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플랫폼 팜파 Platform Pampa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마길 39 www.instagram.com/platform_pampa
연희동과 연결되다 ● 지난 3월, 연희동에서 전시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전시를 하게 된 공간의 원래 용도는 차고다. 하지만 자동차는 골목으로 나오고 전시가 차고로 들어간다. 우선 전시를 하게 된 장소인 연희동의 특성을 파악하고 거기에서 작업의 아이디어를 찾아 작업하기로 했다. ● 홍대 앞과 주변지역은 관광객과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핫 플레이스다. 공연, 전시 등 문화행사가 다양하게 있고 예쁜 카페나 옷가게 등의 상업시설도 많아서 즐길 거리가 언제나 풍부하다. 그런데 요즘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는 지역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비슷한 경로를 따라 진행되는데 그것은 대강 다음과 같다.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주택가나 쇠퇴지역에 예술가나 문화예술 관련 종사자가 작업실을 얻어 들어와 정착하고 활동하는 과정에서 문화가치를 상승시켜 놓으면 카페나 레스토랑 같은 상권이 활성화된다. 독특한 동네 분위기 덕분에 유명해지고, 소위 뜨는 동네가 되면 방문객이 넘쳐나게 된다. 머지않아 거대 프랜차이즈기업이 들어와 부동산 가치를 극대화 시킨다. 그러면 애초에 그 지역의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낸 예술가나 기존 세입자가 과도한 임대료 상승을 견디지 못해 쫓겨나거나 밀려나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되는 예술가나 세입자는 새로운 터전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떠나는 자만의 피해가 아니다. 어느 동네에 가더라도 똑같이 볼 수 있는 맥도날드,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가게들로 채워진 동네는 타 지역과 차별화되는 특색을 잃고 서서히 쇠퇴하게 된다. 이 지점에 젠트리피케이션의 딜레마가 있다. 침체 또는 쇠퇴한 어떤 지역이 기존 주민이나 세입자의 노력으로 생기와 활기를 찾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거대 자본의 유입과 지역의 급격한 활성화 때문에 여러 가지 부작용이 따른다는 점이다. ● 지금과 같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가 대중매체에 등장하기 전에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된 곳이 있다. 그곳은 인사동인데, 미술 관련자나, 평소 인사동의 특이점을 즐기던 사람들은 인사동이 크게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불과 십여 년 전 만해도 크고 작은 전시들이 많이 열렸고 전시장 마다 전시 관람객들로 북적거렸다. 그러나 골목골목마다 자리 잡고 있던 갤러리나 골동품가게 등이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하나 둘 문을 닫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 나가면서 동네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었다. 프랜차이즈 가게와 국적불명의 기념품 상점의 거리가 된 인사동은 이제 예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인사동이 더 이상 아니다. 오래된 추억의 장소를 잃어버린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뜨는 동네에서 직접 살아 본 적 없다. 그러므로 현재 그 동네에 살고 있거나, 한때나마 살았던 사람들이 겪은 구체적 실상이나 속사정을 잘 아는 처지는 아니다. 하지만 어제까지 별 관심을 받지 못하던 동네가 하루아침에 뜨는 급속하고도 드라마틱한 변화는 보기에 무척 흥미롭다. 그러나 현재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자본력을 가진 거대기업이 지역주민과 상생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기보다는 기존 거주자를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타지로 내모는 것으로 보여 지기 때문에 막연하나마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개성 있던 동네가 고유성을 상실해가는 모습에서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 받기 어려운 우리사회의 불편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것도 사실이다. ● 지난 수 십 년간 우리나라는 땅이 좁고 인구는 많아서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기존의 동네를 한꺼번에 싹 뭉개고 넓은 대지 위에 고층 아파트만 빽빽이 세우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런 과정에서 기존에 살고 있던 서민층의 주민들은 주변지역으로 밀려났다. 이러한 주택정책은 단지 주택의 외형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경제력의 차이에 따라 주민들이 사는 지역을 인위적으로 분리시키는 정책이다. 그런 차별과 배제의 논리는 계층 간의 왕래와 소통을 단절시킨다. 겉으로는 무질서해 보일지라도 다양한 형태의 삶이 서로 섞여서 교류할 때 타인에 대한 이해가 따를 것이다. 우리가 어디에 있고 무슨 일을 하든지 주변과의 관계는 중요하다.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존중하며 좋은 때나 힘든 때 이웃과 서로 소통하는 동네가 진짜 삶이 살아 숨 쉬는 매력적인 동네일 것이다. ● 일찌감치 홍대지역을 점령한 거대상권은 이제 젠트리피케이션의 거센 물결을 따라 상수동, 연남동을 휩쓸고 연희동의 문턱까지 밀려왔다. 연희동의 주택가 골목 사이로 맛 집이나 카페, 옷가게, 공방 등이 들어와 있어 이리 저리 기웃거리며 동네 골목을 걸어 다니는 사람도 꽤 있다. 