 한국 현대사의 격동 속에서 치열한 예술혼으로 독자적인 회화 양식을 구축한 원로 작가로,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온전히 창작활동에 매진해온 예술가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현대미술이라는 한정적인 영역을 넘어 굴곡진 역사의 고통을 온몸으로 감당하며 버텨온 한 인간의 '살아있는 증언'이기도 하다. 인생의 후반기에 이른 현재도 꾸준히 작업을 지속하는 작가는 격동의 세월 동안 시도했던 다양한 형태의 인간상을 현재의 시선과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황재형 HWANG Jai-Hyoung (b.1952) ● 황재형은 1952 년 전남 보성군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였다. 1970 년대 후반부터 그림 소재를 얻기 위해 강원도의 탄광촌을 드나들다 1980 년대 초 태백시에 정착하였다. 작가는 탄광에서 석탄을 나르며 남는 시간에는 고도산업사회에서 소외된 탄광촌 주민들의 삶을 독특한 형상으로 화폭에 옮겼다. 광부화가라 불리는 작가는 실명의 위기에 처하면서 태백에 정착한 뒤 3 년 만에 광부생활을 청산하였으나, 태백에 남아서 계속 작품활동을 하였다. 그는 광부들의 모습이 아니라 이 세상의 끝이라고 여겨지는 탄광촌 막사들과 태백민가들, 주변 풍경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쓸쓸함과 함께 인간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관찰자의 그림이 아닌 삶과 일치하는 작가의 예술작업은 소박한 일상의 단면을 과장법 없이 묘사하여 탄광촌의 독특한 모습에서 우리 시대의 보편적인 민중의 삶을 보여준다. ■ 코리아 투모로우 2017
□ 코리아 투모로우 소개 한국 시각예술의 글로벌 프로모션을 위해 2009 년 출범한 『코리아 투모로우』는 미국, 영국, 홍콩, 인도네시아,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의 예술가, 큐레이터, 철학가들과 협력해왔다. 매년 30 명~50 명이 참가하는 하나의 거대한 통합 플렛폼으로 자리잡은 코리아 투모로우는 다양한 기획자와 세부기획전을 통해 새로운 개념, 작품, 작가를 소개하기 위한 청년작가와 중진작가 등 세대간의 교류의 장을 만들어왔다. 『코리아 투모로우』는 전시와 더불어 출판, 연계전시, 작품판매, 세미나, 교육프로그램 등 종합적인 접근으로 미술계 인사를 포함한 일반 대중들과도 시각적 즐거움을 소통하는 넓은 의미의 미술문화행사로 거듭나고 있다. ● 2017년 9회를 맞이하는 『코리아 투모로우』는 시각예술이 보다 창의적인 네러티브 속에서 경제적 가치를 넘어선 사회적, 문화적, 상징적 가치를 창조하는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대표 / 김금희 사무국장 / 홍소미 큐레이토리얼 팀: / 문예슬_최보경_박수민_최다혜
Vol.20171125b | 코리아투모로우 2017: 해석된 풍경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