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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 2017_1024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복합문화공간 에무 Art Space EMU 서울 종로구 경희궁1가길 7 Tel. +82.(0)2.730.5604 www.emuartspace.com
억압에 대한 저항과 기억의 소환 ● 『밀실과 장치』프로젝트는 우리의 현재를 만든 기원의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유동하는 감정적 에너지의 흐름, 이 집단적 정동의 근원에 마주하려고 한다. 자아의 부정성을 꺼내고 억압되고 소외되어 버린 어떤 불편하고 기괴한 유령적 육체(김삼화)를 소환하여 불편하고 기괴한 느낌을 분출하도록 유도 하여 시대정신을 표현한다. 예술 역시 복잡한 사회구조적 맥락에 얽혀서 생성되는 사회적 산물임을 인 정한다면 사회가 직면한 위험에 대해 정치적인 동시에 미학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 전시가 지향하는 바이다. 미디어와 퍼포먼스를 통해 세상에서 잊혀진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환영주의적 주체효과를 통해 공감과 위로의 연대를 이루게 하려고 한다. 현실의 억압과 질곡이 심할수록 물신화된 현실에 대한 폭로와 재구성이 의미를 가진다. 억압적 현실에 맞서는 수단으로서의 환상성은 이런 의미에서 지 극히 현실적인 도구나 방식이며 나아가 가장 비환상적인 정치적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밀실과 장치』는 '시대성'에 비서사적인 '다른 형식'으로 다가서고자 하는 의식적인 미학적 실험이다.
유령적 육체 '故김삼화'의 소환 – 리얼리티와 여성에 대한 이야기 ● '리얼리티'는 우리가 놓인 현실과 그 재현이라 할 예술을 넘나들 수 있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 들고, 공백에 육체성을 부여하려 드는 리얼리티란 허구로써 재현해야 하는 예술이 가지는 모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해줄 유효적절한 형식에 대한 고민이 절실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생생한 고통으로 다가오지만 정확하게 말할 수 없는 현실을 그리기 위해서 현실의 구속을 빠져나와야 하고, 육체성 없는 육체가 되어 버린 유령을 통해 현실의 시공간을 조감하려고 한다. 김삼화는 이미 작고했기 때문에 박정희의 여성 편력과 관련된 아래의 기사에 대한 진위여부를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허구보다도 더 허구같은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현실 자체가 허구보다도 앞서 있다고 말할 법한 일들이 많은 시대이다. 더구나 박정희의 여성편력은 객관적인 증거와 증언들에 의해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국가 권력에 의한 성적 착취는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범죄행위이다. 위안부 문제가 일부 군인들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것처럼, 대통령의 여인들도 국가폭력의 희생자이다. 김삼화는 공권력에 의해 훼손당한 무수한 현실들의 파편이며 시대착오적이지 않으며 정돈된 시간으로부터의 이탈하여 현재진행형이다. 오늘날의 시대성은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질서정연한 구조가 아니라, 명료한 대표성으로 수렴되지 않는 다양성의 난립이기 때문이다.
김삼화 이야기 ● 다음은 김현철이라는 재미언론인이 미국에서 발행되는 『한겨례저널』에 썼던 칼럼이다. 미국으로 이민 갔던 영화배우 김삼화를 인터뷰한 자료를 근거로 썼던 칼럼인데, 지난 대선에서 문제가 되어 검찰이 내용을 허위로 판단, 트위터에 올린 이들을 기소하였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김씨는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6세부터 무용을 시작하여 조선무용연구소 한성준에게 사사했으며, 성신여중 재학 당시 15세의 나이로 미국대통령 특사환영 연회에서 공연을 하는 등 일찍부터 재능을 인정받았다. 1955년에 김기영 감독의 '양산도'에서 주연을 맡으며 영화데뷔를 했다. 촉망받던 여배우로 활동하던 김삼화는 결혼하여 아들을 둔 유부녀였는데, 청화대 채홍사의 부름을 받게 되었다. "각하께서 모셔오라는 명령이십니다. 잠깐 청화대에 다녀오시게 화장하시고 15분 이내로 떠나실 준비를 하세요." "이제 갓난애의 엄마로서 신혼 유부녀입니다. 홀로 있는 연예인들이 많은데 저는 좀 빼줄 수 없을까요?"하고 애원했지만, "잠깐 다녀온다는데 웬 말이 그렇게 많아요?"하고 위압적인 자세를 취한 채홍사의 자세를 보고 더 반항했다가는 자신도 또 영화제작 스텝인 남편도 당장 영화계에서 매장될 것을 안 여자는 순순히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안내된 곳은 청화대가 아닌 궁정동 안가였고, 그 다음날 새벽까지 각하의 성노예가 되었다. 한 달이 지난 뒤, 남편과 강제로 이혼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각하는 한밤중에 여인과 몸을 섞고 나서 부자 미국인을 소개할 테니 당장 결혼해서 미국으로 가 살라고 명령했다. 박정희 에 의해 강제로 미국으로 쫓겨난 김씨는 박정희의 상습적인 성폭력의 두려움으로 평생 고통을 받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알려졌다.
