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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1027_금요일_06:3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아뜰리에 아키 atelier aki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32-14 갤러리아 포레 1층 Tel. +82.(0)2.464.7710 www.atelieraki.com
어디에 있든.... ● 이번 전시에서 강예신은 책장시리즈과 회화 그리고 드로잉 및 세라믹으로 제작한 입체 작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통적인 회화의 방식에서 벗어나 회화의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 강예신은 '토끼'라는 소재를 통해 현대 사회의 단면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과 스타일로 표현하여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을 대변하고, 공감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일상의 삶에서 마주하는 대상과 관계에서 느껴지는 사소한 감정에 주목하는데, 이를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깊은 사회 주제 의식을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구성력과 세밀하면서도 특유의 감수성을 책장시리즈, 회화와 드로잉 작품을 통해 나타낸다. 책의 오브제와 드로잉을 한 화면에 담아내는 책장시리즈는 평면 회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작품으로 작가만의 독창적인 작업방식으로 평가 받는다. ●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강예신의 신작은 유년 시절 '월리를 찾아라'에서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작품 속에 담아내었다. 작가는 발랄한 줄무늬 보호색의 기지와 어둠이 아닌 빛의 세상에 숨어드는 위트와 생각보다 빨리 발견 될지라도 당황하지 않고 슬프지 않도록 월리를 찾는 연습을 통해 어디서라도 숨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지친 현대인들의 모습으로 대변하였다. 작가는 자신만의 드로잉을 통해 지친 현대인들이 어두운 곳에 숨는 것이 아니라, 잠시 밝은 세상 어디에선가 홀로 쉬면서 다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작품을 통해, 군중 속에 숨어 있는 내면의 모습을 밝은 세상으로 끌어오는 동시에 따뜻한 휴식처를 제공하고자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지금껏 진행한 작업 중 가장 큰 그 규모인 240x180cm의 책장시리즈를 선보이다. 책장시리즈는 서점에 진열된 다양한 책과 자신이 좋아하는 책들을 자신의 섬세한 하나 하나 직접 제작하였다. 작가는 책장에 차곡차곡 꽃아 넣으면서 새로운 이상향을 꿈꾸는데, 작가에게 있어서 '책'은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이어주는 문이자 소통 창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는 이로 하여금 좋아하는 책이나, 감명 깊게 읽은 책을 발견하게 함으로써 소통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 최근 강예신 작가의 작품은 보고시앙 파운데이션(Boghossian Foundation)에 소장되었다. 보고시앙 파운데이션(Boghossian Foundation)은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 수상의 영예를 얻은 아르메니아 국가관 후원자인 이자 베니스비엔날레의 『단색화』展을 주최한 유럽게 가장 영향력 있는 파운데이션이며, 이처럼 강예신은 해외에서 한국 차세대 작가로 주목 받고 있다. ■ 아뜰리에 아키
Where's where? ● 무엇도 낯설지 않은 낯선 곳으로 가기를 희망했다. 그런 곳이 있다면 한 톨의 미련 없이 이곳에서 사라져 버릴 텐데…… 사람 가득한 횡단보도 앞에서 넋두리 하듯 또 생각한다. 갈 곳 잃은 시선은 건너의 무명들을 피해 무심한 신호등만 초조히 올려다보고 있다. 오직 나만이 느꼈을 살얼음 같은 그 어색함이 초록불이 켜지자마자 길을 건너도록 재촉한다. 반쯤 횡단보도를 지났을 때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나 홀로 8차선 한 복판에 서 있고 그 많던 사람들도 차들도 소음도 모두 희미해지고 있었다. 아 나는 또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 이번에는 이 뚜렷한 자각 몽에서 깨어날 때까지 즐겨보자, 다짐하며 마저 길을 건넌다. 빼곡한 도시의 건물들은 더더욱 희미하게 사라져가고 대신 나무들의 자라났다. 그곳은 순식간에 숲을 만들었고 마치 따라 오라는 듯 작은 오솔길 하나가 융단처럼 깔렸다. '왜 길가에 꽃도 피고 나비도 향기롭게 날지 그래' 마음먹자 정말로 꽃들이 피어나고 어디서도 맡은 적 없는 향기를 뿌리며 나비들이 더더욱 커진 나무들 사이로 날아갔다. 나는 그 꿈길을 숲길을 즐기며 한참을 걸었다. 간간히 다큐에서나 보던 동물들이 멀리서 또한 평화롭게 오갔다. 커다란 고래 한마리가 둥둥 숲속을 유영하는 것을 보았을 때 살짝 웃음이 났던 건 이것이 참 기분 좋은 꿈이 될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아주 가까이 낯익은 비릿한 바다 냄새가 나기 시작했을 때 길의 끝에 근사한 바다가 있을 거라 짐작했다. 짭조름한 바람이 머리카락에 와 닿고 운동화 안으로 모래가 들어왔을 때 나는 그 거대한 장관을 보았다. 멀리 너른 바다위의 색색의 튜브를 타고 둥둥 떠다니는, 모래사장 위에 가장 편한 모습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행복하고 나른하게 해수욕을 하는 수없는 사람들과 수많은 동물들의 풍경은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그 많은 '떼'들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기에 나는 이 꿈이 조금 무서워지려고 했다. 그러나 이 오디오가 꺼진 꿈이 악몽이 아님은, 무수한 사람과 동물들의 사이즈, 취향, 좁은 행동반경에도 불구하고 어떤 분쟁도 일어나지 않기에 금세 알 수가 있었다. 그 묘한 평화로움이 절정의 조용함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여기 이 '떼'의 수준 있는 성품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나 역시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다.
● 커다란 표범이 배를 깠다. 아이가 그 위에 앉아 있다. 악어가 입속을 일광욕 중이다. 작은 동물 몇 마리가 해를 피해 그 입으로 들어간다. 인상이 참 별로인 아저씨가 음료를 마신다. 검은머리 펭귄이 아저씨의 얼음만 골라내 머리에 비빈다. 아저씨 잠시 쳐다보더니 다시 음료를 마신다. 멀리 기린이 계속 바다로 걸어가지만 몸이 쉬이 잠기지 않는다. 노랗거나 핑크한 튜브 위 아이들은 내내 웃는다. 하늘을 보고 자는 해변의 떼들은 모두 행복하게 널브러져 있다. 누구하나 화내거나 짜증내는 이가 없다. 점점 이'떼'들이 부럽기 시작했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음에 안도했듯 평화가 나를 물들이고 있었다. 이제 관찰자가 된 나는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의 운동화가 불편했다. 얕은 해변에 줄무늬를 닦고 있는 얼룩말 옆에 앉아 발이라도 담가야지 생각하고 신을 벗고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걸음 가지 못하고 앗~ 소리를 냈다. 순간 모든 화면이 정지했다. 1, 2, 3.......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떼'들은 다시 행복을 시작했다. 발바닥아래 작은 조개껍데기가 박혀 있었고 고운 모래알이 들러붙은 발바닥에서는 피가 났다. 놀랄 틈도 없이 스르륵 지나가던 꽃뱀 한마리가 상처를 핥고 간다. 따갑던 통증이 사라졌다. 나는 이곳이 맘에 들기 시작했다. ● 그런데, 그런데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꿈이 있는지 생각했다. 모래알의 서걱거림이, 태양에 데워진 미적지근해진 바다의 온도를 느끼는 것이 가능한 것이지도 생각했다. ■ 강예신
Vol.20171029d | 강예신展 / KANGYEHSINE / 姜叡伸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