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1203_일요일_03:00pm
1부 / 『이삿짐: Moving』 의 저자 유광식과의 만남 「십정동에 관한 보고서」 2부 / 유광식 작가와 『도시채집』 참여 작가 4인의 라운드테이블 「나의 도시, 나의 기억법」
주최,주관 / 부평구문화재단 기획 / 방배다방(허남주, 오윤정)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부평아트센터 갤러리 꽃누리 BUPYEONG ARTS CENTER_Gallery Kotnuri 인천시 부평구 아트센터로 166(십정동 166-411번지) Tel. +82.(0)32.500.2067 www.bpcf.or.kr
길을 걷는다. 도처에 건물이 늘어서 있다. 몇 층인지도 세기 힘들 만큼 높은 위용을 보이는 고층 빌딩을 지나치면, 불과 몇 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나지막한 키로 행인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건물이 있다. 수 개의 건물들은 근처에, 혹은 그 안에 '사람들'을 담고 있다. 거주자일 수도 행인일 수도 있는 이들의 삶은 곧 건물의 기억이, 나아가 생애가 된다. 각기의 모습으로 호흡하는 건물들을 아우르는 보다 큰 '삶'으로서의 도시는, 색색의 측면이 나열되고 중첩되며 우리에게 단순한 삶의 공간 이상의 거대한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지대할 만큼 구성원에 좌우되지만 그와 동시에 지배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사람들'의 도시이자 도시 속의 '삶'들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가. ● 도시가 가진 수많은 일면들 중 우리는 "과정"과 "흔적"이라는 두 가지 현상에 주목한다. 극명한 선후를 드러내는 두 단어는 도시가 생성되고 소멸하는 흐름상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된다. 거주민이나 방문객을 유인할 수 있는 (일말의) 요소를 가진 지역에는 그들의 필요에 의한 시설 및 건물들이 들어서고, 일정 정도 이상의 인프라가 구축된 이후에는 순환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며 번화해진다. 구획된 공간 이상으로 유입 정도가 커졌을 때 번화가는 확대되어 완연한 도시로서 기능하나 동시에, 확대된 도시 공간의 일부에서는 오래된 건물이 헐리며 그 자리를 새 건물이 대체하는 일련의 움직임이 발생한다. 연식 있는 주택들이 각기 개성 있는 모습으로 저마다의 생애를 품고 있었다면, 자본의 투입과 이로 인한 효율 추구에서 비롯된 일률적인 외관의 고층 빌딩들은 소소한 미시사를 덮으며 자리 잡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은 또 다른 도시 생성의 촉진제이자 기존 도시가 퇴화되는 시발점으로서 종국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흔적"을 남긴다. 도시의 생성-소멸로 반복되는 이 순환은 지금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과정은 다시금 도시의 생성을 준비하며, 기존의 도시는 그 기능을 상실하는 도중 수많은 흔적들을 보여주게 된다. ● 본 전시는 『도시 채집』이라는 주제 하에 도시 생성, 혹은 생성 이후의 현상이라는 상황 내에서 발견할 수 있는 두 가지 측면을 조명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4명의 작가는 "과정"과 "흔적"이라는 카테고리 하에, 각기 다른 시각으로 도시를 조망하며 잠들어 있는 도시의 표상을 일깨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작가 본인의 도시를 구축하는 동시에 관객들의 도시는 무엇인지 되묻는다. 그들이 각자의 의도로서 채집한 도시의 일면들은 전시를 통해 한 공간 내에 병치되고, 나아가 일상의 도시를 재구성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 "과정"과 "흔적"의 갈피 속에 위치한 본 전시는 당신의 도시를 그대로 보여주기도, 혹은 또 다른 도시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길 정중히 요청할 것이다.