『밀실과 장치』는 망자가 된 김삼화를 의식적으로 소환한다. 주체(혹은 자아, 우리) 내면에 억압해 두 었던 자아의 부정성을 마주하도록 해주는 장치를 마련하려고 한다. 파편화된 공포를 편재화시키도록 우리 내부에 억압되고 소외되어 버린 어떤 불편하고 기괴한 느낌을 분출하도록 유도하며 시대정신을 왜곡과 과장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익숙한 세상과 작별하게 하는 힘"이 있는 미디어를 통해 낯익은 현실을 낯설게 만들고 성찰하게 하고, 환영주의적 주체효과를 통해 감정적 전환 및 연대를 이루게 하려고 한다. 라깡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내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기"이지만, 주체는 바로 이러한 "불가능한 시선"이 가능하도록 믿는 "환상"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환상은 주체의 상실 즉 사라짐을 막기 위해 주체를 대상에 고정시켜 자신을 지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현실의 억압과 질곡이 심할수록 물신화된 현실에 대한 폭로와 구성이 의미를 가진다. 억압적 현실에 맞서는 수단으로서의 환상성은 이런 의미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도구나 방식이며 나아가 가장 비환상적인 정치적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밀실과 장치'는 내러티브를 따라가지 않고 이에 반하며 유희와 관객동일시라는 주체효과를 보여주면서도 자기반영적 성찰성을 모색하려고 한다. ● 이제하의 소설, 『임금님의 귀』에서 '나'(김일국)는 옛날 연인이며 가수인 희정이의 결혼식에 초대된다. 신랑은 장군으로 상징되는 군부독재자이다. 그 장군은 과거 군납부정사건에 연루되었으나 대령 선에서 사건이 유야무야 정리되었다. 피로연에서 장군은 '파파'라고 부르는 원숭이를 길러보라는 제안을 하고, '나'는 내기에서 이겨 그 동물을 받는다. 이제하는 현실에 '환상'을 도입하여 낯설고도 독특한 이미지를 생성하고 있는데, 결국 원숭이가 된 '나'는 "2천 년이나 3천 년 같은 한정없이 지루한 시간의 풀이 내 겨드랑이를 밀봉하고, 손을 풀자 짐승은 용수철처럼 튀어 지붕 높이만큼 뛰어올랐다가 비상해서, 들이받은 문짝과 함께 청바닥에 나가 떨어져 뻗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과거의 연인인 '희정'이가 '나'(젊은 남자)와 남편(늙은 장군) 사이에 놓여있는 처지를 표현하면서, "그 여자의 눈은 총성으로 가득 차 있고, 가슴은 포연으로 미만해 있으며, 자궁은 사체로 들끓고 있다. 그 여자는 아직도 전쟁터다."라고 묘사한다. 매우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글쓰기에서 우리는 현실의 폭력이 남긴 상처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독재정권의 폭력을 수용하고 치욕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주체가 처한 현실이라고 생각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면서 비극적 삶을 마친 여성, 김삼화는 1955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양산도』에서 '옥랑'으로 등장한다. 북한에서 전해지는 오랜 전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계급적 갈등과 횡포로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담았다. 조선 후기, 수동과 옥랑은 태중 혼약을 한 사이이다. 마을의 우두머리격인 김진사의 아들 '무령'이 옥랑에게 반해 혼인하려고 한다. 수동과 옥랑은 마을을 떠나 도망치지만 붙잡히고 수동은 낭떠러지에서 떨어진다. 수동이 죽었다고 생각한 옥랑의 아버지가 무령의 하인을 실수로 죽이고, 무령은 살인죄를 덮어준다는 대가로 혼인을 요구한다. 옥랑은 할 수 없이 허락하지만, 수동이 살아 돌아오고, 실의에 빠진 수동은 목을 매 자살한다. 옥랑의 혼인 행차가 수동의 무덤 옆을 지날 때 발이 땅에 붙어버리고, 수동의 어머니가 가마에서 나온 옥랑을 죽인 후 자신도 죽는다.
세 개의 내러티브를 조합하여 '밀실과 장치'는 환상적이며 다차원적이고 다양한 정체성이 녹아있는 '김삼화'라는 등장인물을 추적해내고 그(녀)를 통해 사회적 법칙에 대한 무의식적 저항을 도해해 보고자 한다. 4개의 비디오 '원숭이', '임금님의 귀', '내기', '나비 잡는 병'은 분열에 관심을 두고 신체와 형상의 전경화를 보여준다. 움직이는 동작뿐만 아니라 느린 동작, 발을 들고 손을 옮기고 옮기고 걷고 눕고 몸의 중심을 옮기는 동작, 행동의 상황을 다변화하고 행동과 장면을 확대하여 부각시킨다. 생체역학 연기처럼 무대가 되는 현장에서 행위하는 기계장치인 듯 자율신경 제츠처로 신체적 반응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하도 록 한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신음들, 단조로운 소리는 신체는 오브제가 되고 오브제가 신체가 되어 분열된 주체가 되고 존재의 실재 조건을 상상적으로 재현하면서 퇴행한다. ● 16미리 필름으로 제작한 '양산도-덫'은 영화 『양산도』에서 나온 변주이다. 여러 씬을 재촬영하고 현상하고 프린트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시간성과 공간성을 해체하여, 쇼트들이 충돌하게 하고 불안감을 조성한다. 서사들을 동기화시키는 쇼트들의 봉합보다 동요와 혼란, 야만에 대한 공포를 포착하여 비참하게 버림받은 망자를 담으려고 한다. ■ 조혜정
Vol.20171024j | 조혜정展 / CHOHYEJEONG / 曺惠晶 /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