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1110_금요일_05:00pm
퍼포먼스 / 2017_1110_금요일_05:30pm
주최 / (재)송은문화재단
송은 아트큐브는 젊고 유능한 작가들의 전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재)송은문화재단에서 설립한 비영리 전시공간입니다.
관람시간 / 09:00am~06:30pm / 주말_01:00pm~06:00pm / 공휴일 휴관
송은 아트큐브 SongEun ArtCube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421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82.(0)2.3448.0100 www.songeunartspace.org
이주원은 미디어로부터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 SNS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사실/허위 구분 없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정보화 사회의 현실에 주목한다. 작가는 모큐멘터리(mockumentary) 형식을 빌려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증명할 근거로 다큐멘터리, 인터뷰 등 제3자에 의해 촬영된 여러 편의 영상들을 그럴듯하게 편집하며, 영상과 함께 주된 매개체로 회화, 조형물, 퍼포먼스 등을 활용해 이야기의 신빙성을 높인다.
모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한 초기 작업으로 2013년 가수 싸이와 북한 김정은에 대해 다루는 「대중가수 싸이와 북한의 김정은」을 선보인 바 있다. 이는 두 사람의 외형적 유사함을 전제로 김정은이 싸이의 세계적인 명성과 인기를 이용해 계략을 펼치는 영상으로, 작가가 지어낸 허구적 사건을 뉴스, 인터뷰, 미술품 거래 현장 등 영상을 통해 실제 사건처럼 편집한 작업이다. 이후에도 히틀러가 약탈한 예술품들 중 누군가에 의해 그려졌는지, 누구를 그린 것인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한 여인의 초상화에 대해 들추는 「나치에게 빼앗겼던 의문의 초상화」(2014)와 같이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어 영상 및 회화, 설치 작업으로 보여줬다. 홍천 굴운리에서 전해지는 풍습을 다룬 「신성한 곤충들」(2016)에서는 굴운대사가 전해준 나비와 풍뎅이가 그려진 초충도로 인해 아기를 갖지 못했던 부부가 아기를 갖게 되었고, 이로부터 이 지역에서 나비와 풍뎅이를 유인하기 위해 꽃과 나무가 그려진 그림을 걸어 놓는 풍습이 생겼다는 설화에 대해 설명하는 무속인의 인터뷰가 이야기의 신빙성을 더한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가상의 이야기가 실제 사건 혹은 기록으로 오인되도록 연출된 그의 작업은 다큐멘터리라고 하기에 다소 허무맹랑한 전개와 어딘지 모르게 서툰 영상편집 기법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실재와 허구 사이에서 끊임없이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외계인을 신으로 모시는 신흥종교를 소개하는 「Neila」(2015-2017)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태리계 러시아인 물리학자 존이 신의 부름을 받아 알래스카로 떠나고, 그 곳에서 지구의 구원자로 선택되었으며 러시아로 돌아가 신흥종교 네일라(Neila)를 개척했다는 설정 하에 작가는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기본적 교리, 기도법, 소통 방식 등을 창조해낸다. 그는 네일라교에 대해 신뢰할 수 있도록 교회나 성당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첨탑이나 그리스도교의 십자가, 불교의 스와스티카(卐)와 같이 고유의 상징물을 제작하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대신 엄지와 약지를 접어 기도하는 방식을 고안하는 등 종교 개척에 필요한 요소를 갖추도록 했다. 또한, 신자들이 종교적 믿음을 굳건히 할 수 있도록 사후 세계, 수련 모습을 담은 네일라 홍보 영상 등을 제작했다. 종교 전문가들과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의도적으로 외국인을 등장시켜 해당 언어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국어 자막에만 의존해 실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교묘하게 자막과 어울리는 진중한 어법에 의해 그들의 이야기를 믿도록 하며, 외계인과의 소통 방식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사뭇 진지한 화자의 태도에 의해 어쩌면 네일라가 실재할 수도 있을 것이라 유추하게 한다. ● 이주원은 이처럼 자신이 꾸며낸 이야기를 거짓 증거들을 통해 현실 속에 있을 법한 이야기로 전환해 관객이 이를 실제 사건으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정보화 사회에서 인터넷, SNS 상의 주관적 정보를 무분별하게 사실로 인지하고 수용하는 현대 사회의 실상을 폭로하고자 한다. ■ 박해니
지난겨울, 나는 이층의 식탁에 앉아 집에서 점심을 먹으며 무심히 창밖을 보았다. 뒷마당에는 한 마리의 청설모가 차가운 잔디밭 한구석에 누워있었다. 이것은 내가 식사를 하는 내내 움직이지 않았고, 나는 그 청설모가 어떻게 저기에 있을까 식사를 하며 곰곰이 생각했다. 뒷마당에는 길고 얇은 빨랫줄이 그곳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아마도 빨랫줄 위를 빠르게 달려가다 떨어져 죽어 있는 듯 했다. 일층에 있는 집주인이 치울 거라는 생각을 짧게 한 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그 다음날에도 뒷마당에서 그 청설모는 처음 내가 발견한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며칠 뒤 눈이 와, 그 위에 소복이 쌓여도, 집 주인은 그 죽은 몸뚱이를 내버려 두는 듯 했다. 그 이유가 궁금해진 나는 뒷마당에 내려가 잔디위에 놓여 있는 것을 자세히 보았다. 중간 중간 빠진 털과 봉제의 터진 틈으로 빠끔히 삐져나온 솜뭉치들… 주인의 강아지들이 갖고 놀던 다람쥐 모양의 인형이었다. ■ 이주원
Vol.20171107h | 이주원展 / LEEJUWON / 李柱元 / installation.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