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SIBLE FOREST

금민정展 / GUEMMINJEONG / 金珉廷 / installation.video   2017_1019 ▶ 2017_1112 / 월요일 휴관

금민정_화.전.림 Fire field forest_3채널 분배 영상_00:07:34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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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민정 홈페이지_www.minjeong.net

초대일시 / 2017_1019_목요일_06:00pm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_서울시_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소 SPACE SO 서울 마포구 동교로17길 37(서교동) Tel. +82.(0)2.322.0064 www.spaceso.kr

눈에 보이는 자명한 형체는 구조가 파악된 후 약 10초 후에 우리의 뇌에 의미작용을 한다. 다시 말해서... 내가 어떤 낯선 곳을 방문했을 때 그 곳의 아름다운 시각적 미감은 분명 그곳이 가지고 있는 시간의 경험, 흔적에 의해 다가온다. 좋은 작업을 보았을 때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자극적이고 신선한 형태나 형체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그 외면이 갖고 있는 내면적 의미의 깊은 울림이 그렇게 느끼게 해주며 좀 더 영원할 수 가능성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금민정_그들의 행위 Their Action_나뭇잎 재_가변크기_2017
금민정_화전민의 벽 The Wall of slash-and-burn farmers_ 나무 문, 22인치 모니터_00:02:56 Loop, 63×70×90cm_2017

나에게 있어 공간은 이제 더 이상 물리적 형태의 신기함이나 새로움이 아니라 그것의 기억, 그 공간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이야기에서 오는 감동이다. 시간이 지나도 신기한 것은 그 외면이 그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읽어줄 여지를 품고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기존의 있던 공간을 나에 의해 다시 시각화 시키는 작업은 그것의 기억을 읽어내기 위해 나에게 '영상'이란 매체가 참 적당하다.

금민정_화전민의 문 The Door of slash-and-burn farmers_ 사진, 패널, 32인치 모니터_00:03:08 Loop, 180×80×30cm_2017

영상에 스토리를 부여함에 있어서 난 지난번 작가 인터뷰를 해주신 한 이론가의 말을 빌려 '촉각'적 이란 단어를 쓰고 싶다, 나의 비디오 작업 안에는 시간을 연결하는 서사가 있다기보다 그 공간을 읽어내기 위한 촉각적 경험을 불러일으키려 애쓰고 있는 점, 다시 말해 영상 안에 움직이고 숨 쉬고 변형되는 공간은 내가 그곳의 장소를 읽어내고 더듬어 내는 행위와 비슷한 것이다. 이는 조각을 전공한 나의 베이스에 영향일 수도 있고, 나의 습관일 수도 있다. 보다 본질적인 것, 그 곳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읽어내기 위해 이야기적 설명을 배제하고 그곳을 만지고 느끼는 것처럼... 나는 그것이 오히려 그 곳의 기억을 파악하는데 훨씬 직관적이고 본질과 가깝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금민정_숲 속의 숲 Forest in forest_주운 나무, 10인치 모니터_00:02:46 Loop, 35×26×32cm_2017

그 숲의 그 나무.. 숲에 누워보니 하늘이 보이고 높다랗게 솟은 나무들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바람에 약간씩 흔들릴 뿐이다. 한낮이지만 어둑어둑하고 바람소리와 새소리만 가득한 이곳은.. 혼자 있는 나에게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극한 고독과 경외심 섞인 두려움을 준다. 이 감정의 원천은 무엇일까? 조금 특별한 숲을 찾아왔다. 옛 사람들이 가난을 피해 집을 짓고 농사를 지은 흔적이 남아있는 그 터. 그 숲에서... 나는 또 조용히 상상하며 그때 그 기억을 이 공간에 이입해본다. 유난히 눈에 띄는 내 앞의 나무 한그루는 내가 되고. 내가 늘 말하는 공간이자 벽이 된다. 이 나무는 이 숲의 기억에 반응한다. 공간은 기억하며 그 기억을 늘 나에게 전해준다.

