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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모리스 갤러리 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대덕대로 576(도룡동 397-1번지) Tel. +82.(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골법탐닉 骨法耽溺 ● 「산수-담아내다」 연작을 시작으로 '용필(用筆)'을 붓의 운용이라는 실질적인 작화법(作畵法)을 넘어서는 하나의 담론으로 수용하고자 했던 화가 방진태는 지난해부터 용필을 통해 도달해야 할 자신만의 '골법(骨法)'을 이루고자 하는 예술적 욕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골법이란 그리는 대상에서 출발하여 대상의 근원적 형체를 파악함으로써 형상 뒤의 형상까지 포섭하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그림이 생성되는 과정 전체를 관통하는 회화의 근본적인 형성법칙이라 할 수 있다. 굳이 고개지나 사혁을 소환하지 않더라도 동양의 그림에서 그 궁극 목적이 '기운생동'이라면 '골법용필'은 그것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작화법이라는 것을 부정할 이는 흔치 않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많은 사람이 골법용필을 단일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방진태는 굳이 골법과 용필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새롭게 제기하고자 한다.
골법용필의 '골(骨)'은 기운생동의 '기(氣)'와 함께 동양회화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낱말이다. 본래 골은 형골(形骨), 골체(骨體), 골상(骨象)과 같이 인체의 골격을 뜻하는 말로 중국의 위진남북조 이래 인륜감식(人倫鑑識)을 다루던 상학(相學)에서 사용하던 개념이다. 이 말이 문학에서는 작가의 성정(性情)이 문장에 나타난 형상이라는 의미로, 서화에서는 형상의 정감(情感)과 생명의 기세(氣勢)를 뜻하면서 골기(骨氣), 골요(骨要), 골간(骨幹), 유골무풍(有骨無風), 유풍무골(有風無骨)과 같은 감식과 비평의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더욱이 서예에서 행초(行草)가 유행하면서 '골'은 서화의 최고 덕목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회화에서의 선(線)과 용필(用筆)의 강조로 연결되었다. 고개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골기 있는 형사를 용필로 실현하여 기운을 얻는 것이라 하였고, 사혁은 '사물을 그린다는 것은 반드시 그 모습을 닮게 하는 것이고, 모습을 닮게 하는 것은 모름지기 골기를 온전히 하는 것이다. 골기와 형사는 모두 입의(立意)에 근본을 두고 용필에 귀착된다.'고 하였다.
동양에서 문예(文藝)는 골기 내지는 골법의 파악에서 시작하여 점차 작가의 안목과 취향과 용필이라는 양식의 문제로 확산하였다. 용필이 개별 작품에서 드러나는 형상을 구성하는 일, 즉 형식적 측면이라면, 골법은 그렇게 구성된 작품 안에 담겨있는 사물의 근본이자 그것을 파악한 작가의 정신 내지는 예술 의지(Kunstwollen), 즉 내용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골법용필이 기운생동을 가능하게 하는 실천논리라고 한 앞선 언술과 연관해서 본다면, 용필이 골법으로 승화될 때, 다시 말해서 용필과 골법의 유기적 융합이 보는 이에게 기운생동으로 감득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골법이 용필의 신(神)이라면 용필은 골법의 체(體)라 할 것이다. 골기적 형사를 조성하는 것에 뜻을 두어 대상의 근원 형체를 파악하는 감득력(感得力)을 의미하는 골법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순수한 경지에서만 체득되어 붓의 작용을 통해 화면에 나타나므로, 이는 인간과 자연과 붓[筆] 삼자의 합일을 통해 실현된다.
그림이란 그리는 행위로만 만족 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통해 서로의 생각과 감정이 상호교차하는 지점[處]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따라서 그림은 화가 자신을 포함하여 타자적 시선에서만 보이고 볼 수 있다. 이때 시선에 사로잡히는 것이 바로 용필이고, 용필에 대한 감각이 골법으로 인식된다. 산수에서 마주하는 기억과 감정과 경험이 용필로 승화되고, 용필이 골법으로 감득되면 기운생동을 얻는 것이니, 기운생동은 그림 앞에 선 우리를 대상의 근원과 마주치게 하는 것이다. 근원과의 마주침은 우리를 모든 존재하는 것의 근원, 즉 세계 내 존재로 이끌어 줄 것이다. 이것이 작가 방진태가 골법과 용필을 구별해서 보고자 하는 이유이며, 용필로부터 골법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근거일 것이다. ■ 변청자
Vol.20171109a | 방진태展 / BANGJINTAE / 龐珍泰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