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31030j | 주연(김현숙)展으로 갑니다.
주연(김현숙) 홈페이지_https://www.zuyeon.com
초대일시 / 2017_1027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아트비앤 Gallery artbn 서울 종로구 삼청로 22-31 2층 Tel. +82.(0)2.6012.1434 www.galleryartbn.com
열 두 번째 주연 작가의 개인전 『실루엣에덴 SilhouetteEden』展. 이번 전시는 지난 11회 개인전, 검은색 식물이나 도구들이 등장해있는 『블랙 가든 Black Garden』展 이래로 사물의 실루엣에 대한 철학적 미감을 보다 심화해 소위 '텅 빈 충만'의 존재적 공간을 펼쳐내고 있는 경우라 할 수 있다. ● 싱크홀과 함께 무너져내린 함몰의 기억과도 같은 그의 화면의 검은 무서운 사물들에게는 낮의 길이만큼 긴 밤 꿈의 불쾌함이 있다. 그러나 그 순간 바닥을 친 자의 어깨를 다독이듯 편안한 위로가 동시에 관람자를 감싼다. 색깔 없는 칠흑같은 그의 블랙 사물들은 명백히 검은 대나무요 검은 나비, 검은 꽃과 식물의 실루엣이라는 또렷한 공간이자, 동시에 징크나 티타늄 화이트의 평면에서 움푹 파인 뚫린 공간, 텅 빈 공간, 곧 수많은 기억과 추억의 저장공간이라는 역설로 인도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꿈으로, 위협에서 위로로, 그것은 하나의 '통로'였던 것이다.
이번 전시의 '실루엣'은 주연 작가의 초기, 아마도 대학원 시절부터의 오랜, 그의 학위논문에 의하자면 예닐곱 살 시절의 유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기억'이자 그 자신 존재의 구성성분이기까지도 하다. 기와공 장인 아버지의 딸, 일상의 도구들이나 작업연장들을 검은색 일색의 플라스틱으로 캐스팅해 일명 '플라모델(plamodel) 작가'라는 애칭을 얻었던 약 15년여의 미학적 모색 이후, 2016년부터의 회화 작품이 블랙 일색의 '사물의 질서에 대한 탐사'의 여정이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그것은 대저 사물은 수수께끼의 언어들로 구성되어있기에, 즉 벤야민(w. Benjamin)적 언어관으로라면 사물들의 언어는 "자신의 명료성을 회복하게 될 계시를 기다리고 있"기에 해독되어야 할 사물들이라는 관점으로부터 나왔다.
양각과 음각이 또렷한 일상의 현실이나 자연물이 아니라 그것의 과거와 미래를 포함한 잠재되어있는 아이온(Aiôn)의 시간까지 표현 할 방도. 이집트 회화에서 만나듯 기하학적인 납작 형상들처럼 그는 납작한 실루엣을 떠냈다. 침묵하고 있는 사물들, 그러나 그 '있음' 자체가 뭔가를 말하고 있는 그 숨겨져 있는 언어는 실루엣을 통과해서만 그 본체를 드러내게 된다는 것. 그렇기에 그는 정작 실루엣을 그리는 게 아니다. 실루엣 너머의 배경을 그려 사물이 그려지기를 기대하기. 빛을 그려 어둠이, 그림자가 도드라져 드러나도록 그 흰 빛을 그리는 것이다. 그림의 배면에서 움터나오고 있는 빛, 어둠을 의식화함으로써 밝아지는 빛, 그리하여 빛과 어둠 사이 그 한 가운데 중앙으로 그림은 마침내 걸어나오고 있다. 익숙한 현실인 듯하나 이 세상과는 다른 모듈(module)로 움직이는 다른 질서, 그것이 그녀의 '에덴'인 셈이다.
한마디로 이번 개인전의 탐구 주제는 그림자-실루엣의 비의(秘意)다. 검은색 실루엣의 만개한 꽃과 기개에 찬 식물, 수목들. 그것은 지상에 존재하는 유한한 생명들, 꽃과 식물들이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던 검은 그림자, 아니 인간의 그림자다. 그것은 드러나 있되 안으로 숨은 내부이기도 한 우리 자신의 일부분, 우리가 보려 하지 않거나 이해하는 데 실패한 부분은 아니었을까고 그녀는 묻는다. 이로써 그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세상(世上)의 풍경이 아니라 세계(世界)의 형이상학이었음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화려한 수사와 포스트모던적 패스티쉬가 난무하는 거리 한복판에서 깊은 고독감에 떠는 사람들의 초상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가장 화려한 검은 정장의 찬란한 슬픔이 거기에 있다. ■ 박응주
Vol.20171027k | 주연(김현숙)展 / ZUYEON / 朱延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