변상환 ● 옹기종기 들어 선 한국의 주택가는 적갈색의 벽돌담 이미지로 대변된다. 분명히 따스한 색감인 벽들은 고층 아파트 빌딩의 일관된 모습에 비해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꽤나 인공적인 분위기를 풍기는데, 이는 아마도 그 벽들의 사이에 위치한 대문, 눈높이에서 낮게 위치한 계단 바닥이나 옥상들이 지극히 '인위적인' 색의 방수 페인트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떤 외국인이 내려다 본 한국 주택가의 모습은 초록빛으로 가득해 한국인들이 자연친화적이라는 인상을 받게 되었다는 일화에는 다소 상반되는 느낌일지도. 주택가의 '초록'들을, 또 다시 주택가의 '사물'들에 대입시켜 오브제들을 제작해 온 변상환은, 요즘 초록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스스로가 아파트보다는 주택가에 익숙한 주민인 그는 초록으로 표상될 주택 군집의 조감을 풍경화로 그려낸다. 그의 인식 속에 위치한 조감도는 흰 색면 위를 덮는 전통적인 평면의 방식으로 나타나지만, 모든 풍경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누가 바라보고 관찰하느냐에 따라 각자 다른 '도식'의 풍경화일 수밖에 없는 그의 초록들은 오히려 당신이 가고 있는 주택가의 모습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연기백 ● 사람들의 일상 속에 당연하게 녹아 있지만 '주된' 것이 아닌 것들이 있다. 바쁜 일상이 숨 차게 돌아가고 있을 때 그 가장자리에서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주변부는 생각보다 다양한 사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버려진 듯한 양동이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만 같은 바구니, 이 모든 것을 조망하고 있는 듯한 담벼락의 문양까지. 오브제들은 각자의 미시사를 지니며, 가끔은 그 자체로, 보통은 배경의 구성요소로서 거시 맥락 속에서 기능하고 있다. 연기백은 이 개별 사물들이 가진 '이야기들'에 집중한다. 그는 대상이 지니고 있는 '결'을 따라가며 파악할 수 있는 뒷켠의 이야기들을 발굴하며 사물과 대면하고-대화하며-교섭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들과 작가는 상호간 흔적을 교류하며 이를 통해 작가는 새로운 시선을 얻는다. 사실상 '새롭다'라는 표현이라기보다 '주되지 않다'고 하기에 적합할 이 시선은, 그 초점이 맞춰져 있는 우리의 사회에서 소외된 많은 것들을 대변하며 동시에 그것들을 돌아 볼 여유를 마련해준다. 어딘지 쿰쿰한 냄새와 본래의 것이 바래버린 색, 거칠어 보이지만 익숙한 '벽'의 질감은 또 다시 당신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려 하는가.
이상용 ● 언제 완공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건물이 또 한 채 올라갔다. 공사용 철제 가벽이 도보블럭을 따라 주욱 늘어서 있던 것이 분명 몇 개월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또 새로운 건물이 늘어선다. 전면 유리창은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그 무엇보다 공고해 보인다. 이 건물을 그러나, 아마도 그리 오랜 세월이 흐르지 않아 다시 허물어지고, 또 다른 건물이 이를 대체할 것이다. 바로 어제도, 한 달 전에도, 몇 년 전에도 이 순환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공사 현장들은 도시의 표상들 중 하나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상용은 도심 속에서 일어나는 건물들의 현상에 집중한다. 그는 수많은 건물이 생성되고 해체되는 과정이 어떠한 결과로서 만료되지 않으며, 양 극단을 향한 진자운동을 지속적으로 반복한다고 보았다. 그의 눈에 띈 이 지극히 '과도기적 풍경'들은 그러나, 어떤 개인적인 소회나 경험이 특정한 색감을 통해 나타나지는 않는다. 작가는 현장의 외부에서 관조적인 시선을 통하여 이 풍경을 바라보고 그려내며 또한, 당신 역시 이를 바라 볼 것을 권유한다.
정희우 ● 정희우는 탁본의 방식을 통해 개발로 인하여 지워져가는 도시의 흔적을 수집하며 기록한다. 도시의 생성과 발전 과정에서 도시의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수많은 인공물들이 출현한다. 그 인공물들은 단순한 물질을 넘어서, 도시의 표상이라는 신분을 덧입게 된다. 이로써 이 사물들은 도시의 시간과 진행과정을 담아낼 수 있는 위치를 점하며, 그 흔적들을 표면의 '결'로 간직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작가는 누군가의 발걸음과 무게감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길 위의 맨홀 뚜껑과 도로 위의 화살표, 거주지의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담벼락의 표면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 표면이 담고있는 '결'을 탁본으로 거두어 올린다. 탁본 작업은 대상과의 밀착을 전제로 하는데, 이 밀착 과정으로 인해 잠들어있던 흔적들이 일깨워져 그 모습을 드러낸다. 직접 대상을 만지고, 베껴내는 작업방식을 통해 작가는 대상이 지닌 시간의 결을 자신에게 흡수시키면서 도시의 모습을 채집해 나간다. 이로써 침잠과 스쳐지나감 사이에 존재했던 도시의 표상들은 정희우의 탁본 작업으로 새로운 도시의 흔적으로 자리잡게 된다. ■ 방배다방
Vol.20171123i | 도시채집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