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ux and Rhein

이정태展 / LEEJUNGTAE / 李正泰 / painting   2017_1014 ▶ 2017_1130 / 월요일 휴관

이정태_Flux and Rhein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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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1014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리빈갤러리 Livein gallery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좌동로63번길 23 Tel. +(0)51.746.9334 www.liveingallery.com

이정태의 산수풍경, 眞景 또는 意境의 세계 ● 서양의 풍경화는 일반적으로 외광의 풍경을 대상으로 하여 투시원근법에 의해 그 형상을 사실대로 그려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반해 동양의 산수화는 피상적 풍경의 묘사나 재현보다는 풍경 속에 내재된 자연이나 우주의 본질 또는 자연을 접하는 인간의 정신을 탐구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이정태의 풍경은 서구의 풍경보다는 동양적 산수 에 몰두한다. 산수에 대한 그의 새로운 관심과 접근방식은 2002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같은 해 개최된 '길,구름,물거품'전에서는 붉은 대지와 나무, 흙더미, 잡초, 구름 그리고 바위에 부딪쳐 흩어지는 포말 등을 거친 필치로 표현한다. 답사를 통해 경험한 실경을 다루며 '대화'라는 작품들의 명제에서 보듯 인생의 여정 속에서 문득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산하와 자연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얻은 것이라고나 할까? 이어 이듬해 발표된 '흐름과 리듬'전의 작품들은 「숭산崇山」 연작과 「대화」 연작으로 포말 자체를 다루는 방식으로 변화한다. 단색조의 산수풍경 속에는 산이 드러내는 강인함과 물이 드러내는 유연함이 교차한다. ● 이 시기 그의 산수에 대한 탐구는 구체적으로는 조선 후기의 진경산수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촉발된 듯하다. 겸재 정선의 대표작인 「인왕제색도仁王諸色圖」와 「금강전도金剛全圖」에서 보여주는 준법(皴法)과 음양(陰陽)사상은 그의 작업에 매우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였다. 이로 인해 그는 진경산수의 준법이나 서양의 그것과 다른 투시원근법, 그리고 먹과 같은 매체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게 된다.

이정태_Flux and Rhein_캔버스에 유채_97×145cm_2014

이정태의 작품에서 보이는 2003년 인왕산 연작 「숭산(崇山)」이나 바닷물의 연작인 「대화」는 진경산수의 준법들을 서양화의 어법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그의 「숭산」 연작에서 보이는 겸재의 수직준법(垂直皴法)과 점준법(点皴法), 「대화」에서 보이는 운두준법(雲頭皴法)의 탐구가 그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산세의 기운이나 파도의 생동에서 보이는 속성을 체득하게 된다. 강한 필치의 산세와 파도의 에너지를 탐구하기도 하고, 또 산수에 내재된 부드러운 흐름과 리듬의 끝없이 생성소멸하는 음양의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 그의 작업은 이후 좀 더 자유로움을 얻으면서 변화를 꾀하는데 산과 물의 풍경 속에 내재된 전신(傳神)의 세계에 대한 관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신(傳神)'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국 동진(東晋)의 고개지(顧愷之)가 주창한 대표적인 동양미학의 개념으로 '형상을 통해 그 속에 내재된 정신을 구현하는(以形寫神)' 것이다. 물론 전신은 초기에는 인물화의 가장 중요한 비평기준이었으나 점차 인물화뿐만 아니라 회화 전반으로 확대되었고 송(宋)대 문인화론에서는 형(形)보다 신(神)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 즉 '형을 잊고 뜻을 얻는(重神寫論)' 작품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이다. 그의 작업에서 보이는 갈색 톤의 단순하면서도 반복적 리듬의 속성이 이를 잘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형태 속에 내재된 본질적 측면에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정태_Flux and Rhein_캔버스에 유채_194×521cm_2013
이정태_Flux and Rhein_캔버스에 유채_130×388cm_2017

2005-6년 그는 전업 작가로서 새롭게 출발하는데 이때부터 그의 작업은 좀 더 산수의 본질적 탐구와 필치의 자유로움을 획득한다. 실경의 풍경을 다루지만 형상보다는 자연의 본질인 음양의 흐름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변모하며, 특히 이 시기에 색에 대한 문제에도 관심을 보인다. 산수를 백색과 코발트의 단색조로 표현한다. 아무것도 아닌듯하지만 무한함을 담고 있는 백색, 우주의 근본색인 코발트색이 화면의 주조를 이룬다. ● 그는 매우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백색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접근한다. 무한한 가능태로서 존재의 시작과 끝으로 인식한 그의 사유 속에 음양(陰陽)과 이기(理氣)를 근간으로 하는 생성소멸의 동양적 사유가 그의 작품에 구체적으로 개입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이전의 작업보다는 좀 더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본다.

