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Ⅱ, Ⅲ

김상진_백현주 2인展   2017_1101 ▶ 2017_1125 / 월,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17_110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공휴일 휴관

아웃사이트 out_sight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35가길 12 (혜화동 71-17번지) 1층 www.out-sight.net

Ⅰ, Ⅱ, Ⅲ 은 흔히 타이틀의 챕터(혹은 구식 강령을 위한)를 나눌 때 사용하는 로마 숫자이지만 나와 백현주의 전시에서는 아무것도 이름 붙여지지 않는 혼돈의 사태(언젠가 태곳적에 한 번 정도 존재했던)를 저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불러보기'로 기능한다. 백현주 작가는 그것을 이상한 소리를 내며 "응, 으응, 으으응" 따위로 부르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아마 그 이유는 '최소한'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Ⅰ, Ⅱ, Ⅲ-김상진_백현주 2인展_아웃사이트_2017
백현주_맨 섬 Isle of man_단채널 영상 프로젝션_00:10:46_2016
김상진_Jack_우편용 전자 저울_100×100×90cm_2017
김상진_Jack_우편용 전자 저울_100×100×90cm_2017_부분
김상진_Jack_우편용 전자 저울_100×100×90cm_2017_부분
백현주_목요일 순환 Thursday Cycle_단채널 영상 프로젝션_00:10:33_2016~7
백현주_목요일 순환 Thursday Cycle_단채널 영상 프로젝션_00:10:33_2016~7_부분

백현주의 작업 「Thursday Cycle」은 한 남성의 죽음이 사회적으로 소각되는 과정을 덤덤히 담고 간다. 흔히 고독사라 부르는 그 외로운 죽음의 흔적(또한 생명의 흔적)들은 폐기품과 판매용품이 되어 효율적으로 제거된다. 이외에 남은 것들은 아마 이름으로도, 약품으로도 지워지지 못한 약간의 체취 정도일 것이다. 나의 작업 「Jack」은 동일 선상에서 「Thursday Cycle」의 역방향으로 침투한다. 저울의 측량 면 위에 새겨진 「Jack」이라는 이름(기호)은 저울 위에 아무런 질량을 남기지 않는다. (그것은 측량 시스템 자체에 각인되었으므로) 그리고 마치 바벨탑처럼 쌓여진 저울들은(사실 우편물용 저울이다) 자신의 몸 위에 놓인 시스템의 무게를 끊임없이 확장해 나간다. 그러니까 그것은 쭉쭉 뻗어 나가는 잭의 콩나무이다. 사람들은 그 나무의 끝자락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산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거위는 목요일에 사라진 한 남자의 흔적, 그 맞은 편 끝자락에 있는 상상이다.

백현주_돈 되는 물건_플라스틱, 철재, 옷_가변설치_2017
백현주_돈 되는 물건_플라스틱, 철재, 옷_가변설치_2017
백현주_돈 안되는 물건_거울, 이불, 속옷, 양말, 인스턴트 음식, 장갑, 수건, 나무탁자, 연필, 사진 액자 등_가변설치_2017
백현주_베일리 메디 윌리엄과 제임스 더글라스 Bailey Mehdi William and James Douglas_단채널 영상_00:10:35
김상진_Fish_프린터, 목재, 수조, 알루미늄, 혼합재료_70×100×60cm_2017
김상진_We are not_단채널 영상_00:02:16_2017
Ⅰ, Ⅱ, Ⅲ-김상진_백현주 2인展_아웃사이트_2017
Ⅰ, Ⅱ, Ⅲ-김상진_백현주 2인展_아웃사이트_2017

결국, 이번 전시 속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명명하는 행위가 제거해나가는 것들과 확장(혹은 생성)해나가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것들은 젊은이의 손이 어느 날 쪼글쪼글해진 것을 발견하는 것처럼, 겨울이 오면 외투를 꺼내입는 것처럼, 거리에서 만난 어떤 이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것처럼 그저 이루어지는 어떤 것들이다. 그러므로 이 전시는 질문하지 않는 삶과 질문되지 않는 연속성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어떤 호기로운 웅얼거림(마치 "응, 으응, 으으응"과 같은)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 김상진

Vol.20171105d | Ⅰ, Ⅱ, Ⅲ-김상진_백현주 2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