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변주곡 The variation of peony

박형주展 / PARKHYUNGJU / 朴炯姝 / painting   2017_1010 ▶ 2017_1015

박형주_모란변주곡4_천에 분채_117×91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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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01:00pm~06:30pm

사이아트 도큐먼트 CYART DOCUMENT 서울 종로구 안국동 63-1번지 Tel. +82.(0)2.3141.8842 www.cyartgallery.com

현실을 해석하기 위해 그려진 모란변주곡 그리고 내재된 의미들 ● 박형주 작가는 전통과 현대, 상상과 현실, 가능성과 한계처럼 주로 작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위치 혹은 정체성에 대한 문제의식과 관련된 작업을 해왔다. 그의 작업은 그래서 자신의 일상적 삶으로부터 시작된 시선들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전시에는 그와 달리 모란꽃이 전면적으로 그리고 특징적으로 드러나 있음을 보게 된다. 이 모란꽃은 한국화에서 부귀를 상징으로 전통적 소재가 되어왔다. 그런데 작가가 그의 일상을 넘어 이 전통적 소재에 주목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가 무엇인가 그의 작업에서 변화를 주고자 하였음을 직감하게 된다.

박형주_모란변주곡3_천에 분채_117×91cm_2010
박형주_모란변주곡5_천에 분채_162×106cm_2010
박형주_모란변주곡6_천에 분채_105×160cm_2016

작가가 '모란변주곡'이라는 주제로 이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업들은 현실 속 풍경이나 전통회화를 차용하였던 그의 여타 작업과는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모란을 소재로 한 이 작업들은 작가가 보았던 어떤 것을 사실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상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 민화 등에서 보아왔던 모란과 달리 검은 배경에 네거티브 이미지처럼 드러난 모란꽃들은 현실보다는 꿈 속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다. 화면가운데 보이는 꽃들은 흙을 기반으로 하여 자연스럽게 자라난 모습들이 아니며 화면 전면을 장식적으로 가득 채우고 있거나 꽃들이 모여있는 경계 면에서 어떤 형상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란이라는 전통회화의 소재를 차용하고 있고 전면을 모란꽃으로 채워낸 화면은 장식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그의 작업을 살펴보면 볼수록 그가 단순히 전통회화를 재현하거나 장식적으로 화면을 구성하기 위한 작업을 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단서들과 마주치게 된다.

박형주_모란변주곡8_캔버스에 유채_40×80cm_2017
박형주_모란변주곡9_캔버스에 유채_40×80cm_2017
박형주_모란변주곡7_캔버스에 유채_40×80cm_2017

만일 그의 작업을 그저 지나치면서 보게 된다면 모란꽃들로 채워진 화면을 보았다는 기억만 남게 될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주 근접해서 자세히 살펴보거나 먼 거리에서 화면 전체를 보게 된다면 여러 가지 이색적인 지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모란꽃 사이사이에서 나비의 형상이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인형이나 사람의 형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 꽃잎과 나뭇잎 사이로 줄기처럼 이어주고 있는 라인 드로잉의 일부는 사람의 이미지를 숨겨놓은 것임을 알 수 있으며 빛을 따라가며 꽃의 형상들을 보게 되면 이를 더욱 확연히 느낄 수 있게 된다. 전통으로부터 차용된 이미지 그리고 상상으로부터 시작된 이미지들은 작업 공간 위에서 현실에서의 생각과 사유의 방식 혹은 시선의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 작가가 제시한 '모란변주곡'이라는 명제에서처럼 박형주 작가의 작업들은 상상 혹은 전통과 같은 작가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요인들을 돌이켜 보며 점검해나가되 현실의 지점에서 바라보면서 작가 자신을 다시금 확인해가는 하나의 중요한 방법이 되고 있으며 또한 이를 근거로 현재에 그저 머물러 있지 않고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작가의 삶에 대한 태도를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박형주_장릉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17
박형주_광희문_캔버스에 유채_65×91cm_2017

변주곡의 특징은 반복에서 변화로 이동하는 것에 있지만 소재나 내용이 원형과 관련이 없어 보일 정도로 변화를 하면서도 원형과의 관련성을 잠복시키는 것 역시 중요한 특징이다. 박형주 작가는 작업들을 보면 전통과 무관하거나 단절된 것처럼 보이기까지 현재의 시대 상황에서 그 현재의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면서도 그의 삶은 다시금 전통이라는 자신의 삶의 뿌리를 되돌아볼 수 밖에 없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또한 그의 사유 역시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들어갔다가 다시금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음을 자주 경험하였던 것 같다. 그러한 가운데 이 서로 다른 시각의 프레임들을 연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현대 사회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에 대한 반증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현실에 매몰되거나 과거에 집착하지 않으며 상상이나 공상을 현실로 돌이켜 다시 해석하면서 그 흐름을 알아가고자 하는 것 같다. 어려움이 있지만 이러한 작업 과정이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으리라고 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 이승훈

Vol.20171015i | 박형주展 / PARKHYUNGJU / 朴炯姝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