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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110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선광미술관(선광문화재단) SUNKWANG ART MUSEUM (SUNKWANG CULTURAL FOUNDATION) 인천시 중구 신포로15번길 4(중앙동4가 2-26번지) Tel. +82.(0)32.773.1177 www.sunkwang.org
그것은 무심처에 있었다 ● 인간은 추상화 시켜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한다. 수학은 약속이고 추상 언어다. 인간은 수학 체계인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 사물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러나 카오스의 우주는 한사코 인간의 추상체계에서 벗어난다. 우주는 모래알이 아니라 액체 적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으로서의 사물의 이해는 추상적 이해로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감성의 세계는 다르다.
개념은 추상적 언어이다. 단풍색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마음을 흔드는 현상을 개념으로 설명 할 수는 없다. 감성의 세계는 혼돈의 바다이다. 단풍을 엽록소 현상으로 이해 할 때 단풍에 대한 감동의 느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림도 개념적 방법으로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그 세계가 다양한 혼돈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 현대에 와서 수많은 개념들과 엄청난 양의 유사 개념들은 그림의 온전한 영역을 파괴해 왔다. 새로운 개념이라고 하는 것들이 결국 어디선가 학습된 유사 개념의 경우가 많다. 예술의 무의미, 그러나 인간의 감성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 자신이 감성적 혼돈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불가에서는 무심을 말 한다. 깨어 있으면서 무심하게 그냥 보라는 것이다 마음을 잠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심 밖에 없다. 분별심이 문제다. 너와 나를 편 가르고 타인을 강하게 비판하여 자기를 들어내고 그렇게 해서 이득을 보려는, 모든 충돌이 분별심에서 비롯된다. 개념은 분별이다. 분별심에서는 가을 단풍에 대한 온전한 감동이 있을 수 없다. '70년대에 정수모와 나는 퍼포먼스를 하겠다고 남동 해변의 갯벌을 찾은 적이 있다. 거기서 우리는 갯벌의 작은 게 들이 만들어 놓은 무수한 뻘 더미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알량한 개념적 짓거리를 하려고 한 것이 민망할 따름이다. 작은 게들은 아마도 멀리서 만세를 부르고 있었을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움 그것은 무심 처 에 있었다.
나뭇가지와 거적대기 집, 벽돌 건설장면에서 지금의 찰흙 쌓아올리기까지, 테라코타와 최근의 경질도기 작품에 이르는 정수모의 수많은 작품 제작의 전 과정은 수행자의 화두 찾기 이었다. 작가는 말한다. 작품에 대한 욕심에 엄청난 계획을 세우고 욕심을 내서 만든 작품은 모두 타작 이었고 작품을 하다가 완전히 지치고 기진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고 몸만 움직여 덩어리를 올렸을 때 작품을 하나 건지게 되더라고. 사실 그것은 무심하게 쌓아 올린 찰흙 덩어리 일 뿐이었다. 나는 언젠가 무심하게 밭갈이 하는 농부의 모습에서 수행자의 참 모습을 본적이 있다. 성공한 도자기 작품도 그런 경지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그것은 무심한 일로서 자연스러운 세계를 들어내는 것이다. 개미는 개념을 정하고 집을 만들지 않는다. 수많은 일들이 쌓여 엄청난 결과를 만들었을 뿐이다. ● 작품에 일의 흔적이 묻어 있을 때 신뢰와 리얼리티가 생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장인의 손맛을 잃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작품이 추상이든 아니든 마찬가지다.
최근에 작가는 새로운 작품을 내어 놓았다. 경질 도기 작품이다. 고온으로 구어 도자기의 강도에 가깝다. 자세히 살펴보면 작품이 구조적 흔적을 벗어나고 있다. 구성, 구조 이런 용어는 그 자체가 딱딱한 개념이고 벗어날 수 없는 틀을 만든다. 자유롭지 못한 구속이다. 강철 같은 팥알 모델링의 흐름은 브론즈를 능가하는 강인함과 세밀함의 밀도를 만들어 낸다. 조각에서는 불가능한 표정들이 거기에는 있다. 입체 조형의 세계에서 정수모는 도기조각 이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표현의 장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 강하진
Vol.20171105b | 폴 정(정수모)展 / Paul Jeong / 鄭洙謨 / installation.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