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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1117_금요일_06:00pm
후원 / 강원도_강원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서울문화재단 서울시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 SEOUL ART SPACE_GEUMCHEON 서울 금천구 범안로15길 57(독산동 333-7번지) 3층 Tel. +82.(0)2.807.4800 blog.naver.com/sas_g geumcheon.blogspot.com
본 전시는 강원문화재단 창작지원의 일환으로 기획된 전시다. 김전기 작가는 지난 2012년 개인전 『보이지 않는 풍경』展을 시작으로 『155miles』展, 『불편한 풍경』展의 타이틀로 작업을 선보였으며, 이번 전시 역시 그 연장 선상에 있다. 그는 동해안 지역의 7번 국도와 맞닿아 있는 군사 지대를 중심으로 일상의 공간과 경계선 안과 밖의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분단 이후, 생성되어 온 이데올로기적 기호들과 전쟁수행 도구들,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 앞에 노출된 사물과 사람들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점진적으로 이어온 그의 작업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시키고 있으며, 작가가 평소 익숙하게 보아왔던 경계지점의 모습들을 자신만의 시선과 사고로 다양하게 나열함으로써 또 다른 층위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본 전시의 이미지들은 정치적,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뒤섞여 시대에 따라 변형되는 있는 독특한 해안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의식하고 있는 시각적인 물리적 경계의 형태가 무엇인지, 경계를 가르는 인식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한국에서 여름철 휴양지로 가장 선호하는 곳으로 사람들은 동해의 해변을 꼽는다.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동해의 휴양지에는 여전히 군사시설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군사시설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사고는 그저 일상 주변에 흔히 널려 있는 삶의 일부분으로 여기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보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자신만의 작업을 통해 시대와 역사의 명분을 획득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길들여진 시선과 무뎌진 판단에 대한 저항과 항변의 수단임을 내보이고 있다. 본 전시는 「The half of No.7'」, 「경계에서」, 「겹쳐지는 것들」, 「보이지 않는 풍경」, 「어떤 경계」등 네 가지의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타이틀과 작가의 작업은 전통적인 어법에 근접한 형식미를 갖추고, 바라봄의 주체와 대상과의 관계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관람자의 시선을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공간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 서울 금천예술공장
소나무 숲 너머 끝없이 철책선으로 이어진 해안의 경계에서 바다색만큼이나 푸르고 행복한 이들을 만났다. 환한 햇살 아래 시원스러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식장으로 걸어가는 신랑신부, 그리고 함께 한 부모 형제와 오랜 친구들의 모습. 또 다른 바닷가에서는 이웃들이 소나무 숲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한가로운 모습이 너무나 행복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행복한 장면 앞에는 불편하지만 평소 무심하게 보아 오던 철책선이 놓여 있다. 바다로의 접근과 조망을 제한하고, 해변의 출입을 통제하는 이 장치는 분단 이후 65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의 일상 속에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동해안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낭만과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며, 해변의 출입을 제한하던 철책선이 걷어지고, 재개발이 한창이다. 경관이 수려한 몇몇 지역은 안보의 이유로 여전히 걷어지지 못한 채 남아있다. 여름철에는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제한적이지만, 한시적으로 출입문을 열어놓는다. 그 사이로 자유를 만끽하듯 바다를 찾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불편함이나 군사시설이 주는 긴장감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관심은 경계지점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 중 분단 상황이 야기한 군사지대와 민간인의 삶이 교차하는 공간의 안과 밖의 현상들에 향하고 있었다. 군사시설의 새로운 형태와 자본의 이데올로기가 교묘하게 뒤섞인 경계의 모습을 보면서, 일상적인 삶과 현대사의 질곡이 겹쳐져 있는 이질적인 영역으로서의 물리적 경계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풍경「Invisible Scenery」' 시리즈로 시작된 2007년부터의 작업은 7번 국도와 맞닿은 해안의 경계선 주변에 놓인 군사지대와 일상적인 공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중심으로 진행하여 왔다. 작업 과정이 깊어질수록 점점 혼재된 경계의 세상에 서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계에서 마주한 텅 빈 부대와 녹슨 철조망, 버려진 이데올로기적 오브제들은 마치 철거가 끝난 후의 재개발 지역과 같은 혼란스러움이 일었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은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닌 것처럼 남아 있어 특정한 개발이나 자본의 논리에서도 벗어나 있으며, 묘한 기이함과 함께 낯선 장소로 다가왔다. ● 경계로의 작업이 점차 확장될수록, 분단과 경계에 대한 고민은 모호해지기만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겨난 여러 가지 의문점들을 풀기 위한 고민의 과정을 거치면서 경계의 이유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게 되었다. 물리적 경계가 조금씩 지워져 가는 세상에서, 경계에 대해 원론적인 고민을 해본다. 지난한 시간 동안 통제 받아 익숙해진 공간에 길들여진 사고와 시선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경계를 의식했던 시선과 행동에는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경계선 주변의 시간은 여전히 더디게 움직인다. 변형되는 물리적 현실은 여전히 낯설며, 의식하고 있는 시선은 새롭게 형성되는 경계를 주시한다. 경계를 위한 장치들은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경계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조금 더 경계에서 서성거릴 이유가 있는 것 같다. ■ 김전기
Vol.20171116k | 김전기展 / KIMJEONKI / 金全基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