이정태_Flux and Rhein_캔버스에 유채_91×65cm_2014

준법과 함께 색을 통한 형의 탐구의 세계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 시기의 산수는 이미 피상적으로 보이는 산수라기보다는 산수가 가진 실체와 본질을 궁구하는 차원에서 자유로움을 얻고 있다고 보인다. 그의 작품에는 실경이 가지는 형태와 요소의 자유로운 변형, 그리고 유사형태의 반복이 나타난다. 겸재가 보여주었던 진경산수 역시 실제풍경의 사실적 재현이 아니고 음양의 사유에 따른 실재 산수의 변형과 이상적인 요소들이 첨삭되는 특성이 있다. 그 역시 자유로운 필치의 반복적인 형태와 리듬만으로 산과 물을 드러내기도 하고 이러한 리듬이 집적된 화면을 입체의 구조물로 제시하기도 한다. ● 이 당시 「대화」연작으로 발표된 3차원 입방체로 표현된 물의 흐름이 이를 잘 드러내고 있다. 강물이나 바다를 하나의 에너지의 물질적 덩어리로 해석해 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음양(陰陽)과 함께 물감과 행위가 가지는 물질적 속성인 기(氣)의 세계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도는 또한 색을 통한 형의 탐구의 영역으로도 옮겨간다. 흰색과 코발트색의 리듬 자체인 그의 회화작업은 청화백자에서 맛보는 고졸함과 함께 경쾌함을 가진다. ● 그는 지속적으로 코발트색이 가지는 매력에 빠져들어 산수자체가 코발트 톤으로 변모한다. 코발트 청색은 작가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색채임에 틀림없다. 이브 클랭(Yves Klein)이나 이우환이 보여주는 블루는 우주적 또는 영혼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그 역시 코발트 톤의 산수를 통해 우주와 영혼의 문제를 질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정태_Flux and Rhein_캔버스에 유채_61×73cm_2014
이정태_Flux and Rhein_캔버스에 유채_61×73cm_2015

최근 들어 그의 작업은 산수의 요소들을 필치의 변화를 통한 흐름과 리듬의 속성을 강조하는 화면과 병행하여 조심스럽게 좀 더 사실적인 풍경으로 옮겨가고 있다. 물론 이 풍경은 코발트 톤을 기조로 한다. 전체적으로는 운무에 둘러싸인 산수풍경을 드러내지만 산의 정상부분에는 밝은 빛이 집중되어 있고, 계곡의 물이 흘러들어오는 상류부분의 원경이 밝은 빛으로 처리되는 형태의 풍경이 등장한다. 지극히 높은 숭산이 신비한 서광을 받고 있는 색다른 풍경이다. ● 이것은 산수가 실경인지 여부의 문제보다는 산수를 통해 자연과 우주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가하는 태도이며, 또 동시에 자연을 접하는 작가의 심경이기도 하다. 자연대상과 심경이 하나가 되는 자유함이라고나 할까? 지극히 높고 영원성을 향한 정신적 동경이라 할까? 동양의 미학에서 말하는 의경(意境)에 대한 탐구라고 할까? 의경(意境)은 외부의 물상(物像)들과 내부의 심경(心境)의 만남을 의미한다. 마음과 물상(物像)간의 관계는 경(境)이라는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공간으로 고양된다. 경(境)은 '경계나 구역을 가리키는 단순한 의미에서부터 조예(造詣), 즉 예술가의 예술수양이 도달한 정도나 수준 및 문예작품에서의 상황이나 범위' 등을 뜻한다, 바깥 사물을 마음으로 읽어내는 경지를 의미한다. ● 사실적으로 묘사된 산의 정상 부분의 하늘엔 옅은 오렌지색 띠를 그리고 있는데, 그는 이것을 우주에 드리워진 지구의 그림자를 표현한 것이라 한다. 그의 이러한 작업들은 진경에서 출발하여 현실을 넘어선 풍경과도 같이 지극히 높은 정신세계인 산수의 이상을 탐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상은 인간의 신념일 수도 있고 절대자의 창조의 섭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이러한 조심스런 시도는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여지가 있다.

이정태_Flux and Rhein_캔버스에 유채_80×100cm_2015
이정태_Flux and Rhein_캔버스에 유채_130×194cm_2017
이정태_Flux and Rhein_캔버스에 유채_130×194cm_2017

근작들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의 성격은 그간 작가가 추구해온 산수의 방향성과 의미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시류에 편승한 포스트모던적 경향의 작업을 포기하고 정통적인 사실적 풍경화로 전환한 이후 겸재의 진경산수적 시각을 접맥시킨 2000년대 중반의 작업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번 전시의 맥락과 의미를 조명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번 전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그가 새로운 산수풍경의 지경을 넓히기 위한 모색의 전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 그의 산수풍경은 그 자체보다도 산수의 본질을 탐구하는 일련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준법과 색채를 탐구하며 산수풍경을 통해 이(理)와 기(氣)의 상관관계를 모색하고 자연과 우주에 대한 의경(意境)의 경지를 향해 가는 그의 족적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의 산수풍경은 눈에 보이는 단순한 산수의 차원을 넘어 물상과 심경이 하나가 되는 지경을 모색하는 지난한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 김찬동

Vol.20171024a | 이정태展 / LEEJUNGTAE / 李正泰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