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1114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_12:00pm~05:00am
갤러리 라이프 GALLERY LIFE 서울 서초구 서초동 1451-93번지 2층 Tel. 070.4232.6761 www.gallerylife.co.kr
늦은 아침 침대에서 눈을 뜬다.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진다. 사방은 고요하고, 눈꺼풀은 천천히 감겼다 떠진다. 둥실 떠다니는 먼지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최면처럼, 서서히 몸에 힘이 풀린다. ● 문득 어제 친구와 통화를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둥실, 또다른 먼지가 지나간다. 얼마 전 급하게 입다가 발견한 스웨터의 올 나간 부분을 아직도 수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그 스웨터를 입고 나간 약속에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도 언뜻 기억이 스친다.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먼지가,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사소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 바람이 분다. 팔랑거리는 가판대 위의 신문, 별안간 날갯짓을 하는 비둘기,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수많은 눈길과 발길이 깃털처럼 흩날린다. 그것은 어쩌면 허공에 둥둥 떠다니던 먼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창문을 타고 들어온 깃털은 하나의 색, 한번의 터치가 되어 캔버스 위에 내려앉는다. 작가는 캔버스 앞에 선다. 바람에 실릴 만큼 가벼웠던 기억들은 이제 굳은 물감처럼 단단하고 무거운 생각이 된다.
장지영에게 '지나가는 사람들'은 지나간 사람이 아니다. 그녀를 향해 걸어온 사람들,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간 사람들은 길거리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머릿속으로 걸어 들어온다. 그들은 작가의 머릿속에서 걷고 또 걷는다. 어느 날 비가 내리면 마음 속 그들도 우산을 쓰고, 날씨가 화창해지면 겉옷을 벗어 어깨에 걸친다. 작가가 놓아주지 않는 잔상은 날씨에 따라, 때와 장소에 따라 스스로 옷차림과 표정을 달리한다. 그들은 작가에게 구속되어 있되 오히려 그녀를 움직이게 한다. 흰 캔버스를 짜고, 색을 풀고, 붓을 잡게 한다. 그림 속 지나가는 사람들은 분명 한때 존재했지만 이제는 허상이며, 허상인 동시에 어느 누구보다 생생하게 거리를 걸어간다. ■ 나경희
Vol.20171114c | 장지영展 / CHANGJEEYOUNG / 張支榮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