금민정_숲을 나오니 또 숲이 보이네 Ⅰ_ 철 프레임, 32인치 모니터, 거울, 화분_00:01:56 Loop, 65×73×150cm_2017
금민정_숲을 나오니 또 숲이 보이네 Ⅱ_ 철 프레임, 32인치 모니터, 거울, 주운 나뭇가지_00:01:56 Loop, 150×73×65cm_2017

숲, 특히 여름 숲은 힐링의 장소이다. 그러나 내가 이번에 떠난 숲은 삼림욕을 하기위해 떠난 장소만은 아니다. 물론 숲은 언제나 우리에게 맑은 공기와 푸르른 시각적 선물을 주지만, 그 수많은 숲 중에 그 공간이 가지고 있는 사연이 있는 곳, 이번에는 1945년 광복 이후 자취를 감추고 1960년대 화전법 금지로 완전히 사라진 화전민의 삶의 터가 복원되어있는 숲을 찾아가 보았다.

금민정_벽의 숲 Forest in the Wall_철판, 사진_250×330×150cm_2017
금민정_벽의 숲 Forest in the Wall_철판, 사진_250×330×150cm_2017

이번 전시의 메인 영상인 「화.전.림.」 비디오 영상 작품은 화전민의 집촌이 복원되어 있는 가평의 잣나무 숲을 찾아가 촬영하여 제작한 영상이다. 숲에 불을 짚히고 그 거름과 영양분으로 토양을 가꾸어 4, 5년간 같은 장소에서 농사를 짓다가 또 다른 숲으로 이동하여 삶을 살았던 화전민들은 전국적으로 산촌지대를 돌아다니며 밭을 만들고 경작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이들이 사라졌지만 전국적으로 강원도와 경기도 일대 산촌 주변에 그들의 터가 남아 보존되어 있는데 주로 산촌의 주거 유형인 너와집, 귀틀집 등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울창한 숲에서의 그들의 흔적,,, 그 공간에는 그들의 삶이 투영되어 다시금 숲의 모습으로 남아있지만, 나는 공간의 곳곳에 투영된 그들의 흔적을 거슬러.. 다시 그 장소에 옛 존재의 흐름을 되짚는다. 그리고 나만의 새로운 공간을 재구성 하였다. 여기에는 공간의 기억 요소 (옛 사람들의 노랫소리, 현재의 이 공간에 부는 바람소리, 기억의 소리 등) 를 주파수로 시각화하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현재 내 앞의 나무의 움직임에 연동하는 기술을 사용하였다. ● 또한 그 특정적 장소인 숲에서 가지고 온 사물들(흙, 잣 열매, 나뭇잎, 나뭇가지, 계곡의 돌) 그리고 그 나뭇잎들을 태운 재는 다시 그들의 행위를 모방하게 함으로서 기억의 공간을 환기시키며 그 장소의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작업 행위가 되었다.

금민정_살아있는 시선 The Breathing Eyes_ LED 미디어 월(40inch & 48inch), 나무_170×170×30cm_2015

나는 초기작에서부터 내가 있는 공간을 움직이고 싶어서 공간을 숨 쉬게 만드는 영상작업을 시작했고, 그 영상을 그 공간에 설치했다. 또 시간이 지나 내가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사적인 공간에서 공적이고 다양한 공간-장소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 나의 영상의 스토리는 공간에 존재하는 벽과 바닥, 문 혹은 사물들에 의해 시작되고 그것들의 시각적 변형에 의해 완성된다. 최근에는 그 공간의 지나간 누군가의 흔적이 나로 하여금 내가 만든 영상과 이미지로 이루어진 '벽'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그 구체적인 존재들과 같이 호흡하는 나만의 '벽' 이다. 마치 내가 공간들을 유랑하며 나만의 공간을 벽에 그리듯이... 어쩌면 이것은 이 세상을, 내 앞에 펼쳐진 풍경과 장소들을 더 깊고 넓게 호흡하기 위함이다. ■ 금민정

Vol.20171022b | 금민정展 / GUEMMINJEONG / 金珉廷 / installation.video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