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뮤온 예술공간 Art-space MUON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418 (문래동3가 54-41번지) 203호 artmuon.blog.me
인간의 수명은 정말로 80년, 90년일까? 만약에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에 들기 전까지 24시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만 살아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1년, 2년이 아니라 단지 하루의 배수가 될 뿐이다. 우리는 오늘 하루 동안 살고 사라질 것이고, 내일은 내일의 나라는 다른 사람이 내 몸을 이끌며 살아갈 것이다. 진주현은 이처럼 기존에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간이라는 개념을 해체하여 특유의 강렬한 색감으로 이를 재해석한다. ● 2015년에 발표한「어제의 나는 죽었다」에서 작가는 탄생과 죽음의 주기를 '하루'로 초점을 맞추어 일생(一生)이 아닌 일생(日生)에 주목하여 이를 간결하게 담아내었다. 매일 새로 태어나서 새롭게 접하는 경험과 기억의 조각들이 모이면서 사람은 성장해간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의 밑에 쌓여있는 시체들의 수도 늘어간다. 우리는 미래의 나를 위해서 새로이 주어진 일회용의 육체를 가지고 올곧이 힘차게 하루를 살아간다.
이러한 일회용의 육체는 그 육체가 가지고 있는 피상성 그 자체로 다시 한 번 조명된다. 「무제 (Untitled)」라는 작품에서는 똑같은 얼굴을 가진 수많은 같은 사람의 앙상블들이 작품 공간을 채운다. 서로 다른 여러 명의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결국 한 사람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하루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인생을 모두 모아 한 자리에 놓았을 때 우리는 그 곳에서 다양성을 마주한다. 하루하루가 매일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인생의 연속적인 마라톤이라면, 이 작품은 인생의 불연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나와 같은 얼굴을 한 사람이 다른 옷을 입고 내 옆에 있을 때 그 사람은 내 자신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일까? 그 누구도 정답을 알지 못하는 문제이다.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자. "내일의 내 자신은 오늘의 나와 같은 사람일까?"
마지막으로 작가의 관심은 시간이라는 내적 형식에서 공간이라는 외적 형식으로 4차원의 시공간을 넘어서 확장된다. 「콘크리트 파라다이스」연작(聯作)은 도시라는 인공의 땅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순된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도시는 수많은 현대인들이 삶을 가꾸어가는 터전이지만 모순되게도 그들은 진정으로 살아있는 천연의 자연을 밟지 못한 채 그 위에 덮여진 인공의 콘크리트 위에서 살아간다. 자연 위에 깔려진 차가운 콘크리트 껍데기 위에 사람들은 다른 곳에 심어져있던 자연을 도려내와 원래 그곳에서 자라난 것처럼 인공적인 자연의 숨을 불어넣는다. 마치 아스팔트와 보도블록 옆에 위치한 세트장의 정갈한 소품처럼. ● 비단 집 밖에서 걸어 다니는 공간뿐만이 아니라 생활하고 거주하는 공간에서조차도 그 겉껍질을 들추어내면, 차가운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상자를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위 연작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의 초라한 본질을 보여준다. 평소에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인공적인 무늬의 벽지로 집 안의 차갑고 어두운 콘크리트를 가림으로써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장소의 본질을 망각한 채 파라다이스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자신을 세뇌시킨다. 하지만, 그 파라다이스는 허황되고 너무나 피상적이다. 인공적인 공간 위에 자연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인공의 덧칠을 한 이 세상은 과연 진정한 "파라다이스"일까?
집에 있을 때면 종종 답답해서 밖에 나가 산책을 하곤 한다. 하지만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뒤의 신발에는 신기하게도 흙이 묻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의 껍데기를 가득 채운 흙을 밟지 않았다면, 나는 어떤 땅을 밟고 살아가는 걸까? ■ 진주현
Vol.20171029g | 진주현展 / JINJOOHYUN / 陳珠炫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