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되지 않은

박화연展 / PARKHWAYEON / 朴華姸 / installation.painting   2017_1010 ▶ 2017_1024 / 일,월요일 휴관

박화연_분리되지 않은_장지에 분채_변형 8호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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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월요일 휴관

지구발전오라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동 313-4번지 2층 Tel. +82.(0)62.232.4191 www.facebook.com/pg/daaura2015

스쳐지나가는 것들을 대하는 태도 ● 들여다본다는 것, 우연치 않게 스쳐지나가는 것들을 가볍지 않게 여긴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보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듯, 일상에서 무심코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머릿속에 고스란히 담기를 원한다면 대상을 살피고 관찰하기를 지속해야만 한다. ● 가끔 해외 레지던시에 참여한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곳은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유토피아 같은 곳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레지던시 종료 후 돌아오면 그 향수를 잊지 못하고 또 다른 해외 공간으로 가고 싶어 한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온 창작자들도 국내 레지던시에 참여해 비슷한 말을 하곤 한다. 그렇다면 이곳과 외부 어느 공간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박화연_쓰레기의 형태_장지에 분채_27×35cm_2017
박화연_骨(골)_장지에 분채_65×28cm_2017
박화연_어린나무_장지에 분채_117×92cm_2017

또한 최신식 시설로 무장한 넓은 작업실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해서 그 곳을 사용하는 이의 작업이 갑자기 발전하지 않는 것처럼 환경이 주어진다고 해서 창작자가 성장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단지 달라진 환경에 본인이 바라본 관점과 태도가 변화한 것이지 그 이유를 외부에서 찾는 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변화가 필요하다면 항상 마주하는 것들로부터 찾아야 한다. 반복된 일상을 마주하더라도 어제와 오늘이 같을 수 없듯 매일 보고 겪는 것들을 관찰하고 살피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렇게 주위를 들여다보는 것을 통해 변화가 시작된다. 이런 의미에서 주변의 것을 허투루 넘기지 않고, 들여다보며 살펴보는 박화연의 작업은 모든 것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 박화연은 담양에서 태어나 농사일을 주 업으로 삼고 있는 가정에서 자랐다. 부모님이 하는 농사일을 당연스레 도우며 살아서인지 또래 친구들과 견줄 수 없는 강한 노동력에 몸이 최적화 돼 있었다. 그래서 작업을 대하는 태도에서 강도 높은 노동력이 요하는 반복적 붓놀림을 살필 수 있다. 수없이 많은 붓 터치로 그림을 완성하는 방법은 누구나 선택할 수 있지만 붓이 지나가는 자리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핀다는 점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 방법이 아니라는 것 또한 분명하다.

박화연_쓰레기의 형태_장지에 분채_145.5×97cm_2017

2015년 첫 번째 개인전 『간직하고 싶은 순간』에서 선보인 작업을 살펴보면 작가는 시골/고향이라는 곳을 벗어나고 싶은 곳이 아닌 간직하고 싶은 공간으로 접근하고 있다. '집으로 가는 길'은 부모님과 함께 농작물을 팔기위해 지나니던 그 순간의 기억과 추억이 녹아 있고, '풍족한 삶'은 수확 철에 가족이 모여 농작물을 담아내며 풍요로운 찰나의 순간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까지의 작업은 즐겁거나 행복하거나 슬픈 순간의 기억을 옮기는 과정처럼, 작가로서 길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이후 기억/추억에만 얽매이지 않고, 주변의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시선이 닿는 곳에 있는 것들을 바라보기보다, 집중해서 들여다봐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꺼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할 수 있는 것 보다 하고 싶은/해야만 하는 이야기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 어릴 적 쓰레기봉투에 담겨진 죽은 동물의 그것과 차에 치여 죽어있는 도로 위의 그것, 살처분 되는 가축의 그것이 주는 충격이 이유였다. 이는 반려견 '까미'를 건사하면서부터 인간이 동물에 행하는 폭력성에 대한 문제를 지속 고민하면서 "육 고기는 먹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기 까지 복합적 사건들이 작가를 변화시켰다. 작가는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대상에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려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들여다본다의 영역으로 뛰어들게 된 것이다. 여기서 작가가 말하는 돌봄은 단순히 한 대상을 보살핀다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삶 주위의 것들을 살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무심코 스쳐지나갔던 일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포함되어 있다.

박화연_숨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7
박화연_숨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7

『간직하고 싶은 순간』과 달리 2017년 진행된 전시 『분리되지 않은』은 기억 속 언저리에 있는 또 다른 시선을 들여다봄으로 시작된다. 무언가 들어있는지 알 수 있는 검은 봉지 속 존재, 나뭇가지와 흡사해 보이는 동물의 뼈, 숨을 쉬는 듯 부풀었다 가라앉는 설치작품 등 총 5점으로 구성된다. 그 중 오각형의 캔버스 위에 자세히 보아야만 보이는 개형상의 작품 '분리되지 않은'은 작가가 과거 보았던 충격적인 장면과 사건을 바탕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인간이 인간 이외의 생명을 대하는 태도를 꼬집으며 오히려 인간이 인간을 소비하는 현시대를 비판함과 동시에 나 또한 누군가에 의해 소비되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더욱이 단순히 그림을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가만의 새로운 캔버스를 제작함으로써 더욱 극적으로 이미지가 관객에게 인식될 수 있었다. 설치 작품 '숨' 또한 비닐 속 동물모양 실루엣이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살아 있는 것들을 쓰레기로 치부하고 버린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인간이 무엇을 기준으로 그 쓸모/가치를 판단하고 버려지고 사용되어지는지 그 이중적 폭력성을 고발하고 있다. ● 이렇듯 박화연 작가의 『분리되지 않은』은 작가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기억하기에서 들여다봄으로의 발전은 자연스레 온 것이 아니라 공부와 노력 그리고 작업에 대한 태도의 변화로 출발되어 졌다. 기존의 평면작업과 앞으로 진행될 설치 작업 사이에서 어떠한 행보를 이어 갈지 지켜볼만 하겠다. ■ 김탁현

박화연_분리되지 않은展_지구발전오라_2017

분리되지 않은 ● 쓰레기 봉지를 보면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어릴 적 보았던 검은 비닐봉지 속 싸매어 버려진 죽은 강아지의 모습, 당시 생명이 아무렇게나 버려진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현재는 더 많은 생명들이 쓰레기로 치부돼 비닐봉지에 담기고 있다. 봉지 속 그것들은 더 이상 쓸모없고 더러운 것으로 여겨져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다. 동·식물은 생명을 갖고 있는 존재임에도 인간에 의해 그렇게 버려지고 묻힌다. 매립돼서 잘 보이지 않게 되면, 생명에 대한 우리들의 존중의식도 함께 사라질 것만 같았다. 이에 쓰레기봉지 속 존재들을 소환하며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가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버린 건 아닌가?" ■ 박화연

Vol.20171023g | 박화연展 / PARKHWAYEON / 朴華姸 / installation.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