그러나 동네안쪽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정원에 꽃과 나무를 가꾸는 단독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오래된 주택가 동네다. 작년(2016)에 우리가 '레지던스 인 송정동' 전시를 열었던 집 주변, 송정동의 집들이 대부분 마당이 없는 다세대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있던 것과는 비교가 되는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동네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일반 주택가 동네라는 점이다. 두 동네 모두 실제 거주자가 아닌 구경꾼으로 보는 입장이지만 주택가 동네는 이웃하고 있는 집들과 담을 맞대고 서로 나란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높이를 지향하는 아파트 동네보다는 수평적이라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단독주택은 대규모 아파트나 빌딩보다 개별적으로 개조 또는 용도변경이 가능하므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동네의 색깔이 조금씩 변화해 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이번 전시로 해서 처음 알게 된 연희동이지만, 연희동은 홍대 앞처럼 과도하게 상업화되고, 관광객을 위한 동네가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집 가까이에 세탁소, 구멍가게, 문구점등이 있어 주민들이 생활하는데 편리하고 또 동네 근처에는 카페나 커뮤니티 공간도 있어 사람들이 편하게 휴식하거나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취향과 정보를 나누는 활기 넘치는 동네가 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이웃과 정을 나누고 집근처를 걷다 우연히 아는 이웃이나 친구를 만나 반갑게 인사도, 안부도 나눌 수 있는 동네라면 행복한 동네일 것이다. ● 여기 연희동 주택가 골목 안의 차고, '플랫폼 팜파'에서 전시를 연다. 차고는 사용에 따라 얼마든지 무한변신이 가능한 공간이다. 사무실, 작업실, 커피 집, 옷가게, 공예품 가게는 물론이고 벼룩시장, 작은 공연이나 전시까지도 열수 있으므로 참으로 쓸데 많은 가능성의 공간이다. 우리는 이번 '플랫폼 팜파'와의 연결을 계기로 연희동과 연희동의 사람들과도 연결되기를 바라며 기쁘게 전시를 준비했다. 동네 주민들이 헐렁한 옷에 슬리퍼 차림으로, 동네 편의점에 가는 마음으로 가볍게 들르는 것을 환영한다. 타워 하우스, 타워 팰리스 ● 이번 여름 내내 집을 지었다. 시멘트와 벽돌로 짓는 무거운 집이 아니다. 연희동의 주택을 모델로 해서 주택모형을 만들었다. 아침에 주워온 운동화 박스, 피자 박스, 과일 박스로 만든 집이다. 쓰고 버려지는 박스처럼, 우리가 사는 집 역시 사용이 끝나면 버려지는 소모품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집을 갖는 것이 인생 최고의 목표라도 되는 것인 양 집을 소유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조금이라도 더 크고, 더 좋은 집을 향한 욕망에 시달린다. 끊을 수 없는 그 욕망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높이 계속 수직으로만 상승한다. 주변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욕망의 탑을 쌓고 있다. ■ 이정희
By the day i'm a working man ● I don't stand out in a crowd / Just look like one of the guys / Little do they know / When i'm alone in bed at night, / I become the king of the silver screen // I know where I belong. / I two step with Fred Astaire or / fighting old King Kong. / I can be any hero at all; / Zorro or Don Juan. -Alice cooper 'King of the silver screen' 발췌 개인의 신화 ● '창 안으로 햇살이 밀려온다. 빛은 두꺼운 커텐을 뚫고 전 날 야근으로 지쳐 곤히 자고 있는 남자를 감싼다. 따듯한 빛 속에서 남자는 자신의 몸을 활활 태우는 불꽃을 꿈꾼다.' '어느 빌라의 창 안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아무 말 없이 티비를 보며 두 사람은 서로의 입에 연결된 실타레를 꾸역꾸역 삼킨다.' 사람들은 그들의 삶의 이면에 누구나 개인의 신화를 가지고 있다 ● 그러나 현대의 우리는 학업, 취업, 결혼, 육아, 직장, 노후준비 등 현안의 문제 해결에 삶을 집중하고 또 집중할 수 밖에 없고 신화의 영역은 영화, 공연,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맡기고 있다 나와 당신의 삶이 아닌 실화로 만들어진 영화에 감동하고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에서 영웅의 탄생을 목도한다. 내 작업은 먹고 자고 보는 반복적인 일상을 신화와 전설의 이미지로 치환하여 다시 이야기의 무대를 만드는 것이다. 무심히 빛나는 건물 꼭대기의 볼링핀은 신전을 가리키는 성물이 되고, 폐품을 끌고 가는 노인은 시지프스처럼 끝없이 돌을 끌어올린다. ■ 변지은
지난 3월 이번 전시를 위한 첫 모임이 연희동의 '플랫폼 팜파'에서 있었다. 그곳에서 오고 간 이야기 중 연희동의 단독 주택들이 빌라로 바뀌고 있는 상황과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에 남았다. 그렇게 주택들이 사라지고 빌라가 들어서는 동네와 재계발로 아파트만 남은 동네는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 부분에서 시작된 내 생각은 이 곳 역시 식물들만 남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뻗어갔다. 주택에서 빌라로, 다시 아파트로 변화해 가는 동안 식물들은 계속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상에서 이번 작업이 시작되었다. ■ 홍혜경
Vol.20171015a | 연희동과 연결되다展