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1013_금요일_04: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뮤온 예술공간 Art-space MUON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418 (문래동3가 54-41번지) 203호 artmuon.blog.me
본인의 작품 「반가사유를 사유함」 시리즈는 생명력을 지닌 자연에 대한 사유이다. 전체적인 작품의 형태는 풍경화 위에 반가사유상을 오버랩시킨 뒤 반가사유상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지우고 단색의 바탕화면으로 처리했다. 이에 따라 자연의 이미지로 형상화된 반가사유상만 남도록 함으로써 사유의 내용을 표현하는 방법을 시도한 것이다. ● 반가사유상의 내부를 모두 풍경, 즉 자연으로 채워지게 함으로써 자연이 갖는 원초적이고 충만한 생명력을 드러내고자 했다. 특히 갯벌과 논밭이 소재로 자주 사용되는데 이러한 소재의 선택은 자연의 여러 요소들 중 특히 생명을 품고 키워내는 흙에 대한 본인의 관심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작품 「사유」와 「대지-관계성」 시리즈는 자연 가운데서도 특히 생명을 품고 키워내는 흙에 집중하여 흙 속에 내재되어 있는 원초적 생명력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재료는 자연 그대로의 흙을 사용하며 다양한 표현방법을 시도했다. ● 서양의 미술이 성서에 대한 지식이 없이는 작품 감상에 한계를 갖는 것처럼 한국의 전통미술 또한 불교적 색채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고 본다. 본인의 작품에 사용된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석굴암 본존불 이미지는 본인의 한국 전통미술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 작품 「사유」는 자연 그대로의 흙만을 사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본존불이 반복적으로 배치되면서 전체 화면을 채우는 구성을 보여준다. 이는 앤디 워홀의 작품에서 이미지가 반복되는 표현방식과 유사한데 워홀 작품의 특성인 이미지의 반복에 대해 들뢰즈는 그 유명한 '차이와 반복'이라는 압축적인 용어로 정의한 바 있다. 즉 워홀의 작품의 시각적 외관이 강렬하게 빛을 발휘하는, 즉 메를로-퐁티가 말하는 「감각덩어리」인 것은 워홀의 독보적인 예술장치인 반복 때문이다. 반복은 거듭할수록 점점 응축되는 것이다. ● 본인의 작품 「사유」에서도 본존불은 반복과 차이 - 즉 같은 것 같지만 각기 다른 표현방식에 의해 조금씩 다른 이미지의 반복 - 을 가진다.
작품 「대지-관계성」 시리즈는 흙에 내재된 원초적 생명성을 추상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품에 사용된 원과 사각형의 형태는 동양의 전통적 우주관인 천원지방(天圓地方)의 개념을 차용한 것이다. 천원지방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라는 뜻으로서 원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역동성을 가진 하늘을 뜻하며 영혼과 사후세계를 상징하고 사각형은 물질세계인 땅을 의미하는데 이는 정지하며 굳건한 대지를 상징한다. ● 천원지방 사상은 하늘과 땅이 지닌 양과 음의 도를 표현한 것으로서 동양의 음양론과도 맥을 같이하는 이론이다. 음양론에서 양기는 '하늘'과 연결되어 있고, 반면에 음기는'땅'으로 대표되었다. 또한 음양론에서 음과 양은 서로 간에 부단한 순환운동을 포함하는 회전적인 대칭이다. ● 작품 속에 표현된 원들은 넓은 의미에서는 우주의 순환과 자연의 운동을 상징하며 좁은 의미로서는 흙이 가지고 있는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상징하는 기표이기에 작품 속에서 수많은 원들은 본인의 동양적 자연관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원들은 동심원의 형태로 표현되어 우주와 대지의 충만된 움직임이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것이 아니라 체계와 질서를 지니고 있음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작품에서 사각형의 도형은 대지를 상징하며 정지된 느낌과 모성적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서 부드러운 흙의 느낌을 살린 면의 구획으로 표현했다. ● 본인의 작품에서 주제가 되는 흙 이미지는 주로 갈색 톤으로 구성되고 있다. 이는 갈색의 색조가 흙을 상징한다는 연상 작용을 활용한 것이다. 갈색의 통일된 동일색상 계열로 차분한 심리적 안정감의 효과를 기대하며 조화로운 구성을 통해 온화하며 포근한 흙의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대지를 상징하는 흙 면 사이에 보이는 여러 색들은 대지 위에 피어난 꽃과 다양한 식물 등의 생명을 상징한다. 아크릴로 채색된 빨강과 노란색은 생명의 활동을 뜻하며, 녹색은 자연의 대표적인 색으로서 생명으로서의 자연을 상징한다. 또한 흙 면 사이에 전통적 오방색을 사용하기도 했다. ●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흙의 모성적 기능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를 요나 콤플렉스(Jonah Complex)라고 정의한 바 있다. ● 흙이 엄마의 뱃속처럼 씨앗을 품어 그 열매와 곡식을 생산하고 식물들의 계절적 순환을 보여주며, 인간이 흙에서 태어나 죽어서는 자신의 어머니인 흙으로 돌아간다는 흙의 모성에의 비유는 생명의 탄생과 소멸, 그리고 순환에 따른 흙의 생명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 작품에 사용된 흙은 그 본질적 요소인 모성적 기능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를 위해 자연 그대로의 흙을 캔버스 위에 직접 뿌려서 표현함으로써 흙의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흙은 착색하지 않고 그 본연의 색을 사용함으로써 흙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노력하였다 ● 본인 작품의 일관된 기조는 자연의 근원인 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의 본질적 요소 중에서도 특히 흙에 집중하여 흙 속에 내재되어 있는 원초적 생명력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 이러한 작품의 표현방식을 통해 본인이 드러내고자 했던 흙의 생명력과 신비의 울림이 관람자들에게도 전해지길 기대한다. ■ 김영희
Vol.20171017h | 김영희展 / KIMYOUNGHEE / 金怜希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