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1026_목요일_07:00pm
참여작가 / 김민호_김방주_박귀순_Florian Goldmann
후원,주최 / 주독일 대한민국대사관 한국문화원
관람시간 / 10:00am~07:00pm / 토요일_10:00am~03: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담담 Gallery damdam Leipziger Platz 3. 10117 Berlin. Germany Tel. +49.30.269.520 www.kulturkorea.org
산업혁명 이전 여행은 느리고 위험하며 대부분 무역과 이주 같은 필요성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을 뜻하는 Travel은 노동, 고난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으며, 고대 로마시대 고문도구의 이름이였다는 추측도 발견할 수 있다. 기차의 등장 이후 고통으로 여겨지던 여행은 쾌락으로 바뀌었으며 그와 동시에 모든 것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시 두발로 여행을 시작하며 어려움과 느림을 체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전시 작가들은 바로 이런 도보여행자(Wayfarer)들이다. "Project ON #2 - Wayfarer"는 주독일 한국문화원 정기공모를 통해 선정된 12명의 작가들 중 두 번째 그룹에 속한 작가들이 진행하는 전시이다. 홍익대에서 동양학과를 졸업한 김민호, 슈트트가르트 미대에서 수학 중인 김방주, 베를린 바이센제 미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박귀순 그리고 베를린 국립예술대 졸업 후 포츠담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Florian Goldmann이 참여한다.
"정지는 죽음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비릴리오는 현대사회 빠른 속도의 추구는 누구보다 앞서 미래를 만날 수 있는 것으로 승리한 자가 얻는 권력과도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시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박귀순의 페인팅들은 이러한 세계의 법칙에 대비되는 인상을 준다. 작품 속 숨막히게 조용한 풍경과 정지 된 것 같은 시간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가는 특유의 절제된 표현력을 사용해 자연과 우리 내부에 공존하는 복잡하게 얽힌 감정들을 끌어내며 자연주의와 초현실주의, 몽상과 실제의 경계선에 존재하는 장소를 생성하였다.
그리고 그 옆 가만히 응시하게 되는 유동적인 사진작품은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과 변화 속 하나의 대상을 여러 방향에서 관찰하여 자료를 수집하는 김민호의 작품이다. 작가는 수 많은 시점들이 하나의 화면으로 모여 겹겹이 쌓여지며 그 대상에 대한 총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여 탄생한 흐릿한 이미지들은 축적된 시간과 기억을 내포하고 있다. 과거의 사실과 구체적인 흔적을 담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과거와 현재를 동시적으로 만들며 시간을 확장시킨다.
2016년 대구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3개월 동안 참여한 Florian Goldmann은 한국의 첫인상과 그곳에서 머물면서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그리스」라는 독특한 토폴로지를 구축하였다. 이 작품은 역사와 전통이 현재 어떤 형태로 변형되어 우리의 주변에 존재하는 지에 대한 관찰이자 서로 다른 지리학적 및 문학적 시각으로부터 생성되는 사물과 개념의 관계 및 의미 변질에 관한 고찰이다.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와 간이 투표소 등이 뒤섞인 지각적 혼란을 일으키는 이 작품은 단순히 시공간의 재구성 뿐만 아니라 언어와 개념의 차이가 야기시키는 부정확한 이해 속 모호함까지도 보여준다.
지금까지 몇 차례의 운송혁명을 통해 이동은 출발과 도착만이 존재하며 과정들은 무시되고 사이공간들은 소멸되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시공간의 개념들이 분열된 것이다. 그러나 도시 속 아직 존재하는 가두행진은 대중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행위이자 사이공간을 되찾으려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김방주의 작품이 바로 그러하다. 땅에 발을 딛지 않고 두 개의 의자만을 이용하여 집에서 전시장까지 오는 느린 여정을 담은 그의 작품은 수행자가 겪는 고난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며 속도의 독재를 잠시나마 의식하게 해준다. ● 전시 작가 4인의 여행지는 각각 다르나 그들의 작품 속 시간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천천히 흐른다. 엄청난 속도로 가속화된 현대의 시간 개념을 전복시키는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수행과정을 담고 있으며 이번 그룹전을 통해 갤러리 담담에 모여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장소를 창조했다.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 "Project ON #2 - Wayfarer"를 통해 감속된 시간을 체험하고 분열된 시공간 속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현대사회의 고독과 복잡하게 얽힌 감정의 선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정가희
Vol.20171027c | Project ON #2–Wayfarer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